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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체제와 자유주의 미국 빙엄텀대학 임매뉴얼 월러스틴 교수의 자유주의 이해는 매우 독특하다. 그는 소련과 동구 사회주의권의 몰락은 자유주의의 승리가 아니라, 자유주의가 그 생명을 다했음을 입증해줄 뿐이라고 본다. 그에게 자유주의는 자본축적에 저항하는 위험계급들을 포섭하고 자본주의 세계체제에 정당성을 부여해온 이데올로기이다. 국가사회주의조차 그런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한 자유주의의 한 갈래라고 해석한다. 그에 따르면, 1789년 프랑스혁명 이전까지 자본주의 세계체제의 지배적인 세계관으로 보면 정치안정은 정상으로 봤다. 하지만 혁명과 함께 정치적 변화가 정상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이 세계관의 코페르니쿠스적 선회와 함께 근대사회의 3가지 이데올로기가 등장하게 된다. 보수주의는 변화가 가능하면 느리게 일어나는 것이 좋다고 봤다. 자유주의는 전문가의 합리적 평가에 따라 꾸준한 사회적 변화가 일어나는 것을 바랬다. 사회주의자들은 전문가 아닌 대중의 압력에 의거해 급격한 변화를 촉진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로 경쟁하던 세 이데올로기는 그러나 차츰 자유주의를 중심으로 수렴하게 된다. 무엇보다 세 이데올로기는 모두 국가를 이용해 합리적으로 경제발전을 이룰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1차 세계대전 뒤 보수주의와 사회주의자들은 모두 민족자결(민족해방)과 국민국가에 의한 경제발전(사회주의 건설)을 추구하게 된다. 둘 다 자유주의의 합리적 변화노선을 근본적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평등한 정치적, 경제적 권리를 향한 대중의 민주주의적 요구는 철저히 배제되고 만다. 자유주의 원리는 자본주의 세계체제의 전반적 위기와 더불어 한계를 드러낸다. 대다수 개발도상국들은 저개발의 악순환에 빠져들었고, 서구 복지국가들도 축적위기에 봉착했다. 1968년 혁명은 자유주의의 위기가 전면화된 계기였다. 그리고 1989년의 몰락은, 국가를 이용한 합리적 변화 이데올로기로서의 자유주의 자체가 더이상 지속될 수 없음을 입증한 사건이라고 그는 주장한다. 그러나 월러스틴은 자유주의 이후의 세계가 어떤 모습일지에 대해선 명확한 설명을 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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