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치 ] 2002년04월17일 제405호 

시민단체는 울고 싶구나

지방선거 경선 바람에 돌파구 못 찾아… 인물난 겪으며 영남에선 노풍에 밀리기도

정치권이 ‘6·13 지방선거 고지’에 도전할 후보선정을 구체화하자 지방선거를 준비해온 시민·사회단체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오늘, 우리는 67일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힘찬 출발을 시작합니다. 녹색후보가 승리하는 그 순간, 모든 것이 달라집니다. 기필코 당선시킵시다.” 지난 4월7일 오전 10시30분. 서울 종로구 연강홀에서는 이런 외침이 터져나왔다. 지난해 6월25일 녹색후보 기치를 내걸고 출범한 환경운동연합 녹색자치위원회가 지방선거에 나설 후보 명단을 발표한 것이다. 후보는 모두 28명. 대구시장 후보 이재용(대구 남구청장)씨와 고양시장 후보 이치범(고양환경운동연합공동의장)씨 외에 광역의원 후보 3명과 기초의원 후보 23명이다.

도덕성 내세우며 전략지역 후보 선출

정치권이 국민참여경선제를 도입했듯 이들도 나름의 후보검증 작업을 거쳤다. 후보선정은 각계 인사로 구성된 ‘녹색후보추천 100인위원회’가 전담했다. 위원회는 전국에서 추천된 예비후보들을 도덕성과 자질, 녹색활동 실천, 행정 및 의정능력, 시민사회 발전에 대한 기여도 등 4대 기준에 따라 엄선했다. 환경련은 후보선정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28명의 후보들은 이날 법정선거비용 준수, 모든 비용 공개, 인신공격 흑색선전 안 하기를 서약했다. 특히 기초의원과 기초단체장 후보들은 1천만원을 넘지 않는 저비용 선거운동을 약속했다. 서약을 어기면 언제든 녹색후보 자격을 박탈하기로 하는 데도 동의했다. 철저한 사전·사후 검증을 통해 도덕적 차별성을 보장받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4월17일 ‘풀푸리 민주주의에 기초한 총제적 사회개혁’을 목표로 출범한 지방자치 개혁연대도 최근 전략지역 후보들을 내정했다. 경남지사에 김두관 남해군수, 광주시장에 정동년씨, 강원도지사에 정성헌 전 우리밀대표를 내정했고, 기초단체장 후보 15명, 광역 및 기초의원 120명도 사실상 확정했다. 자치연대는 이들 가운데 70% 이상을 당선시키겠다는 목표로 뛰고 있다.

그러나 몇몇 지역 자치연대는 정치권의 국민참여 경선 바람을 의식한 듯 좀더 새로운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광주전남자치연대는 최근 광주전남민중연대와 시민들이 참여하는 1만위원회를 구성한 뒤 자유경선을 통해 광주시장과 5개 구청장 후보를 공동선출하기로 합의했다. 오는 5월11일 경선을 치른다. 광주전남자치연대 관계자는 “자치연대가 내정한 후보라도 1만인위원회의 검증과 경선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1월 발족한 녹색평화당 준비위원회도 5월 초까지 창당을 마친 뒤 본격전인 지방선거전에 돌입한다. 인천시장 등 전략지역에서 자유경선을 거쳐 후보를 정할 계획이다.

그러나 시민·사회단체들의 지방선거 준비 움직임은 애초 기대엔 크게 못 미친다. 올 초까지 이들 단체들은 “10년을 맞은 지방정치를 바꿔야 한다는 공감대가 확산됐다”며 “71년 일본에서 시민후보가 몰고왔던 혁신자치체 바람이 이 땅에서도 불 것”이라고 낙관했다. 자치연대나 환경련 등이 출마를 공언한 후보만도 1천여명을 넘어섰다. 하지만 최근엔 능력과 도덕성을 갖춘 참신한 인물을 찾아내는 데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환경련은 1년 가까이 후보를 물색했지만 28명을 선정하는 데 그쳤다. 유일한 광역후보인 이재용 대구남구청장의 경우 자치연대 쪽에서도 대구시장 후보로 내정한 상태다. 시민참여나 관심폭도 예상보다 저조해 제주환경운동연합(김경숙 공동의장)은 4월10일 지방선거 후보 참여의사를 철회하기도 했다.

자치연대도 수도권, 강원, 충청권에서 인물난을 겪고 있다. 신종언 집행위원장은 “바람을 일으키려면 수도권 출마가 필수적인데 마땅한 후보를 찾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참여연대, 경실련 등 수도권 주요 시민·사회단체들은 순수성 훼손 등을 이유로 직접참여에 난색을 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차라리 선거법 등 정치관계법 개정과 정책제언, 선거감시 활동을 벌이자는 쪽이다.

지방정치 개혁 이뤄낼 것인가

노무현 돌풍도 이들의 활동에 어려움을 더하는 요소다. 자치연대의 한 관계자는 “민주당 지지도가 낮았던 영남은 지금까지 한나라당과 자치연대 후보의 전선이 형성돼왔다. 그러나 노풍이 불면서 전략을 새롭게 짜야 한다 논의가 일고 있다”고 전했다. 아직 노무현 후보와의 연대를 단정할 수는 없지만 변화모색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민주노동당, 사회당, 한국노총, 자치연대, 환경운동연합 등이 돌파구로 모색해온 ‘범자치후보’라는 공동브랜드 계획도 난관에 부닥쳤다. 각 단체들이 몇몇 전략지역에서의 약진에 몰두한 나머지 후보조정은 뒷전으로 밀려난 탓이다. 참여를 통한 지방정치 개혁이라는 꿈이 실현될 것인가? 아니면 밑천만 드러내고 말 것인가? 시민단체의 지방선거 참여 전술은 지금 중대한 고비를 맞고 있다.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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