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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섹션 : 박창식의 노무현 읽기 | 등록 2003.06.26(목) 제465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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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식의노무현읽기] 나이스한 직장, 청와대? 업무환경 바뀌면서 야근 없어지고 퇴근시간 빨라져… 현재 내부 문제점 파악 중
노무현 정부의 풍속도 가운데 하나는 청와대 비서관·행정관들의 퇴근시간이 빨라진 점이다. 청와대 사람들은 대개 저녁 6시 무렵에 사무실을 나선다. 이 무렵 청와대 55호 면회실 앞길에는 줄지어 통근버스에 오르는 청와대 사람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김대중 정부 때만 해도 청와대의 사무실마다 밤늦도록 불을 밝혔으나, 지금 그런 사무실은 적다. 청와대 사람들의 퇴근이 빨라진 데는 이유가 있다. 청와대 사람들의 최종적 업무는 자료와 정보를 취합해 대통령에게 올릴 보고서를 작성하는 것으로 귀착된다. 그런데 과거 정부의 청와대 사람들은 가만히 사무실에 앉아 있어도 워낙 찾아오는 외부인들이 많기 때문에 도저히 낮에 보고서를 쓸 수 없었다. 반면 요즘 청와대에는 비서실 방문객이 과거보다 크게 줄었다. 따라서 비서관·행정관들이 낮에도 충분히 보고서를 작성할 수 있게 됐으며, 그 결과 야근 필요성이 없어진 것이다. 그러면 방문객이 줄어든 이유는 무엇일까.
‘귀찮게 하는’ 방문객이 줄었다
첫 번째로는 경제수석실, 교육문화수석실, 복지노동수석실과 같이 부처를 통할하는 소관 수석실 제도를 ‘불필요한 옥상옥’이라며 없앤 요인이 큰 것 같다. 그 결과 부처 공무원들이 업무협의를 해야 한다며 뻔질나게 청와대에 드나들 일이 없어졌다. 청와대 정책실이란 부서에서 부처별 정책추진 상황을 파악하긴 하는데, 정책실 직원들은 파악만 하지 간섭이나 지시는 못하도록 돼 있다. 두 번째로는 당정분리 탓이 있다. 예전 같으면 여당의 국회의원, 실세들이 수시로 청와대를 찾아 대통령이나 비서실장, 정무수석을 만났으며, 하위 당료 내지 정치권 주변을 맴도는 ‘정당인’들은 정무수석실의 비서관·행정관이라도 만나려고 청와대 주변을 맴돌았다. 정국 현안 조율도 용건이었고, 공기업체 감사 자리라도 하나 얻어보겠다는 청탁성 용건도 많았다. 그러나 지금의 청와대는 당정분리가 엄정하다 못해 썰렁할 정도로 정당 사람들의 발길이 끊겼다. 홍보수석실 같은 경우는 업무가 훨씬 단순해졌다. 언론사 동향을 파악하고 관리한다는 의미에서의 언론정책적 성격의 업무가 일단 없어졌다. 언론에 아부하지 말라는 노무현 대통령의 지시 때문에 언론인들에게 밥과 술을 사면서 접대할 일도 거의 사라졌다. 남은 일은 보도내용을 분석해 상부에 올릴 보고서를 작성하고 오보가 나오면 서류를 꾸며 언론중재위원회에 접수시키는 등의 행정적 업무 정도다. 청와대 사람들은 이런 변화 때문에 지난 몇달 동안 결과적으로 ‘나이스한 직장생활’을 즐겨왔다. 남들한테 선망과 경외의 대상이 되면서도, 정해진 시간에 똑 부러지게 일하고 제때 퇴근하는 것처럼 멋진 일은 드물기 때문이다. 그러나 청와대 사람들이 앞으로도 이런 ‘봄날’을 계속 구가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노무현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가 떨어진 가운데, 지금의 청와대 시스템도 수술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현 시스템이 지닌 문제점들을 일제 점검해 대통령 취임 6개월이 되는 8월 말까지 가시적 변화를 이루겠다는 내부 목표를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문희상 비서실장이 책임을 맡아 추진 중이라고 하는데, 그 결과에 따라 비서실 체제가 바뀔 수 있으며 일부 수석비서관이 경질될지도 모른다고 한다.
한겨레 정치부 박창식 cspcs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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