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치 ] 2003년10월01일 제478호 

민주-한나라는 이제 친구?

9월26일 윤성식 감사원장 후보 임명동의안 부결 사태는 통합신당과 민주당 사이에 미묘한 뒷맛을 남겼다.

부결 직후 통합신당의 의원총회에서 이해찬 의원은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음성적으로 내각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제는 국정 흔들기를 넘어 대통령 자리 빼앗기를 시도할 것이라는 섬뜩한 생각이 든다. 우리는 참여정부를 어떻게 지킬 것이냐는 싸움을 시작할 때다”라고 말했다. 김한길 전 의원은 다음날 “우리는 여기서 지지율이 더해질 것이고 저기(민주당)는 빠진다”고 주장했다.

통합신당쪽은 분당 책임을 벗고 자신들을 유일여당으로, 다른 정당들은 보수연합으로 묶어세우려는 의도를 내보이고 있다. 또한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공조를 부각시켜 민주당 지지자들의 한나라당 혐오증을 자극하려는 뜻도 엿보인다.

반면에 민주당 조순형 비상대책위원장은 “우리는 당론을 정하지 않고 자유투표를 했으니 민주당의 선택이 아니라 의원 개인의 선택”이라고 화살을 피하려 했다. 장성원 의원도 “헌법기관인 의원들의 자유의사가 반영된 결과인데 논란의 가치가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분당 책임과 ‘노무현 배신론’을 극대화해야 할 마당에 의외의 복병에 부닥친 점을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조재환 의원이 인준투표에 앞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노 대통령이 호남 사람(윤 후보자가 해남 출신)을 지명해 호남 여론을 물타기하려 한다. 함정에 말려들지 않으려면 찬성해야 한다”고 우려한 게 현실화된 셈이다.

그러나 민주당의 같은 의원총회에서 유용태 의원은 “우리는 야당이다. 강하고 선명한 야당성을 보여주자”며 반대투표를 주장했다. 신당에 분열 책임을 넘기는 데는 나름대로 성공하면서도 자신들의 정체성 세우기는 쉽지 않은 사정을 드러낸 셈이다.

박창식 기자 cspcs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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