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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자를 푸는 ‘고문서 탐정’ 김장호의 환상박물관/ 마야문자
10세기 초에 사라진 문명의 흔적 해독… 정녕 그들은 우리에게 무엇을 남겼을까
중앙아메리카 정글 속에서 화려한 문명의 꽃을 피우다 갑자기 사라진 고대 마야. 그들은 청동기와 철기를 사용할 줄 몰랐고, 인신공희의 악습을 떨쳐버리지 못했지만 아름답기 그지없는 피라미드를 세웠고, 천체의 움직임을 정밀하게 관찰해 1천만년이나 계산한 달력을 만들었다. 무엇보다 ‘마야문자’로 불리는 아름다운 문자가 있어서 그것을 그림으로 그리고, 조각으로 새겨 후대에 남겼다.
악마의 부적이라 불린 그림문자들
설명하지 못하는 것은 문명의 쇠락만이 아니라 그들이 남긴 문자도 그랬다. 동물과 인간, 신체부위와 일상생활 속의 물건을 형상화한 그림문자들이 분명 무엇을 말하고 있건만 사람들은 그냥 망연자실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마야문명이 사라진 자리에 들어선 백인 침략자들에게 원주민 문명의 흔적이란 두렵고 거추장스러운 존재이지 연구하거나 보존할 대상이 아니었다. 게다가 가톨릭 사제들은 ‘마야문자’를 아예 악마의 부적이라 단정하고 불사르는 등 파괴를 일삼아 해석의 근거가 될 자료도 남아 있지 않았다.
소련 학계의 성과 “뜻과 소리의 혼합문자”
그런데 ‘란다의 알파벳’을 도구로 고대 마야문명의 신비를 일순간에 벗겨낼 것 같이 덤벼들던 학자들은 말꼬리를 흐리기 시작했다. 신들의 이름 몇 가지와 ‘개’, ‘칠면조’, ‘집’ 등과 같은 기본적인 단어 몇 가지를 제외하곤 새로운 해독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떤 학자들은 “마야문자를 해독하는 것은 영원히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놓았다.
‘마야문자’에는 뜻은 전혀 다르나 단지 소리가 같다는 이유로 문장 속에서 바꾸어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뱀’, ‘4’, ‘하늘’ 등을 마야어에서는 모두 ‘칸’이라 하는데, ‘하늘이 맑다’라는 문장에서 ‘하늘’과 ‘4’가 같은 소리라는 이유로 ‘4가 맑다’라고 적기도 한다. 게다가 ‘검은 하늘’이란 말도 ‘검은 뱀’이라고 해석할 수 있어 연구자들의 골치를 썩인다. 그리고 마야어의 어순은 특이하게도 ‘동사-목적어-주어’로 되어 있으며, 적는 방법도 한문처럼 위에서 아래로 내려가는데 좌우 단어가 짝을 이루어 두줄로 내려 읽는다.
그들이 사라진 이유를 밝혀낼 건가
‘마야문자’를 통해 우리는 어쩌면 문명의 영화로운 한순간과 더불어 종말의 섬쩍지근한 이유도 읽어낼 수 있을지 모른다. 고대 마야의 예언서라 전해지는 <치람 바람>의 한 구절에서 느끼는 불길한 행간을 채울 수 있을지도…. “어느 날 먼지가 땅을 덮고, 질병이 세상에 가득하고, 약탈자가 이 땅을 빼앗고, 나뭇가지가 마르고, 전쟁의 깃발이 휘날려. 사람들은 숲 깊숙이 흩어지리라.”
김장호 ㅣ도상학연구가 alhaji@hanmail.net
참고문헌:
Michael D. Coe,
David Adamson,
나카무라 세이치, <마야문명은 왜 멸망하였을까>, 뉴턴프레스, 1999.
송영복, <마야문자 해독의 변천과 현안>, 외대어문논총 제9권, 1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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