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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가 출렁인다 북한의 주변국 향한 잰 걸음 돌진…경제살리기 외길 수순에 나선 듯
북한이 뭔가 작정한 듯 거침없이 변화의 소용돌이로 돌진하고 있다. 남북관계를 비롯해 수렁 속에 빠져있던 북-미, 북-일 관계가 대화 분위기로 급반전되고 있고, 중국과 러시아도 각기 목소리를 높이며 한반도 문제에 거간 노릇을 자처하고 나섰다. 거센 변화의 머리 부분인 북한이 꿈틀거리면서 몸통이나 꼬리 부분인 관련국들도 덩달아 요동을 치는 격이다. 급기야 북한은 남북장관급회담 예비접촉을 시작하면서 동시에 미국에 유엔사 장성급회담을 열자고 요구했다.
거침없는 몸동작, 변화의 소용돌이
북한은 6.29 서해교전 이후 본격적으로 선보인 개혁.개방 조처, 이례적으로 신속한 북한의 서해교전 발생 유감 표명, 백남순 외무상의 ARF 참석등을 통해 한반도 변화의 주도권을 유감없이 휘두르고 있다. 특히 때마침 열린 ARF에서 보여준 백 외무상의 전방위 활동은 국제무대에서 북한의 외교수준을 한 단계 높였다는 평가까지 받고 있다. 또 포럼 참석 내내 가식없는 유연한 태도를 보여줘 다른 참석자들을 놀라게 했다는 게 정부 관계자들의 귀띔이다. 특히 남한의 최성홍 외교부 장관은 지난 4월 <워싱턴포스트>에 실린 자신의 인터뷰 내용을 구실삼아 북한이 남북경협추진위원회까지 무산시킨 적이 있어 왠지 서먹했으나, 북한대표단은 최 장관을 깍듯이 예우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북한 대표단은 "남북장관급회담 등이 잘되면 좋겠다"며 "국제무대애서 싸우지 말고 새로운 문화를 가꿔가자"는 덕담도 건넸다.
정면돌파 없으면 정권 위기로 치달아
그렇다면 북한 변화의 끝은 어디일까. 중국과 러시아의 뒤를 부지런히 쫓아갈까. 북한과 오랜 인연을 맺어온 기업인들과 정보기관 관계자들은 이 물음에 뜻밖의 간명한 답을 내놓는다. "선택의 여지가 없다." "외길이다." 북한 정권은 지금 배수의 진을 치고 있다는 얘기다. 또다시 구태를 답습하면 벼랑에서 떨어지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에 정공법으로 위기를 돌파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들이다. 물론 이 돌격대의 선두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자리잡고 있다. "군수경제인 제 2경제는 1단계 목표를 달성햇으나, 여기에 전념하느라 민생경제 부문인 제1경제가 엉망이 돼버렸다. 부끄러워 고개를 들지 못하겠다. 이제부터라도 제1경제를 살리는 데 몰두할 테니 좀 도와달라." 98년 말 남한 유력 기업인을 만난 자리에서 김 위원장이 한 말이다. 이 기업인은 김 위원장이 지금 '이중, 삼중고'를 겪고 있을 것이라고 귀띔한다. 그는 현재 김 위원장이 이끄는 북한의 상황을 일종의 '풍선효과'로 설명한다. 어느 한쪽을 누르면 다른 한쪽이 불쑥 튀어나오고, 튀어나온 곳을 다시 누르면 다른 곳이 또 불룩 튀어나온다는 것이다. 결국 이러다 보면 풍선이 제 모습을 갖추기 어렵게 되고, 잘못 다루다 보면 언젠가 터질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북한 내 어떤 불만세력을 간신히 잠재우면 또다른 불만세력이 생겨나는 이치와 비슷해보인다. 또 군수경제를 키워놓으면 민간경제가 엉망이 되고, 민간경제에 눈을 돌리면 금방 군수경제가 삐걱거리는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다. 김 위원장은민간부문을 정상으로 되돌려놓기 위해 나름대로 무진 애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관측통들은 체제 내 보수강경 세력의 반대를 무릅쓰고 금강산을 남한 관광객에게 개방한 것이나, 올해 아리랑축전 형식을 빌려 외국인들에게 평양을 개방한 것도 이런 고육지책의 하나라고 말한다. 김 위원장은 특히 아리랑 축전에 심혈을 쏟은 것으로 보인다. 북한 주민들이 이 기간을 앞으로 더 큰 폭의 문호개방에 대비한 심리적인 적응기간으로 삼도록 했다는 얘기다. 하지만 금강산관광도, 아리랑축전도 기대에 훨씬 못 미치는 결과를 낳았다. 아리랑 푹전은 국가 재정에 주름살만 하나 더 늘게 한격이 됐다. 북한 지도부에 더 큰 위기감을 안겨준 것은 한두달 전에 단행된 것으로 알려진 물가와 환율인상 조처였다. 정보 관계장에 따르면 김 위원장이 애초 가격인상 조처를 단행하며 겨냥한 것은 북한 주민들이 장롱 속이나 김칫독 안에 숨겨둔 달러나 식량 등 각종 생활물자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달러나 식량등의 가격을 올려놓으면 이들 돈이나 물자들이 암시장 못지않게 제대로 가격을 쳐주는 일반 시장으로 쏟아져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는 것이다. 그는 이 공급 물량으로 초기 시장경제 도입을 원활하게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한 듯하다. 하지만 결과는 전혀 뜻밖이었다. 달러도 물건도 별로 나오지 않았다. 물론 앞으로 좀더 지켜봐야 할 일이지만, 북한 지도부로서는 적지않게 충격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북한 주민들을 못 믿어서가 아니라, 국가 자원뿐 아니라 민간부문에서의 공식.비공식 자원도 바닥을 기고있다는 데 충격을 받았다는 얘기다.
내부 개혁의 한계, 대외관계로 극복 북한이 이제 선택할 수 있는 길은 '외길'밖에 없다는 표현이 나오고 있는 배경이다. 전문가들은 북한 내 극심한 불균형 현상을 정상화하는 방법은 충분한 물적.인전 자원의 공급 외에는 대안이 없다고 말한다. 북한이 한눈팔지 않고 대외관계 개선과 개혁.개방 조처 병행이라는 외길을 제대로 걸어간다면 사정은 많이 달라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임을출 기자 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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