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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기관의 도청은 상식? 과거 정권에선 국정원의 불법 도·감청이 있었을까. 기자들의 물음에 신건 국정원장은 “과거에 어떻게 했는지는 제가 말씀드릴 수 없다”고 대꾸했다. 에둘러 표현했지만 사실상 과거에 정보기관의 불법도청이 있었음을 간접적으로 시인한 셈이다. 감청이나 도청을 전문으로 하는 국정원의 부서는 이른바 ‘8국’으로 불린 과학보안국이었다. 신 원장은 지난 10월24일 국회 정보위에서 “8국을 10월 초에 해체했으며 이 부서를 대공수사국과 외사보안국으로 분산시켰다”고 공개했다. 영장을 첨부한 합법적인 감청업무를 필요한 부서에 떼어줬다는 설명이었다. 제8국의 존재가 알려진 것은 지난 99년 8월 한나라당 이부영 의원의 폭로에 의해서였다. 당시 원내총무였던 이 의원은 “국정원 제8국에서 직원 300명을 동원해 국내외 전화를 24시간 감청한다”고 주장해 파문을 일으켰다. 국정원 내부 감청 전문부서의 존재가 처음 알려진 순간이었다. 그러자 당시 국민회의의 김영환 의원이 정형근 의원의 사설정보팀 운영사실을 폭로하며 맞불을 놨다. 김 의원은 “이 의원의 제8국의 상시감청 의혹 폭로도 정 의원 사설정보팀의 작품”이었다고 공격했다. 당시 정 의원은 “정보팀에 당에서 받은 돈도 줬다. 당비를 그런데 쓰지 어디다 쓰느냐”고 말해 한나라당이 제공한 당비 일부를 정보팀 운영에 썼음을 내비쳤다. 정보기관 출신의 한나라당 인사 일부에선 도청자료 폭로에 우려를 나타내기도 한다. 홍준표 의원은 “외국의 정보기관에서도 도청을 하는 것은 상식에 속한다”며 “도청된 내용을 국가운영을 위해 사용하느냐 개인의 약점을 잡아 협박하는 데 쓰느냐가 문제”라고 말했다. 국정원 출신의 한 특보도 “정보기관의 도청문제를 공개적으로 문제삼는 것은 나라를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 국정원의 잘못은 도청사실이 아니라 그것을 들켰다는 것”이라는 견해를 내놨다. 한 당직자는 “부산·경남 지역의 판세에 이상이 있다고 판단한 지도부가 정형근 의원의 건의를 받아들여 자료를 폭로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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