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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엄하여라, 태양의 도시 고대인들의 혼이 서린 바알베크사원의 감동적인 풍경, 그저 바라만 보아도…
“칼 하그는 가까스로 눈을 뜨고 깊은 경외심으로 웅장한 사원을 바라보았다.” 1859년 당나귀를 타고 시리아를 거쳐 레바논까지 여행한 이 독일 화가는 2주일 동안 베카계곡의 바알베크 폐허에 앉아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그로부터 142년이 지났지만 이 로마양식 사원은 여전히 많은 방문객을 유혹하고 있다. 이 세상에서 가장 큰 6개의 기둥이 찬란하게 빛나는 푸른 하늘과 맞닿은 바알베크사원의 감동스런 풍경 앞에 압도당하지 않을 이는 정녕 없을 듯하다. 눈으로 뒤덮인 거대한 레바논산과 조화를 이룬 그 장엄함이란!
팔미라호텔에서 하룻밤을
그리스나 로마인들은 이걸 ‘헬리오포리스’니 ‘태양의 도시’라 불렀다. 로마제국에 이 바알베크가 중요했던 것은 로마연합의 동맹으로 설명할 수 있는데, 바알베크가 고대무역의 중심지에 걸터앉아 있다는 전략적 가치 탓으로 기원전 16세기 아우구스투스가 2개의 로마군단을 설치한 곳이다. 예술애호가들을 위한 정보 하나. 고대인들의 혼이 서린 바알베크의 폐허는 1955년 국내외 예술가들의 여름축제장으로 환생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이 세계적인 예술축제는 1970년대 말 시작된 전쟁과 함께 사라지고 바알베크는 다시 돌보는 이 없는 가운데 주민들의 쓰레기장이 되고 말았다. 그런데 압둘 나비 엘-아피라는 한 사나이가 개인적인 열정 하나로 현장의 쓰레기를 치우고 꽃을 가꾼 덕분에 다시 바알베크가 힘겹게 부활하게 되었다. 그곳에서 엘-아피가 끊여내는 따끈한 아라빅 커피 한잔을 마시며 바알베크를 바라본다면 당신의 여행은 인간에 대한 신뢰로 가득 차게 될 것이다. 부디 놓치지 말 것. 고대도시에서 벌어지는 이 현대예술을! 올해 이 예술제에는 만술 라흐바니의 뮤지컬 <아부 타엡 알 무타나비>(7월5∼7일)와 ‘스팅’이 참가하는 팝-록음악제(7월13∼14일) 그리고 파리오페라 발레단의 ‘크라비오’(7월20∼21일)와 파코 드 루치아의 째즈플라멩코(7월28일), 카르미나 부라나 모누멘탈오페라(8월3∼4일), 잘츠버그 챔버솔로이스트(8월11일) 같은 볼 만한 거리들이 줄을 잇고 있다. 바알베크의 경험은 이것으로 충분하지 않다. 옛 영화를 간직한 120년 묵은 팔미라호텔에서 하룻밤을 지새워보지 않는다면 말이다. 비록 현대적 시설을 갖추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고풍스런 맛에서는 어떤 ‘실수’도 없는 곳이다. 1차세계대전 때는 독일군의 본부로, 2차세계대전 때는 영국군의 본부로 쓰였던 이 호텔은 역사 그 자체다. 카이저 빌헤름2세, 찰스 드골, 브리지트 바르도, 루돌프 누리예프, 알렌비 장군, 알폰소 스페인임금, 아비시니아 임금… 이런 이들이 한때 이곳을 스쳐갔다고 하니 해묵은 방명록을 들춰보는 재미도 빼놓지 말 일이다.
남부레바논 해방의 요새이기도
정치적 배경을 알고보면 바알베크는 훨씬 더 아름답게 보일 것이다. 바알베크는 그 ‘악명 높은’ 헤즈볼라- 미국의 눈에는 세계 최고의 테러리스터 집단쯤으로 보일지 몰라도- 가 침략자 이스라엘에 맞서 22년간 항쟁 끝에 성공적으로 남부레바논을 해방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군사요새이기도 했으니, 사실을 알고 본다면 해방역사의 도도한 기운에 젖어 세계시민으로 일체감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참고로 한마디 덧붙이자면, 베이루트에서 베카계곡을 오가는 길거리에서 라브네 샌드위치로 출출한 배를 채우는 것도 이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다. 자흐레의 크사라 양조장을 들러 지하동굴에서 발효시킨 한잔의 포도주로 피로를 푸는 것도 매력. 베르도우니강 상류를 빼곡이 매운 자흐레의 야외식당에서 레바논 특유의 구운 고기에 아락(전통술) 한잔을 곁들인다면, 아스라한 이국적인 정취에 취해 당신은 어느덧 방랑자가 되어 있을 것이다. 행여 아직도 치안문제가 염려스러워 레바논 여행을 주저하는 이들이 있다면,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1991년에 내전이 끝났고, 2000년에 이스라엘군도 떠났다. 이제 레바논은 지구상에서 다시 한번 가장 안전한 여행지로 되돌아왔다.
림 핫다드(Reem Haddad)/ <더 데일리 스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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