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치 ] 2003년08월07일 제471호 

신주류 ‘선도탈당론’의 전말

지난 7월 초순께 민주당 주변에선 신주류 일부 의원들이 탈당을 결행할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았다. 신주류 강경파 의원들 몇명이 민주당을 탈당해 한나라당 탈당파 의원 5명과 공동보조를 취할 것이라는 내용의 ‘선도탈당론’이었다. 당시엔 소문으로만 떠돌았을 뿐 실체가 확인되지 않았지만 최근 이 소문에 근거가 있었음이 확인됐다.

신주류의 한 관계자는 “당시 신주류 의원 7명이 때가 되면 탈당을 결행하자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서명까지 했으나 주변 상황이 복잡하게 돌아가면서 백지화됐다”고 말했다. 탈당서명까지는 했으나 상황이 여의치 않아 결행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서명이 이뤄진 자리엔 신주류 의원 10여명이 함께 있었다. 먼저 말을 꺼낸 것은 ㄴ의원이었다. 이 의원은 “이러다간 죽도 밥도 안 된다. 당이 이게 뭐냐”며 획기적인 결단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영국의 자동차산업을 예로 들었다. “영국에서 자동차를 먼저 개발했지만 최고속도를 말이 달릴 수 있는 속도로 제한하는 법률 등 각종 제한장치 때문에 자동차산업의 발전을 가로막았다. 그러나 미국에선 이런 제한장치를 두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영국은 자동차산업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었다. 마력이 중요한 시대가 지났는데도 영국은 패러다임 변화를 읽지 못하는 오류를 범해 자동차산업의 낙오자가 됐다.” 지금은 정치의 패러다임이 변화하는 시기인데도 이에 적응하지 못하는 정치세력은 낙오할 수밖에 없으니 구태정치의 때를 벗어던지자는 요지의 주장이었다.

이에 적극 호응하고 나선 인물은 ㅈ의원이었다. ㅈ의원은 “이제 정치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우리가 나가서 ‘희망의 베이스캠프’를 차리자”고 말했다. 그 자리에서 서명작업이 이뤄졌고, o·ㅈ·ㅅ·ㅊ의원 등 7명이 서명했다. 하지만 당시 서명의 내용이 당장 탈당을 결행하자는 것은 아니었다. ‘신당론 조정 과정에서 공천방식과 지분요구에서 심각한 훼손이 있을 경우’라는 조건을 달았다. 즉, 조정 과정을 지켜보되 신당 추진의 기본정신이 훼손되면 미련을 두지 않고 탈당을 결행한다는 것이었다. 신당론이 돌파구를 찾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탈당’이라는 비장의 카드를 비축했던 셈이다.

그러나 서명 직후 신주류에 속했던 정대철 대표의 굿모닝게이트 관련 금품수수 의혹이 불거지면서 상황이 꼬였다. 이후 신주류 강경파들은 목소리를 숙였고, ‘선도탈당론’은 물밑으로 가라앉았다.

선도탈당론에 대한 여론의 지지도 높지 않았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 결과 “지지부진한 신당 논의를 매듭짓기 위해 민주당 개혁파 의원들이 탈당해야 한다”는 여론은 31.1%에 불과했고, “분당은 안 되므로 민주당 내에서 신당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응답은 58.2%로 나왔다.

하지만 ‘불씨’는 여전히 살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당대회가 꼬이고 여러 혼란으로 통합신당론이 다시 한번 늪에 빠져 허우대는 상황이 오면 탈당카드를 다시 꺼내들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신주류 일부에선 구주류의 ‘교란전술’로 전대가 무산되는 상황이 오면 중도파가 대거 탈당대열에 합류하는 이른바 ‘위력적 탈당’이 성사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




↑Back to the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