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주인이 왕, 그래도 좋아! 다면평가로는 빵점인 김치찌개집 ‘장호왕곱창’이 단면평가로 백점인 사연
상관 혼자 주관적으로 판단해 부하의 운명을 결정하는 종래의 평가제보다 다면평가제는 더 합리적이고 객관적이다. 그러나 나는 다면평가보다는 단면평가를 더 좋아한다. 그렇다면 나는 다면평가제를 반대하는 개혁 저항세력인가 노 당선자의 생각과 말, 행동에 사사건건 시비를 거는 수구언론들이라면 쾌재를 부를 일이지만 좋아하지 마시라. 내가 평가하고자 하는 대상은 사람이 아니라 음식점이다. 음식점 평가항목으로는 먼저 맛이 첫째일 것이고, 다음으로 청결도·교통·주차시설·인테리어·인심·친절도·값·양 등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점들을 모두 고려해 평가하면 이것이 음식점 다면평가제일 것인데, 내가 <한겨레21>의 음식이야기에서 소개하는 집들은 맛과 인심 이외에는 아무것도 고려하지 않으니, 나는 음식점 단면평가제를 고수하는 것이다. 어쩌다 서소문 네거리 부근에 있는 김치찌개집 ‘장호왕곱창’에를 들르다 보면 어떤 때는 참 ‘그렇다’는 느낌이 든다. 여기서 그렇다는 것은 이 집의 환경 모두 그러하지만, 어렵게 짬을 내 찾아가 기다리다 가까스로 김치찌개를 시켜 허겁지겁 먹고 나오는 전 과정이 좀 ‘그렇다’는 것이니, 다음 이야기를 잘 읽어보시라.
줄만 잘 선다고 모두 김치찌개를 맛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1시40분 이후에는 줄을 섰더라도 손님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언젠가 나도 이 규칙에 걸려 입장을 거절당했는데, 패가망신을 각오하고 주인에게 청탁을 넣어보았지만 괜히 속만 보이고 말았다. 전에는 이렇게 아주 엄격했는데, 요즘은 좀 완화돼 1시40분까지 줄을 선 사람은 모두 입장시킨다. 선택의 다양성 그건 딴 데 가서 알아보시라. 그냥 주는 대로 1인분에 5천원짜리 김치찌개 한 가지고, 손님들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산’이냐 ‘참이슬’이냐의 ‘소주 선택권’과 라면 사리를 넣어먹을 수 있는 ‘자유’뿐이다. 손님들이 빨리 먹고 가기를 재촉하지는 않지만, 밥이 몇 숟갈 남지 않고 찌개국물이 바닥을 보이기 시작하면 다음 손님을 입장시켜 뒤에서 기다리게 하니 무언의 압력에 마지막 몇 숟갈은 그야말로 허겁지겁이다. ‘공급자가 왕’인 장호왕곱창집. 주차장 없음, 예약 안 됨, 환경 열악, 메뉴 선택권 없음 등, 다면평가제라면 이 집이 어디 좋은 음식점이라고 감히 명함을 내밀 수 있겠는가 그러나 개운하고 시원하면서도 새콤매콤한 이 집의 김치찌개 맛과 주인 김재하(60)씨의 넉넉한 인심은 나로 하여금 하늘이 두쪽 나더라도 음식점 단면평가제를 고집하게 한다. 학민사 대표·음식칼럼니스트 hakmin8@hanmail.net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