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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은 살아 있다?
이렇게 인형은 옛날 아이들에게만 좋은 친구가 되었던 것이 아니다. 특히 사람의 외양을 본뜬 인형이란 참 묘한 존재여서, 마치 인간의 분신과도 같이, 낯설고도 친밀한 감정을 유발시킨다. 그래서 때론 조물주가 된 듯한 기분이 들게 하거나 혹은 내 감정을 온통 투사시켜도 좋을 존재로 느끼게도 한다.
그래도 ‘인형’ 하면 떠오르는 것은 역시 ‘미소녀 인형’이다. 어떤 인간적인 불균형이나 부조화도 없이 완벽하게 아름다운 외모를 자랑하며 눈이 부시도록 화사하게 차려입은 ‘공주 인형’들은 시대와 나이에 구애됨 없이 사람들을 매혹시켜왔던 것 같다. 원래 미소녀 인형은 중세 유럽에서 도자기로 만들어졌던 비스크 인형, 일명 프랑스 인형에서 비롯되었다. ‘앤티크’에서부터 최신 인형 디자이너 제품까지 꽤 고가품인데, 전문 쇼핑몰 사이트(arianna.icircle.co.kr, edolls.co.kr)를 둘러보면 우리나라에서도 굉장한 마니아들이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요즘 특히 인터넷에 마니아 사이트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는 것은 일본에서 발달한 ‘구체 관절 인형’이다(yuki666.anipy.com, my.netian.com/~shriek 등). 프랑스 인형과 비슷하지만, 각 관절을 구부릴 수 있게 제작되어 여러가지로 움직일 수 있는 등, 더욱 인간에 근접하다. 이들 구체 관절 인형 마니아는 이미지 수집자, 실물 수집자, 제작자로 나뉠 수 있는데, 아직 우리나라에는 본격적인 제작자는 없어 보인다.
하긴 인터넷의 웹환경은 그것이 2차원적이기 때문에, 아무리 멀티기술을 동원한다 하더라도 대상에 대한 완벽한 존재감을 만들어 내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특히 귀기스러울 정도로 섬세한 인형의 이미지가 펼쳐지는 사이트들에선 우리는, 정적이고 2차원적인 시각물만으로도 마치 인형이 살아 있는 듯 느껴지는 존재감에 빠져든다. 그래서 피그말리온의 신화는 되살아나는 것일까? 자신이 만든 조각상에 빠져든 나머지 조각상에 생명을 불어넣고 결혼식을 올렸다는 한 고대 조각가의 이야기 말이다.
이수영/ 인터넷서퍼·자유기고가 chien7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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