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치 ] 2003년11월20일 제485호 

나눠먹으면 정말 좋을까?

분권형 대통령제가 부패를 막는다?

대표적인 분권형 개헌론자인 박상천 민주당 대표는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는 지론의 소유자다. 권력을 분산해야 정치부패의 가능성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최근 한나라당 중진들의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론도 지난 대선의 불법자금이나 대통령 측근비리 의혹 등의 정치부패 근절을 이유로 들고 있다.

그러나 ‘분권형 대통령제=정치부패 근절’ 논리는 다른 나라의 현실에 비춰보면 허상에 가깝다. 분권형 대통령제보다 더 권력이 분산된 의원내각제를 오랫동안 채택해온 일본이나 이탈리아가 정치부패로부터 자유로운 적은 드물었다. 또 순수 대통령 중심제를 채택한 미국이 정치부패의 온상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있지도 않다. 어떤 식의 권력구조를 채택하느냐와 정치부패의 정도 사이에 직접적 연관관계를 찾기는 힘들다.

국방·외교·통일 등 외치 분야를 대통령이 맡고 행정·경제 등 내치 분야를 국무총리가 맡는 이원적 구조가 국정운영에 더 효율적이냐는 데서도 의견은 엇갈린다.

이원집정부제를 채택한 프랑스의 경우를 보자. 이라크전이 발발한 이후 미국에 맞서 독자적 노선을 걸어 “프랑스의 자존심을 세웠다”는 평을 듣고 있는 자크 시라크 대통령의 성공에는, 안정된 내정을 수행해온 장 피에르 라파랭 총리의 ‘내조’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대통령과 총리의 윈윈 게임이었는데, 지난해 리오넬 조스팽 총리 시절엔 딴판이었다. 우파 대통령과 좌파 총리의 정쟁으로 조용할 날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시라크 대통령이 조스팽 총리의 내정 실패를 비판하는가 하면, 조스팽 총리가 여러 나라의 정상회담에 시라크 대통령과 함께 참석하는 어색한 모습이 연출되기도 했다. 대통령과 총리가 다른 정파에서 나온 폐단 때문이었다. 이 때문에 프랑스는 대통령과 의회의 임기를 같도록 헌법을 고쳐 좌우 동거 정부의 출현 가능성을 줄이기도 했다.

그렇다면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 주장이 궁극적으로 노리는 것은 무엇일까. 지난해 대선 때 당시 노무현 후보와 정몽준 국민통합21 대표가 후보단일화를 앞두고 ‘분권형 대통령제 추진’으로 정책연합을 했을 때, 한나라당은 “권력 나눠먹기라는 구태정치의 전형”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그 비판의 연장에서 보면, 최근 한나라당 중진들의 개헌 요구는 “우리도 나눠먹자”는 얘기인 셈이다.

분권형 대통령제는 대통령제라는 꼬리표를 달고는 있지만, 사실 내각제에 더 가깝다는 것이 정치학자들의 중론이다. 민주당에 ‘분권형 대통령제’의 이론적 토대를 제공해온 황태연 국가전략연구소 소장은 “이원집정부제라는 이름이 과거 군사정권이 독재를 연장하는 방안으로 추진하려 했기 때문에 부정적 이미지가 강해 새로운 ‘상표’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국회의원들이 선호하는 내각제에 가까운 이원집정부제지만, 대통령에 집중된 권한을 나눈 형태의 ‘대통령제’라는 포장이 필요했다는 얘기다.

정해구 성공회대 교수(정치학)는 최근의 개헌론과 관련해 “국민들이 바라는 것은 제도개선과 인적청산을 통한 정치개혁인데, 기존 정치권은 권력을 나누는 형태로 정치생명을 연장하려 하고 있다”며 “권력구조의 개편처럼 중요한 문제는 국민적 합의가 중요한 만큼 내년 총선이 끝난 뒤 1~2년 정도 충분히 논의해야지 지금처럼 당리당략에 의해 제기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김보협 기자 bh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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