[청소년 기획위원의 피임 이야기]
한때 여고생이 화장실에서 애를 낳은 것이 뉴스화되는 시대가 있었다. 그로부터 적지 않은 시간이 지난 지금 나는 생각해본다. 왜 요즘은 이런 뉴스가 나오지 않는 걸까
생각 끝에 내린 결론은 영악해진 세상 때문이었다. 그 정도는 이른바 ‘거리’가 되지 않는 언론, 무엇보다도 임신을 알아채고 낙태해버리는 청소년들. 씁쓸한 현실이다. 더욱 안타까운 사실은 청소년들이 피임에 대해 조금만 더 알고 있었더라면 낙태에까지는 이르지 않았을 거란 것이다.
나는 많은 청소년들이 마치 낙태를 피임의 한 종류나 되는 양 알고 있는 것 같아 가슴이 아프다. 물론 정말 어쩔 수 없을 때엔 낙태를 해야겠지만, 그로 인해 몸과 마음이 상처 입는 건 누가 보상해줄까. 낙태는 피임이 아니라 일종의 응급조치일 뿐이다.
피임에 대한 무지는 이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피임이라고 다들 믿고 있는 질외 사정 또한 피임이 아니다. (어이없게도 어른들 중에도 질외 사정이 피임이라도 믿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 피임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위험한 방법이다. 계획 없이 섹스를 하다가 준비를 하지 못해서이거나, 잘 모르거나, 심지어는 남자가 콘돔을 거부하고 자신 있게 이 방법을 쓰다가는 ‘사고’가 터지기 십상이다.
현실이 이렇기 때문에 나는 청소년들을 위한 피임교육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외친다. 무조건 하지 말라고 외칠 수 있는 시대는 이미 지났고, 더 이상 듣지도 않는다. 잘못된 피임 지식으로 인해 청소년기를, 길게 보면 평생을 망치는 일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앞으로 청소년들이 자라서 어른이 되어 만들어갈 성문화를 위해서도 피임교육은 꼭 필요하다. 그것도 올바르게 말이다. 현 상태로의 피임교육은 피임이 마치 ‘당하는’ 여자가 잘 챙겨야 할 것처럼 얘기하는데, 그것은 온당치 못하다. 피임은 남녀 모두 책임지고 서로를 존중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남녀가 평등한 성문화를 위해서 제대로 된 피임교육이 필요하다.
제발 어른들이 현실을 직시하는 법을 배웠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리고 청소년들은 어른들의 부조리한 모습에 아랑곳하지 말고 먼저 건강한 성문화를 만들어나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어떨까. 어쩌면 어른들도 왜곡된 성문화의 피해자일지 모르니.
(사족을 달자면 청소년들에게 가장 좋은 피임법은 콘돔이라고 생각한다. 간편하고 비교적 싼데다 성병까지 예방하니까. 여러분, 우리 모두 콘돔을 애용(?)합시다.)
보라 | 청소년 기획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