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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섹션 : 홍세화와함께하는예컨대 등록 2003.08.13(수) 제472호

[예컨대] 인간은 이기적인가

[논술 길라잡이]

아이들 글을 읽다보면 ‘인간은 이기적’이라는 말을 자주 봐. 그런데 애들은 그게 당연하다고 보는지, 아무런 논거가 없더라구. 정말 그럴까? 지금부터 이걸 몇 차례로 나눠 살펴볼 생각이야.

<방법론 : ‘인간 본성→사회’인가, ‘사회→인간 본성’인가>

본성론과 사회이론의 상관관계

가령 인간의 본성, 즉 사람의 자연적 상태가 악하다고 치자구. 그러면 바람직한 사회는 가능한 한 자연으로부터 멀어진 상태, 즉 문명 상태가 될 거야. 그 문명은 자연상태를 최대한 억누르는 것이겠고. 각종 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여 사람의 사악한 본성이 힘을 못 쓰게 만드는 상태가 최선이라는 거지. 그러므로 성악설에서는 공권력을 긍정하든가, 아니면 이기적 본성이 합리적으로 발휘될 수 있다는 시장에 주목하게 돼. 반대로 성선설이라면 어떨까? 이들은 당연히 사람의 자연상태를 긍정할 거야. 무엇이 사람의 선한 본성을 훼손했을까? 당연히 인간 문명이 그렇게 했을 테지. 이들은 문명을 ‘인위적 장치’로 보고, 그 인위가 사람의 자연 상태를 오염시켰다고 봐. 따라서 이들은 반문명적 발상에서 원래의 자연 상태를 회복하는 방안을 모색하게 돼. 선한 본성을 일깨울 교육을 강조한다거나, 아니면 아예 ‘무지무욕’을 강조하는 데까지 나가겠지.

인간본성론의 도출 경로

여기서 우리는 인간본성론이 도출되는 경로를 추적할 수 있어. 그들의 설명은 인간 본성에서 출발해(본성→사회). 그러나 그들의 탐구는 정반대야(사회→본성). 그들 자신이 살고 있는 사회를 먼저 염두에 두고 그것을 역추적해서 인간 본성에까지 거슬러 올라간다는 거야. 만약 그들이 현 질서를 긍정하고 지금의 상태가 더 정교해져야 한다고 생각하면, 대체로 인간 본성을 악하다고 할 거야. 반대로 현재를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은 대체로 인간 본성을 선하다고 볼 거야. 이제 그림이 좀 그려지나? 인간본성론은, 사람의 본성이란 게 원래부터 있어서 나온 이론이 아니라, 현재 상태에 대한 자신의 판단, 자기가 사회를 보는 눈을 반영하는 이론이라는 거야.

‘이기적 인간’은 자본주의적 인간관일 뿐

대다수 사람들이 성악설을 수용하는 것도 그래. 그걸 받아들이면 현재의 삶이 잘 설명되거든. 너나 없이 이기적인 삶을 살더란 말이지. 그걸 이론적으로 설명해주니까, 얼마나 편해? 문제는 성악설을 받아들임으로써 자신의 인간답지 못한 삶을 합리화하고, 나아가 모두의 비인간적인 삶조차 당연한 걸로 생각해버린다는 데 있어. ‘사람은 원래 그래’라는 말로 말야.

그렇다면 새로운 인간관을 모색할 수는 없을까? 왜 없겠니? 앞에서 봤잖아. 인간관은 사회 현실에서 출발한다고. 그럼 해결책도 있는 거야. 지금까지와는 다른 삶을 이 현실에서 살아보는 거지. 이기적인 삶, 시장의 논리에 갇힌 삶을 벗어던진 전혀 새로운 삶, 이것이 새로운 인간관의 출발점이지. 이런 삶들의 연결과 교류를 만들 수만 있다면, 나와 우리로부터 신인류의 탄생이 이루어지는 것 아니겠어?

우한기 | 광주 플라톤 아카데미 논술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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