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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섹션 : 정치 | 등록 2003.06.11(수) 제463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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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역할 분담해 ‘따로 또 같이’ ? 한화갑의 선택
민주당 한화갑 전 대표의 ‘암중모색’이 길어지고 있다. 한 전 대표가 5월25일 기자회견을 열 때만 해도 뭔가 곧 결판이 날 듯이 보였다. 신당 불참을 선언한데다가 노무현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식을 강도 높게 비판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뒤 그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이는 한 전 대표의 기자회견이 다분히 감정적인 대응이었기 때문이라는 것이 주변의 분석이다. 물론 그의 정치적 신념의 뿌리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놓여 있다. 그는 요즘 가까운 사람들에게 “장세동이 왜 평가를 받는 줄 아느냐. 비록 주군이 뭇사람들로부터 손가락질을 받는다 하더라도 마지막까지 충성을 다했기 때문이다. 나는 기꺼이 DJ의 장세동이 되겠다”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DJ가 만든 민주당과 그 이념을 고수하며 자신의 정치적 운명을 걸겠다는 의지이다. 여기에 자신이 홀대당하고 있다는 섭섭함도 얹혀진다. 문희상 비서실장 등을 통해 노 대통령과의 면담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 한 전 대표의 측근은 “안 된다고 하더라도 이런저런 사정 때문이라고 설명이라도 해야 하는데, 그저 ‘어렵다’는 통보만 온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무시당했다’고 느낀 것이다. 게다가 한때는 당내 최대 결속력을 보였던 계보의원들마저 따로 놀고 있다. 대다수가 그의 뜻과 상관없이 신당추진모임에 참여하고 있는 것이다. 그의 ‘외로움’은 한때 ‘오른팔’로 불렸던 배기선 의원을 대하는 태도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기자회견이 있던 5월25일 배 의원은 지역구인 경기도 부천으로 향하는 승용차에 몸을 실었다가, 기자회견 소식을 듣고는 부랴부랴 차를 돌렸다. 한 전 대표의 의원회관 사무실에 들어가자 한 전 대표는 “자네가 여기 웬일인가”라고 퉁명스럽게 대했다. 배 의원이 기자회견문을 살펴보고 고칠 것을 건의하자 “이미 여러 차례 고민한 내용이니 개입하지 말라”고 선을 그었다. 기자회견장으로 가는 차에 함께 타려 했으나 “그럼 자네는 가보게”라고 내쳤다. 그 뒤 배 의원을 비롯해 설훈·조성준 등 측근 의원들이 한 전 대표를 만나 신당참여의 불가피성을 역설했으나, 한 전 대표는 묵묵부답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고 한 전 대표가 정균환 원내총무, 박상천 최고위원 등 ‘구당파 모임’과 함께 공동전선을 형성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이들과는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려는 흔적이 역력하다. 이런 배경에는 한 전 대표의 기자회견 이틀 뒤 노무현 대통령이 민주당 의원 전체를 부부동반 형식으로 초청했을 때 노무현-한화갑 사이에 ‘독대’가 이뤄졌기 때문이라는 얘기가 있으나 확인되지는 않고 있다. 오히려 그보다는 신당 논란과 관련한 새로운 해법을 제시하기 위해 사전 정비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해법은 일종의 ‘역할분담론’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의 민주당 틀로는 신당 논의의 돌파구가 열리지 않으니 민주당을 중도보수 세력과 개혁진보 세력으로 나눈 뒤, 개혁세력이 민주당 밖에서 노사모, 개혁당, 시민사회단체 등과 더불어 신당을 만들라는 것이다. 그 뒤 내년 1~2월께 통합 전당대회를 열어 다시 뭉치자는 방안이다. 그러나 이는 사실상 “신당을 하려면 나가서 하라”는 구당파의 논리와 비슷한데다, 다시 합친다는 보장이 없어 실현 가능성은 희박한 편이다.
김의겸 기자 kyum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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