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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청원 대표의 말못할 사정 개혁파의 진로는 곧 급류를 타게 될 한나라당 내 당권경쟁의 추이와도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당권의 향배와 지도부의 면면에 따라 개혁파들의 선택이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최근 당권경쟁과 관련해 관심의 초점에 오른 인물은 서청원 전 대표. 그가 미국에서 돌아온 직후부터 당내 소식통들 사이에선 그의 당권도전설이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직간접으로 당권도전 의사를 나타낸 최병렬·강재섭·김덕룡 의원쪽에선 서 전 대표의 거취에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무게로 보나 당내 역학관계로 보나 서 전 대표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서 전 대표 주변의 측근들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며 당권도전을 부추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 전 대표는 일단 당내 최대세력인 ‘이회창 사람들’의 지원을 끌어내기에 좋은 위치에 있다. 서 전 대표와 가까운 한 의원이 전하는 얘기는 흥미롭다. 대선패배 뒤 이회창씨가 서 대표를 불러 “나는 당을 떠나지만 당신은 당을 꼭 지켜라. 믿을 사람은 당신밖에 없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서 전 대표는 대선기간 전국을 누비며 이회창씨의 깊은 신뢰를 얻었다. 서 전 대표가 영남이나 민정계 출신이 아니라는 점도 큰 장점으로 꼽힌다. 수도권과 중부권에서 득표력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개혁파의 한 의원은 “최병렬 의원은 합리적이지만 보수색채가 너무 강하고, 강재섭 의원은 영남색깔이 뚜렷하다는 이유 등으로 거부감을 보이는 당내 중도·온건 세력들이 서 대표를 생각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서 전 대표가 당권 출사표를 던지면 곧바로 정계를 은퇴한 이회창씨의 뜻으로 비칠 가능성이 높다. 수도권의 한 초선 의원은 “서 대표가 당권에 도전하면 이는 100% 이회창씨의 의지가 담긴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서 대표가 가타부타 말이 없는 것도 이런 복잡한 사정 때문으로 보인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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