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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사포’ 맞는 청와대 출입기자 대통령 발언이 혼선으로 비치는 두 가지 이유…보수언론의 말꼬리잡기와 빠르고 거침없는 ‘노무현 화법’ 탓
5월29일 노무현 대통령이 청와대 옆 연무관에서 경호실 직원들의 경호 시범을 관람한 날, 출입 기자들 사이에서 일대 소동이 벌어졌다. 노 대통령이 “경호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유사시에) 새우처럼 몸을 구부려 나 자신을 보호하겠다”는 ‘새우 발언’을 한 날이었다.
그까지 가겠다? 끝까지 가겠다?
난리가 난 것은 청와대 홍보수석실 직원들이었다. “그럴 리가 없다”며 기자들을 영상실로 끌고 가 현장 녹화 테이프를 함께 확인하자고 했다. 주의깊게 되돌려본 결과 “그~까지 가겠다”였다. “거기까지는”, 즉 “실패하지 않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목표까지는 가겠다”는 뜻을 강한 부산 억양으로 발음해 기자들이 잘못 알아들은 것으로 판명나면서 소동은 마무리됐다. 노 대통령은 보수언론이 말꼬리를 비틀어 자신을 공격한다고 종종 항변한다. “지도자가 완벽한 언어를 구사하는 언어의 마술사가 아니라도 대개 지도자의 말이 언론에 보도되기에 적절하지 않은 말이 있다면 적절하게 걸러왔던 것이 지금까지 관행이었다고 저는 믿고 있다. 그러나 노무현의 것은 다 샅샅이 뒤집어내서 그렇게 보도하고 재밋거리로 삼았다.”(6월2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 노 대통령의 항변은 상당 부분 ‘이유 있다’고 판단된다. 실제로 김영삼 전 대통령의 경우 “강원도를 관광산업의 메카로…”를 “강간산업의 메카로…”와 같이 발음한 경우를 비롯해 수없는 말실수를 저질렀다. 오죽하면 ‘와이에스 시리즈’가 우리 사회에 회자될 정도였을까. 그러나 그 시절에는 ‘와이에스 장학생’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권력과 언론간 유착관계를 토대로 언론이 알아서 여과 역할을 해준 반면에, 지금의 노 대통령은 어느 때보다 적대적인 보수언론에 둘러싸여 있다는 근본적인 여건 차이를 갖고 있다.
수첩을 버리고 노트북으로…
그러나 노 대통령 자신이 원고없이 즉석연설 또는 특강을 자주 하는 데다 속사포처럼 빠르게 말을 쏟아낸다는 점도 커뮤니케이션 오류의 한 원인이 되는 것 같다. 역시 보수언론의 피해자라고 생각해온 김대중 전 대통령이 신문기자들이 어떻게 인용할지를 의식해 ‘자로 잰 듯이’ 표현을 정제하던 것과는 영 다른 셈이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노 대통령의 입인 윤태영 청와대 대변인마저 대변 실수를 저질렀다. 윤 대변인이 노 대통령이 한 회의에서 “방일 외교를 통해 북핵과 관련해서는 대화 이외의 방법을 ‘거부’한다는 시사를 했다”고 강한 톤으로 발표했다가, 뒤늦게 “그게 아니고 제가 잘못 알아들어서…”라고 정정한 것이다. 어쨌든 청와대 출입기자들은 노 대통령의 빠르고 복잡한 많은 말들을 손으로 수첩에 받아적는 데 한계를 느끼고, 대통령 행사장에 들어갈 때면 아예 노트북 컴퓨터를 들고 가기 시작했다. 기자들이 엄숙한 행사장에서 ‘타닥타닥’ 자판을 두드리자 청와대 의전담당자들이 “분위기 망친다”며 처음에는 싫어했는데, 최근 들어선 ‘사관’ 노릇을 하는 청와대 국정기록비서관실 직원도 자기 노트북을 가져와 함께 ‘타닥타닥’ 하기에 이르렀다.
한겨레 정치부 박창식 cspcs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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