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 세계 지성이 본 세계
미국의 일방주의와 유럽방위체제의 설립, 그리고 국제안전보장체제의 모색
사진/ 샤를 조르그비브(Charles Zorgbibe)ㅣ파리1대학 교수·국제정치학
유럽 시각으로 보면 2003년은 세 가지 도전의 해가 될 것이다. 미국의 일방주의에 대한 분쟁, 유럽 방위체제의 설립, 그리고 국제 안전보장체제의 모색이 그것이다.
레이건 시대의 부활, 미국의 일방주의
9·11 참사 이후 부시 미국 대통령은 자신의 부친과 클린턴 대통령이 전개한 신중외교를 폐기했다. 두 선임자들 시대에는 국제관계의 일반적 분위기가 긍정적인 ‘민주주의의 확장’이었다. 그러나 현 부시 대통령이 등장하자 갑자기 세계는 냉혹해졌다. 세계는 위험하고 불안전하고, 증오와 야심이 가득 차 있으나 미국의 패권은 보기보다 연약하다고 느껴진다. 현재 두 가지 선악이원론이 대결하는데, 하나는 ‘십자군과 유대’에 대한 투쟁이며, 다른 하나는 일종의 서양 근본주의의 투쟁이다. 부시 대통령은 2002년 1월29일 연설에서 “많은 사람들은 비극 속에서도, 아니 특히 비극 속에서 신은 가까이 있다는 것을 재발견하고 있다”라고 선언했다. 레이건 시대로 돌아간다는 뜻인가 적은 바뀌었지만 서양이 땅의 소금이라는 신념이 또다시 강화되고 있다.
미국의 이라크 전쟁에 대한 집념 때문에 부시 행정부의 일방주의에 대한 비판이 유럽-미국 논쟁의 중심이 되었다. 그러나 일방주의의 유래는 좀더 자세히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한편으로는 윌슨 대통령이 주장한 ‘민주주의적 국제주의’ 수사학은 부시 독트린에도 남아 있어 미국의 메시아 신앙에 연결되어 있다. 즉, 이 신앙은 법치국가, 방대한 상업시장과 같은 미국 역사의 성공법에 입각해 마침내 자유주의적 조화를 이룬다는 신념이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미국이 윌슨의 근본개념, 즉 법에 근거를 둔 평화질서라는 개념과 기본적으로 단절된 것은 확실하다. 그러나 지적하고 싶은 것은, 단절이 이미 클린턴 대통령 때 일어났다는 점이다. 클린턴은 그의 선거공약에서 미국이 세계에 대해 약속할 때는 국제기구를 통해서 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클린턴은 윌슨과 마찬가지로 실패했다. 1920년대 미국의 상원이 국제연맹 규약을 거부해 윌슨의 업적을 망쳐버린 것과 마찬가지로 1990년대 미국 의회는 일방주의를 강요했다.
또한 냉전 뒤의 국제 시스템에서 문제되는 것으로 예방 무력행사가 있다. 유엔헌장 제51조에 의한 정당방위권 확인은 문제의 핵심을 딴 데로 돌리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유엔안보이사회는 최후결정권을 장악하고 있으며, 정당방위 행사를 사후에 합법화하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 현재 하버드대학 케네디 행정대학원장이며 전 국방차관인 조지프 나이가 어느 정도의 다자주의 요소를 가미한 상대적 일방주의를 대강 그려놓은 것이 있으나 ‘유엔에서 나토에 이르는 다자주의적 기구망’이라는 표현의 흐릿함은 오히려 ‘약한 국제사회’ 모델을 상기시키고 있으며, 냉전종식으로 인해 탄생가능하게 보인 중앙집권적 집단안보체제는 아니다.
미국과 견줄 수 있는 ‘유럽방위체제’
사진/ 진실한 국제안전 시스템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인도주의적 상황평가기구 설치 등을 위해 유엔헌장을 큰 폭으로 개정해야 한다. (GAMMA)
유럽 방위조직운동은 1998년 가을부터 영국·독일·프랑스 3개국의 추진력 아래 갑자기 가속화되기 시작했다. 방식은 실용주의적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 이유는 유럽 방위조직이 나토 안에서 진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완성하면 미국은 유럽에 위기가 있을 때 직접 개입하지 않아도 유럽 평화유지 방위조직에 의지할 수 있기 때문에 결국 미국에게도 이익이 될 것이다. 유럽 방위조직 정책은 1999년 12월10~11일의 헬싱키 유럽 정상회의에서 구체화돼 먼저 5만명 내지 6만명의 병력으로 구성된 유럽 군단을 형성해 2003년부터 작전가능하게 될 것이다.
이처럼 유럽의 군사개입력이 조성되면 유럽은 자기의 독자적 예비방어와 안정전략을 전개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현재 유럽의 잠재적 군사력은 재래식 군사력에서나 핵 군사력, 우주방어망, 탄도미사일, 반미사일 방위망 등 모든 분야에서 초군사국가 미국과 견줄 수는 없다. 그러나 유럽 여러 나라들을 합하면 나토 안에서 미국과 견줄 수 있는 수단을 보유하고 있다. 유럽 나라들은 나토 예산의 4분의 3을 담당하고 있다. 유럽의 독자적 방위체제 형성에 성공하느냐 못하느냐에 따라 유럽은 세계적 강대국으로 등장하느냐 그렇지 않으면 단순한 유럽 자유무역지대에 지나지 않을 것이냐가 결정된다.
진실한 국제안전시스템을 추구하라
사진/ 유럽의 독자적 방위체제 형성 여부는 유럽이 세계적 강대국으로 올라서느냐 못 서느냐를 결정할 것이다. (GAMMA)
진실한 국제안전 시스템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유엔헌장을 큰 폭으로 개조해야 한다. 이에 관해 주요한 세 가지를 지적할 수 있다.
첫째, 코소보전쟁 이후 일어난 논쟁(나토는 세르비아가 자행한 인종청소에 대해 옳은 반응을 했는가 아니면 그 개입으로 인종청소를 악화시켰는가)에서 본 바와 같이 국제여론 일부에서는 ‘인도주의적 긴급대책’ 또는 ‘인도주의적 대재앙의 절박’ 등의 논법에 불신을 표시하고 있다. 유엔안보이사회 부속으로 하나의 독립된 인도주의적 상황평가기구를 설치한다면 평화유지 또는 평화강요 작전의 투명성을 위해 하나의 발전이 될 것이다. 더불어 예방외교망의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둘째, 안보이사회 상임국가들의 자가권력을 제한해야 한다. 개조된 유엔헌장에서는 안보이사회 상임국들로 하여금 거부권 행사를 자제하도록 하는 방향으로 이끌어야 한다. 특히 안보이사회가 상기한 독립적 기구에 의해 인정된 인도주의 재앙사태를 다룰 때는 거부권 행사를 자제해야 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안보이사회 위임 아래 국제공동체의 진정한 개입 의무감이 탄생한다. 이러한 안보이사회 상임국들의 자가권력 제한만이 냉전 이후 시행된 국제 시스템의 재통합을 반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지 않고 ‘평화유지를 위한 단합’(유명한 ‘메치슨 결의’로서 한국전쟁 때 채택되어 안보이사회가 기능 마비상태일 경우에는 유엔총회가 전쟁과 평화문제를 다룰 수 있도록 한 것) 식의 절차에 의지하면, 이것은 유엔을 냉전 때의 대결과 기만술 시대로 돌아가게 하는 것이 된다.
셋째, ‘인류보호’ 개념을 부활해야 한다. 19세기 고전적 법률가들에게는 ‘인류의 보호’만이 군사개입을 합법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개념은 ‘인간사회의 상해’에 기초를 두고 있는데 그 뜻은 내부분쟁에 참가하는 자들 가운데 어느 한 사람이 기초적 인권을 유린한 것을 뜻한다. 냉전 종식 이후 ‘인류보호’ 상황이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아프리카만 해도 소말리아·라이베리아·시에라리온 등 직접 관계된 나라들 보고 재래식 규정에 따라 동의권을 지키라 한다. 그러나 국가부재 상태, 행정기구 붕괴, 주민 안전도모 불가능 상태서 어찌 규율을 지킬 수 있겠는가. 이러한 문제에 대해서는 독립적 기구의 평가를 거쳐 안보이사회가 ‘인류보호’ 사태를 인정함으로써 국제 공동체의 개입에 필요한 엄숙성을 줄 수 있다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