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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안부 검사’도 법조인인가? 송두율 교수가 구속되는 상황까지 벌어지면서 공안 검찰의 비상식적 수사 방식과 그에 부화뇌동한 법원의 처사에 대한 시민사회의 비난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송 교수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되기 전인 지난 10월13일 노무현 대통령은 국회에서 “엄격한 처벌도 중요하지만 우리 사회의 폭과 여유와 포용력을 전 세계에 보여주는 것 또한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처벌을 피할 수 없더라도 전 세계가 지켜보고 있는 만큼 합리적 방식의 처리를 간곡히 부탁한 것이었다. 그러나 공안 검찰은 이를 보란 듯이 무시했다. 재신임 정국으로 송 교수 문제는 관심 밖으로 밀려나 있지만, 그에 대한 처리는 여전히 우리 사회의 성숙도를 측정하는 리트머스 시험지일 수밖에 없다.
■ ‘구속영장’인가, 아니면 ‘전향압박 영장’인가.
검찰이 송 교수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한 이유는 검찰 스스로 인정하듯 ‘구속할 만한 사안’이기 때문이 아니라 ‘전향을 압박하기 위해서’였다. 검찰은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구속이 반드시 기소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는 말을 강조했다. ‘기소를 전제로 하지 않은 구속영장 청구’라니! 사실 이것은 전 세계 사법 역사에 한 획을 긋는 획기적 조처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것은 송 교수의 태도 변화에 따라 공소보류나 기소유예 조처를 할 수 있다는, 검찰의 얄팍한 제스처일 뿐이었다. 태도 변화는 이른바 ‘전향’을 뜻하는 것이었다. 민변 소속의 한 변호사는 이를 두고 “공식적으로 사라진 제도인 ‘전향제도’를 공공연히 내세우며 피의자를 압박하는 공안부 검사들 역시 스스로를 ‘법조인’이라고 생각하는지 무척 궁금하다”고 꼬집었다. 사실 송 교수의 구속영장 청구와 발부는 법치주의 잣대로는 이해하기 힘든 처사였다. 구속영장 청구의 가장 큰 이유는 증거인멸과 도주의 우려다. 송 교수는 자신에게 체포영장이 발부된 사실을 알고 입국했다. 또 국정원과 검찰 등 수사기관은 귀국 이후 한달 넘게 불구속 상태에서 조사를 진행했다. 이는 수사기관 스스로 구속할 필요가 없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도주의 우려가 전혀 없다는 얘기다. 송 교수는 입국 이후 서울 수유리 아카데미하우스에 묵었다. 국내에 마땅한 생활근거가 없는 인물이, 그것도 입국 이후 열흘 이상 텔레비전 뉴스를 장식해 자신의 얼굴을 온 나라에 알린 사람이 어디에 숨을 것인가. 증거인멸 가능성 역시 0%였다. 닷새에 걸친 국정원 조사와 9번에 걸쳐 이뤄진 검찰조사로 수사기관이 그에게 묻고 싶은 것은 대부분 조사가 됐다고 볼 수 있다. 또 그에 대한 증거는 이미 검찰이 모두 확보하고 있다. 관련자들의 진술을 바꿀 수 있는 처지도 아니었다. 특별히 추가로 조사할 것도 없으면서 뒤늦게 구속하는 것은 신체의 자유를 빼앗고 억압 상태를 만들어 수사기관이 주장하는 혐의를 인정하라고 강요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 과연 정치국 후보위원인가.
송 교수에 대한 핵심 혐의내용은 송 교수가 과연 조선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선임돼서 활동했는가의 여부다.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는 문제와 관련해 이 부분이 가장 중요하다. 나머지 혐의는 대부분 공소시효가 끝났거나 곁가지에 속하는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송 교수는 다른 것은 모두 인정하더라도 정치국 후보위원에 선임돼 활동했다는 혐의만큼은 인정할 수 없다는 태도인 데 반해, 수사기관은 입증할 자료가 많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단 수사기관은 김일성 주석과 오진우 인민무력부장의 장례식 장의위원 명단에 김철수라는 이름이 언급됐다는 점을 객관적 근거로 꼽고 있다. 이외에 북쪽에서 발간되거나 대외적으로 공표된 어떤 공식 기록에도 송두율이나 김철수라는 이름의 정치국 후보위원은 없다. 물론 장의위원 명단을 표시하면서도 후보위원에 대한 표시나 언급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수사기관은 송 교수가 자신의 저서 <통일의 논리를 찾아서>에서 김철수를 정치국 후보위원의 범주에 포함시킨 것을 두고 “누구도 모르는 사실을 적시한 것으로 보아 송 교수가 김철수가 맞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송 교수쪽에서는 “사회주의 사회의 권력구조를 분석하면서 김일성 장례식의 장의위원 명단을 한 기준으로 삼아 분류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는 이 책에서 장의위원 명단에 올라 있는 김병식 부주석을 분석표에서 빠뜨리는 허술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수사기관이 또 다른 근거로 내세우는 황장엽·이한영·오길남·박병엽씨 등의 진술 역시 송 교수가 후보위원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내용은 없다는 게 송 교수쪽 설명이다. 송 교수쪽은 무엇보다 북한 권력의 핵심 가운데 핵심이며 당 중앙위원회의 공개적 절차를 거쳐 공표되는 공적인 자리인 정치국 후보위원이라면 그에 상응하는 활동을 해야 하는데 그런 활동을 벌인 적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송 교수쪽에서는 북한 내부자료에서 자신을 ‘상층 통일전선 대상’으로 언급한 점만 봐도 자신이 정치국 후보위원이 될 수 없다고 말한다. 후보위원 논란은 기소 이후에도 가장 뜨거운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창석 기자 kimc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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