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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섹션 : 홍세화와함께하는예컨대 | 등록 2003.11.26(수) 제486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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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컨대] 대중문화 소비자들의 반란/ 조은혜 [홍세화와 함께하는 예컨대 | ‘얼짱’을 어떻게 볼 것인가]
조은혜/ 인천 부개여고 3년
대학 면접에서 누구를 가장 존경하느냐고 물었을 때 ‘서태지’라고 대답하는 사람들이 존재하던 시절이 있었다. H.O.T 멤버의 부상 소식에 수많은 십대 소녀들이 혼절하던 때도 있었다. 그러나 요즘은 어떤가. 여전히 10대 팬 문화는 건재하지만, 누구도 예전만큼 컬트적 인기를 누리고 있지는 못하다. 지금 10대를 타깃으로 하는 아이돌 산업이 전반적으로 활기를 잃어가고 있다는 분석은 그다지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얼짱 신드롬’은 단순히 외모지상주의가 빚어낸 한때의 유행으로 보기에는 석연찮은 구석이 많다. 인기 있는 얼짱의 인터넷 팬카페의 회원 수는 수백, 수천 단위를 가볍게 넘어가고, 팬들은 얼짱의 사인을 받으려고 줄을 서고, 얼짱은 인기에 힘입어 영화 등의 대중매체에 공식적으로 데뷔하기도 한다. 10대들은 왜 이렇게 얼짱에 열광하는가. 얼짱의 열기와 아이돌 산업 침체의 이유를 연관지어 생각해보자. 알려져 있듯이, 대부분의 아이돌 스타는 철저히 연예기획사가 만들어낸, 말 그대로 ‘기획의 산물’이다. 세상에 선보이기 전부터 그들의 이미지는 정해져 있다. 심지어 기획사들은 미리 어떤 이미지가 10대에게 인기 있을지 생각해 이미지를 만들어두고 거기에 맞는 후보를 물색하기도 한다. 발탁된 후보들은 다년간의 힘든 훈련을 거쳐 세상에 선보이게 되지만 자신의 목소리를 낼 기회는 별로 없다. 남이 작곡해준 노래를 부르고, 남이 만들어준 이미지에 맞추어 연기하는 그들에게서, 10대들이 공감을 발견하기란 점점 어려워진다. 이에 반해 얼짱은 조작이나 훈련을 거치지 않는다. 사실 만능 엔터테이너이길 요구받는 기존 연예인들과 달리 외모라는 비교적 단순한 평가기준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조작이 끼어들 여지가 별로 없다는 말이 더 정확할 것이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점은, 얼짱이란 철저히 ‘내가 만들어낸 스타’라는 점이다. 공개 게시판에 올라온 사진 한장을 보고 맨 처음 누군가가 ‘괜찮다’ ‘예쁘다’는 글을 올리고 그 글에 하나둘씩 동감을 표하는 덧글들이 달리면서 얼짱이 탄생한다. 이 단계에서 얼짱이란 단순한 숭배의 대상이 아닌 상호교류의 매개체에 가깝다. 이처럼 그들의 시작은 기존 연예인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처음 얼짱을 발굴한 사람들이 ‘내가 스타를 발굴했다’는 일종의 뿌듯한 자부심마저 갖게 되는 것을 보더라도 알 수 있다. 얼짱문화는 여러 가지 면에서 신선한 충격이다. 일단, 기성문화와 10대문화의 관계역전이라는 점이 그렇다. 전통적으로 청소년은 문화의 주체라기보다는 전 세대가 형성한 문화를 학습을 통해 전수받아서 보존하는 존재로 여겨지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얼짱을 만들어낸 10대들은 이런 수동적인 자세에서 벗어나 스스로 문화를 만들어내었다. 요즘은 40~50대들도 얼짱이 무엇인지는 알고 있다는 점을 들어 문화를 기성세대에게 전파시켰다고까지 평가하는 것은 섣부른 판단이겠지만, 적어도 가능성은 충분히 보여준 셈이다. 관점을 확대해서 적용해보면, 이것은 대중문화 창작자들에 대한 향유자들의 반란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굳이 독재시절의 스리에스(3S) 정책을 들지 않더라도 기존 대중문화가 소수에 의한 대중 조작의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었다는 점에는 그다지 이견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 얼짱 신드롬은 다르다. 탈산업사회의 입구에서, 향유자인 대중들은 인터넷 네트워크를 이용해 스스로의 문화를 만들어내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창작자에 해당하는 문화산업계는 이 자생적 경향을 뒤쫓느라 바쁘다. 이정도면 가히 ‘문화의 역류’라 할 만하다. 분명 얼짱 신드롬에는 부정적인 면도 존재한다. 공감을 얻어내는 수단이 오로지 외모라는 사실은 아무리 변명해도 비난을 면키 어렵다. 그리고 스스로의 개성적 인격을 만들기보다 특정인의 우상화와 동일시해 정체성을 찾으려는 10대문화의 부정적 단면도 엿보인다. 그러나 이런 면에 지나치게 집중하여 얼짱을 ‘10대들의 철없는 행각’쯤으로 치부해버리려는 태도는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또한 얼짱문화를 스타 등용문으로 좁히려는 상업적 태도도 지양해야 한다. 현 시점에서는 얼짱을 10대 나름의 새로운 문화현상으로 파악하고 종합적으로 분석해서 청소년 문화의 이해와 발전의 밑거름이 되게 하려는 태도가 가장 절실하다. - 조은혜/ 인천 부개여고 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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