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ww.hani.co.kr/h21 |
|
| 기사섹션 : 정치 | 등록 2002.09.04(수) 제425호 |
|
[정치] "한나라당도 실리 챙겼다" 한나라당 지도부는 애초부터 김정길 법무장관 해임안을 강행할 뜻이 없었다. 한나라당이 “물리적 시간이 부족해 해임안 처리를 포기할 수밖에 없다”고 밝힌 뒤 정치권 안팎에는 이런 분석이 잇따른다. 박관용 의장이 첫 관문을 무사히 통과한 데는 그의 정치력이 가장 큰 역할을 했지만, 지도부의 표결의지 부족도 한몫 거들었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의 표면적인 태도는 시종일관 아주 강경했다. 서청원 대표는 “김 장관 해임은 선거관리 내각의 중립성 확보를 위한 최소 조건”이라고까지 공언했다. 소속의원 전원에게 출국금지령과 비상대기령도 하달됐다. 하지만 이회창 후보의 참모진과 당 지도부 일각에는 일찌감치 ‘표결불가론’이 퍼져 있었다. 서 대표가 강경방침을 밝힌 8월30일 오전, 이 후보의 한 핵심 참모는 “우리가 내일 할 수 있는 최대치는 본회의장에서 민주당과 약간씩 밀고 당기는 정도가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검찰이 병역비리에 대해 딱 부러진 증거를 내놓지 못하지만, 한나라당 처지도 비슷하다는 이유였다. 국민 다수가 “비리가 있었다”는 쪽으로 심증을 굳힌 상황에서 무리하게 표결을 강행할 경우 닥칠 역풍도 걱정스러웠다. 박관용 의장이 공관에 억류된 31일 오전. 이회창 후보의 최측근 의원은 “민주당이 박관용 의장을 지금 당장 국회로 보내준다 해도 표결은 불가능하다”며 속내를 밝혔다. 먼저 절차상 어려움이 있다는 것. 해임건의안은 거수나 기립 표결이 가능한 일반 법률안과 달리, 모든 의원들이 무기명 비밀투표를 한다. 민주당이 투표함 하나만 봉쇄하면 투표 행위 자체가 한계에 부닥친다. 정치적 이득도 없다고 덧붙였다. “이 후보 아들과 관련된 사안을 물리적 충돌까지 일으키면서 관철할 경우 결과는 뻔하다. 사법권을 무력화했다는 비난을 피해갈 방법이 없다.” 한나라당은 표결안 처리가 무산된 뒤에도 “민주당이 반민주·반역사·반의회적 폭거를 자행했다”고 목청을 돋웠다. 9월 정기국회에서 김 장관 해임안을 다시 낼 수도 있다고 벼른다. 하지만 한나라당 일각에서 “병풍에 대한 검찰수사의 부당성을 알린 것으로 정치적 실리를 충분히 챙겼다”며 웃음짓는 사람들이 많다. 정치적 목적은 이미 충분히 달성됐다는 것이다.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