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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섹션 : 홍세화와함께하는예컨대 | 등록 2003.12.10(수) 제488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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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컨대] 징집 거부도 하나의 정치적 견해/ 김호빈 [홍세화와 함께하는 예컨대 |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는 정당한가]
김호빈/ 인천 부평고 2학년
양심적 병역 거부 문제는 원론적 차원에서 개인의 양심과 신념은 존중받아야 한다는 보편적 민주주의의 원리와 현실적 차원에서의 안보 위기를 거론하는 현실론의 미묘한 대립점에 놓여 있다. 중요한 것은 양심적 병역 거부의 원론적 정당성이 아니다. 이스라엘 같은 준 전시 상태의 국가에서도 부분적으로 허용되는 양심적 병역 거부가 어째서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서만 애국심을 망각한 일부 이기적인 젊은이들의 행위로 매도되는가 하는 것이다. 즉, 순수한 정치적 담론이어야 할 양심적 병역 거부 문제가 국가권력 혹은 사회권력이라는 기득권적 정당성을 확보한 주류세력에 의해 어떻게 변질되었느냐를 따져보아야 한다. 마치 냉전시대의 기득권 세력이 반공 이데올로기를 통해 ‘빨갱이’라는 딱지를 붙이며 개인의 양심과 신념을 전체주의적 틀 속에서 뭉뚱그렸던 과거의 역사처럼 지금의 한국사회 역시 ‘애국심’이라는 무소불위의 수사를 통해 개인의 양심과 자유를 억압하고 있다. 전상국은 소설 <우상의 눈물>에서 ‘기표’라고 하는 비이성적 폭력의 상징 인물이 담임 선생님과 ‘형우’라는 합법적 폭력의 위선에 의해 어떻게 파괴되는가 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작가는 이를 통해 이성적인 위선을 통해 진실을 왜곡하는 합법적 권력의 폭력성에 대해 경고하고 있다. 그렇다면 양심적 병역 거부는 한국 사회의 합법적 권력에 의해 어떻게 왜곡되고 은폐되었는가. 반세기 동안 이어진 반공 이데올로기는 독재정권의 유지 수단으로, 때로는 체제적 우월성의 수단으로 이용되었다. 햇볕정책과 같은 평화적인 정책과 남북간 화해 무드의 조성으로 이전의 광신적인 반공의식이 많이 퇴색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반북의식이 팽배함을 보여주는 것은 바로 군사 문제이다. 주변 4강의 군사 대국화 움직임이나 북핵 문제와 같은 민감한 국제 정세를 감안하더라도 수십년간 군축에 대한 어떠한 실질적인 논의나 노력이 이행되지 않았다는 것은 그동안의 남북 정세로 미루어볼 때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 당장에 모병제로의 전환과 같은 일은 비현실적이다 해도 적어도 비효율적인 60만 대군의 징병 체제를 효율적으로 개선하려는 실질적인 노력이 있어야 했다. 그럼에도 군축에 대한 사회적인 논의나 정부 차원의 노력이 여전히 제자리걸음인 것은 아직도 우리 사회에 만연한 보수세력의 적대적 반북 논리에 있을 것이다. 남북간 화해 무드라는 진실을 외면하고 끊임없이 전쟁 가능성을 확산시켜 안보 위기를 조장하는 그들의 논리가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을 애국심이 결핍된 매국노로 왜곡하는 것이다. 기호학자인 보드리야르의 ‘시뮬라시옹’ 이론에 따르면 실체의 복사본인 ‘시뮬라시옹’은 실체보다 과장되고 왜곡되어 특정 집단의 자의적인 해석 도구로 쓰일 수 있다고 한다. 이를테면 보수세력은 끊임없는 위기 상황과 안보 불안을 국민들에게 환기시키기 위해 북한과의 작은 마찰을 국가적 위기 상황으로 왜곡시켜 해석한다는 것이다. 양심적 병역 거부 문제가 개인의 신념 차원이 아니라 안보 불안 상황에서 병역의 의무를 거부하는 이기적 개인의 문제로 변질된 것 역시 이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진정한 애국심이란 무엇일까. 애국심을 비단 한 나라를 사랑하고 아끼는 차원의 문제로만 생각해서는 안 될 것이다. 대한민국이 소중하고 사랑해야 할 대상이라면 같은 민족인 북한 역시 애국심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나아가 다른 나라, 다른 민족에 대한 사랑도 필요할 것이다. 하물며 평화주의와 비폭력을 통해 모든 존재론적 사랑을 실천하고자 하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을 단순히 이기적 개인으로 치부해서는 안 될 것이다. “나는 너의 견해에 반대한다. 그러나 만약 당신이 그 견해 때문에 탄압받는다면 나는 당신이 그 견해를 지킬 수 있도록 끝까지 싸울 것이다.” 똘레랑스 정신의 무한한 포용성을 함의한 볼테르의 이상과 같은 문구에서 양심적 병역 거부 문제가 내포하고 있는 사회적인 갈등의 해결점을 모색해볼 수 있다. 양심적 병역 거부는 전쟁이라는 물리적 폭력에 대한 인간적 양심의 차원에서 국가의 강제 징집을 거부하는 하나의 정치적 견해로서 찬반을 떠나 민주주의 국가에서 마땅히 존중받을 의견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고질적인 반공 이데올로기와 근거 없는 안보 위기의식 조장을 통해 이러한 순수한 정치적 견해를 말살시키고 그것의 사회적 공론화마저 무색케 하는 보수세력의 비관용적 논리 앞에서 볼테르가 말한 똘레랑스 정신은 여전히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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