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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손과의 작별 영국의 경제학자 J. M. 케인스가 정립한 현대자본주의 경제이론인 케인스주의는 1930년대 세계대공황 직후 유럽 각국 사민당의 경제이론으로 채택됐으며, 이후 오랫동안 좌파와 우파를 막론하고 여러 정부가 경제정책 운용의 기본으로 삼았다. 케인스주의는 과거 자유방임에 기초한 자본주의 경제이론과는 정반대 방향에 서 있다. 이전의 경제이론은 보이지 않는 손, 곧 시장에 맡겨두면 모든 문제가 저절로 해결되리라고 가정했다. 공급은 저절로 수요를 창출하며, 정부의 개입은 시장의 왜곡을 불러와 경제적 효율성을 떨어뜨린다고 보았다. 균형예산, 긴축, 금본위제가 경제정책의 핵심에 놓여 있었다. 생산과 분배는 대체관계로서, 노동자나 실업자에 대한 임금이나 사회적 서비스의 증가는 생산비의 상승과 성장에 필요한 투자재원의 축소를 의미했다. 그러나 대공황은 이런 기존 경제학의 가정들을 여지없이 뒤흔들었다. 수많은 생산품들이 팔리지도 못한 채 창고에서 썩어가야 했고, 거대한 실업자군은 자본주의체제 자체를 공공연히 위협했다. “자율적 시장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낸 이 역사적 경험으로부터 이른바 ‘시장의 폭력성’을 어떤 방식으로든 극복해야 할 필요성이 대두”됐다.(송호근, 계급타협의 비교정치경제, <계간 사상> 94년 봄) 케인스는 1936년 <고용, 이자 및 화폐에 관한 일반이론>으로 자유방임 자본주의에 이론적 종언을 고한다. 그는 유효수요의 원리에 기반해 대공황은 생산증대를 따라가지 못하는 수요의 부족에서 비롯됐다고 보고 국가는 적절한 재정지출을 통해 국민요구에 맞는 수요를 창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소비확대야말로 경제성장의 견인차이며 완전고용을 실현하는 방안이라고 주장했다. 수요확대는 사회간접자본에 대한 대대적 투자와 함께 노동자들에 대한 복지제도의 전면적 확대로 나타났다. 케인스주의 덕분에 서구 자본주의국가는 60년대 말까지 약 30여년에 걸쳐 꾸준한 경제성장을 이룩했다. 노동자들도 요람에서 무덤까지의 전면적 복지를 보장받았다. 그러나 70년대 초부터 촉발된 스태그플레이션 등으로 복지국가 위기론이 대두하면서, 케인스주의적 타협은 위기에 봉착했다. 이후 케인스주의에 맞서 정부의 개입 축소와 복지 감축을 내세운 신자유주의가 영·미권을 중심으로 세력을 확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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