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곱창, 그리고 살아남은 자들 ‘경제’가 보잘것없던 <시와 경제> 동인들의 안주… ‘장터곱창’에서 그 맛을 떠올리다
오늘도 영등포시장엔 휘황한 불빛과
그러나 이들의 문학적 지향과는 달리 동인 각자의 ‘경제’는 참으로 보잘것없었다. 대부분 감옥에서 갓 나와 변변한 직업을 못 가진 백수인 것은 물론, 사는 곳도 대개는 중심부에서 밀려 경기 광명 철산리, 서울 구로 가리봉동, 경기 부천 역곡 부근의 셋집을 전전하는 주변부 인생들이었다. 이 가운데 영등포 시장에서 곱창을 팔던 홍일선 시인의 ‘경제’가 그런 대로 좀 나았으니, 곧 그는 <시와 경제>의 ‘경제’부문을 맡을 수밖에 없었다. 영등포시장 중앙통을 따라 200여m 내려가면 홍 시인의 곱창 전문 백두산 정육점이 나오고, 정육점 뒤에는 나지막한 두칸짜리 그의 살림집이 있었다. 오후 7시, 시장의 악다구니도 조용해지고 시장 사람들이 손을 털며 뒷정리를 할 즈음, ‘경제’가 보잘것없는 <시와 경제> 동인들이 하나둘 나타나고, 잠시 뒤 홍 시인의 살림집에서는 푸짐한 곱창구이와 넉넉한 소주 인심으로 그해 오월 이후 살아남은 자들의 슬픔을 잊게 했다.
얼마 전 세표 하남거사 문학진 선생을 만나러 경기 하남에 들렀다가 문공의 손에 이끌려 어느 곱창집에 갔는데, 곱창 맛이 20여년 전 홍 시인 집에서 구워먹은 맛 그대로여서 아주 화기애애하게 소주를 여러 병 비웠다. 사실 곱창구이는 특별한 조리법이 필요 없다. 무조건 곱창이 좋아야 한다.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곱이 꽉 차 있고 밖으로 흘러내리지 않는 신선한 것이어야 곱창 맛이 좋다. 수입 곱창은 오랫동안 언 것을 녹여 구우므로 질기다. 문공과 함께 찾은 하남시청 앞 ‘장터곱창’(031-793-0582)은 여주인 전정숙(50)씨가 서울 가락동·마장동에서 신선한 한우 곱창만을 공급받아 손님들에게 내놓기 때문에 달콤하면서 졸깃한 곱창 맛에 하남 부근에서는 명성이 자자하다. 8년 전 식구와 자양동 어느 곱창 전문집에 갔다가 그 맛에 반해 직접 식당을 차려 지금껏 이어오고 있다(생곱창구이 1인분 1만원, 곱창전골 중 1만5천원, 대 2만원).
김학민 ㅣ 학민사 대표·음식칼럼니스트 hakmin8@hanmail.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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