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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섹션 : 건강 | 등록 2002.09.18(수) 제427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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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웃음은 보약 몸살리기
우리 문화에서 많이 웃으면 ‘싱거운 사람’, ‘실없는 사람’이라든가 “넌 허팟줄이 끊어졌느냐?”라는 핀잔을 듣기 일쑤다. 이런 문화에 익숙한 한 유학생이 1960년대 중반 미국에 유학을 갔을 때 일이다. 그때 그는 “미국 사람들은 참으로 많이 웃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텔레비전이나 라디오를 켜도 온통 웃음소리요, 파티에 가도 마치 웃는 시합이라도 하듯 경쟁적으로 웃고, 식탁에서도 웃지 않으면 야단이라도 맞을 사람들처럼 웃어대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미국에는 담낭(쓸개) 제거수술을 받은 환자가 많다던데 “혹시 쓸개 빠진 사람이 많아서 그렇게 웃어대는 게 아닌가”하는 생각까지 했다. 건강한 보통사람들은 가끔 웃어야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물론 병적이거나 비정상적인 상태에서 웃는 것은 치료를 받아야 한다. 사람은 웃을 줄 아는 유일한 동물이다. 정상적인 사람은 정상적으로 웃어야 한다. 한의학에서는 사람의 감정을 일곱 가지로 나눠 다루고 있다. 그것은 기쁨(喜)·노함(怒)·근심(憂)·염려(思)·슬픔(悲)·두려움(恐)·놀람(驚) 등으로 이를 칠정(七情)이라고 한다. 음식을 양념이라는 형태로 다섯 가지 맛(五味)을 골고루 배합해 영양의 조화를 이루듯 우리의 감정도 일곱 가지 감정을 골고루 경험하며 살아간다. 그래야만 건강한 정서를 유지할 수 있고 심신 전체의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만일 어떤 한 감정에만 치우치면 마치 음식을 편식하는 것처럼 건강을 해칠 수 있다. 웃는 것이 건강에 좋다고 덮어놓고 계속 웃기만 해도 좋지 않다. 어떤 나라에서는 고문의 수단으로 사지를 묶어놓고 사정없이 간지른다고 한다. 물론 이렇게 웃는 것이 몸에 이로울 리 없다. 사회가 우울하고 불안하면 많은 웃음이 필요하며, 많은 웃음이 특별히 필요한 사회는 우울하고 불안한 사회로 해석하는 것도 가능하다. 웃음이 건강에 도움이 되려면 즐거운 마음을 바탕으로 웃어야만 한다. 즐거운 마음으로 웃을 때 우리 몸에서는 ‘쾌감의 호르몬’이 분비된다. 약 20가지의 쾌감 호르몬이 있는데 이 가운데서 대표적인 것이 베타 엔도르핀이라는 호르몬이다. 이 호르몬은 우리 몸을 편안하게 해주며, 통증을 없애주고, 스트레스와 긴장을 풀어준다. 또한 생각이 잘 돌아가게 해주며, 모든 일에 능률을 향상시켜 준다. 웃는 것도 제대로(즐거운 마음으로) 웃어야, 한번 웃을 때마다 건강이 좋아지고(一笑一少), 웃는 집에 복이 들어오는(笑門萬福來) 법이다.
전세일 ㅣ 포천중문의대 대체의학대학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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