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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섹션 : 김학민의 음식이야기 | 등록 2002.08.28(수) 제424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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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민의 음식이야기 콩국수, 고소해 죽겠네 세계 콩의 원산지는 고구려… 누르스름한 우리 콩으로 만든 광정식당 쑥콩국수
한자로는 콩을 두(豆)라고 하는데, 사실 豆자는 원래 식기(食器)를 나타내는 글자였다. 갑골문이나 금문의 豆자 자형은 주로 발이 달린 그릇 모양으로 표현되어 있다. 그 자형에서 윗부분은 뚜껑을, 가운뎃부분은 그릇의 몸체를, 아랫부분은 높은 받침대를 나타냈다. 이 모양의 식기는 뒤에 제물을 담는 나무로 만든 그릇을 표현하는 것으로 변용된다. 한자에서 콩의 처음 이름이 숙(菽)이었음이 <시경>에 쓰여 있다. 그런데 숙의 꼬투리가 제물을 담는 나무로 만든 그릇 두(豆)와 비슷해 이후 콩의 이름이 두(豆)로 변한 것이다. 흔히 어리석은 사람을 일컬을 때 쓰는 ‘숙맥’(菽麥)은, 콩과 보리는 모양이 다른데 그것조차 구별하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콩의 원산지는 중국의 동북부 곧 만주다. <관자>에 제나라 환공이 만주지방에서 콩을 가져와 중국의 중부·남부지방에 보급했다는 기록이 있으며, 우리나라 함경북도 회령군 오동의 청동기시대 유적에서 콩이 출토된 점 등으로 미루어 콩의 원산지는 만주, 곧 삼국통일 전 옛 고구려 땅임이 확실하다. 일본에는 2천여년 전에 우리나라를 거쳐 전파된 것으로 추정된다. 유럽에는 17세기 말 독일에 처음으로 콩이 전해졌고, 미국에는 19세기 초에 콩이 처음 알려지고 20세기 들어서야 본격적으로 재배되었으므로 서양 사람들이 콩과 인연을 맺은 것은 의외로 오래되지 않았다.그러나 현재는 세계 총생산량의 70%를 미국이 차지하고 있고, 나머지는 중국이 생산하고 있어, 콩의 원산지로서 우리나라의 위치는 그저 그렇게 되어버렸다. 콩은 예로부터 우리 민족, 특히 서민들이 단백질 공급원으로 애용해왔다. 어린 풋대콩은 삶아서 먹고, 익은 콩은 콩밥·콩국수·콩자반·콩설기떡·콩엿 등을 만들어 먹는다. 또 콩을 가공해 두부·비지·된장·간장·콩나물·콩기름 등을 만들기도 했다. 조선 중기의 실학파 학자 이익은 <성호사설>에 “좋은 곡식으로 만든 맛있는 음식은 다 귀한 자에게로 돌아가 버리고 가난한 백성이 얻어먹고 목숨을 잇는 것은 오직 이 콩뿐이다…. 맷돌에 갈아서 정액만 취해서 두부를 만들면 남은 찌끼도 얼마든지 많은데 끓여서 국을 만들면 구수한 맛이 먹음직하다”고 썼다. 또 19세기 말 경상도 상주지방에서 필사되어 전해내려온 조리서인 <시의전서>에는 “콩을 물에 불려 살짝 데쳐서 가는 체에 밭여 소금으로 간을 맞춘 다음 밀국수를 말고”라고 기록되어 있다. 콩의 단백질과 지방질을 그대로 살릴 수 있는 콩국수가 우리 민중들 사이에서 아주 오래전부터 애용되어 왔음을 확인할 수 있다. 지하철 2·5호선 왕십리역 부근에 있는 광정식당(02-2296-0367)은 100% 국산 콩으로만 15년째 콩국수를 만들어오고 있다. 주인 강봉애(55)씨는 고향인 전남 곡성에서 생산한 콩만을 사용한다. 표백된 듯 새하얀 수입 콩과는 달리 누르면서도 푸르스름한 곡성 콩은 땅콩이나 깨를 함께 넣어 갈지 않더라도 콩 자체만으로 너무 고소하다. 이 집의 또 하나의 특징은, 10여년 전부터 밀가루 국수를 쓰지 않고, 밀가루에 쑥을 찧어넣은 쑥국수를 직접 뽑아 쓴다는 점이다. 향긋한 쑥냄새에 고소한 콩국맛이 산뜻하게 어울린다. 한여름에만 철 메뉴로 콩국수를 내놓는 다른 식당들과는 달리 이 집은 1년 내내 콩국수를 말고 있어, 콩국수 전문식당으로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자식들을 자기 몸보다 더 끔찍이 여기는 이 땅의 어머니답게 식당 이름도 두 아들 광기·정기의 이름 첫 자를 따 광정식당이다. 어머니를 닮은 미남 노총각 이광기(34)씨가 어머니의 정성과 기술을 착실히 전수받고 있다(콩국수 4천원).
학민사 대표·음식칼럼니스트 hakmin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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