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치 ] 2002년09월11일 제426호 

기자실 안의 차별

기자와 취재원의 관계는 ‘불가근 불가원’(不可近 不可遠)이란 말로 정리된다. 현실에서 이런 원칙은 말처럼 쉽게 지켜지지 않는다. 취재원과 일정한 긴장관계를 유지하면서 친분을 쌓는 것이 너무 어렵기 때문이다. 긴장이 지속되면 멀어지고, 끝내 서로 무시하는 게 인지상정이다.

한나라당 출입기자들도 예외는 아니다. “기자실 안에는 모두 3종류의 언론이 존재한다. 한나라당과 우호적인 ‘조중동’, 비판적인 ‘한경대’, 그리고 차별받는 경제지와 인터넷 매체들이다. 그런데 요즘 방송사가 복병으로 등장했다.” 출입기자들 사이에 떠도는 우스갯소리다. 조선·중앙·동아 등 3개 신문사는 최상의 취재 편의를 제공받지만 한겨레·경향·대한매일이나 정치면이 적은 매체들은 상대적인 불이익을 감수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방송사는 대중적 영향력 때문에 지금까지 상당한 대접을 받았다. 하지만 병풍 보도 이후 적대적 리스트에 올랐다.

비판적 언론사에 소속된 출입기자들이 겪는 일차적 고통은 심리적 위축과 긴장이다. “기자실 전체를 돌면서 아는 체하면서도 우리만 보면 먼발치서부터 발길을 돌린다. 가까이해야 좋을 게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어쩔 수 없이 우리와 접촉해야 하는 대변인실 직원이나 몇몇 당직자를 빼면 대개 이런 식으로 피해간다.” 한 일간지 출입기자가 털어놓는 고충이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정치권, 특히 정당 취재는 이회창 후보의 핵심 측근들이나 고위 당직자들처럼 당내 정보를 꿰고 있는 인사들과의 술자리나 식사 등 비공식 취재가 핵심이다. 주요 정보가 이곳을 통해 흐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판적 언론들은 이런 기회가 적다고 믿고 있다. 다른 한 기자는 “드러내놓고 차별하진 못한다. 그러면 반발할 테니까. 하지만 우리는 핵심 당직자들이 얼마나 자주 우호적 언론사 기자들과 만나는지조차 알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한 경제지 기자는 이른바 ‘조중동’과의 차별을 절감했다. “지난해 일이다. 공보특보를 통해 이회창 총재와 인터뷰 약속을 잡았다. 우리 정치부장까지 당사에 도착했다. 그런데 이 총재 일정 관리에 착오가 생겨 약속이 겹쳤다는 것이다. 황당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이 후보가 뒤늦게 약속한 우호적 일간지 기자를 만나고 있었다. 편하고 힘있는 쪽을 너무 배려한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노골적인 적대감을 표출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지난 1999년 말까지 한나라당을 출입했던 한 기자는 아주 황당한 일을 경험했다. 인사이동으로 사내 다른 부서로 발령난 뒤 한나라당에 들렀는데 핵심 당직자가 대놓고 “우리한테 좋게 써주지도 않으면서 왜 자꾸 오느냐? 그 회사 인사는 정말 이상하다”고 비아냥거렸다. 이 당직자는 인사발령 이전부터 특정 기자의 이름을 거론하며 “도움이 안 된다. 이번 인사 때는 반드시 내보내야 하는데…”라는 말도 거침없이 내뱉었다. 이런 적대감은 여전히 살아 있다. 인터넷 매체인 오마이뉴스 최경준 기자는 지난 6월 이회창 후보의 군부대 방문에 동행을 거부당했다. 대변인실 관계자는 “기자실에 공식 등록된 매체가 아니다”는 이유를 들이대며 취재 버스 승차조차 가로막았다. 오마이뉴스는 “이 후보에게 비판적 논조를 유지한다는 이유로 취재를 원천봉쇄했다”며 반발했다. 문화방송과 최근 있었던 공방은 역시 이런 적대감이 극단적으로 표출된 결과물이다.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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