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치 ] 2002년04월17일 제405호 

노풍 여진에 고민 쌓이네

‘노무현 돌풍’은 영남지역 한나라당 지방선거 후보경선에도 적잖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지역에서 상당한 득표력이 있는 인사들이 한나라당 공천이 여의치 않을 경우 노무현 바람에 기대 독자행보를 걷겠다는 뜻을 공공연히 내비치며 저항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김해시장에 공천을 신청했던 최국철 전 경남도문화관광국장은 “시민단체와 연계해 범민주시민후보로 출마하겠다”고 밝혔다. 통영시장 후보에서 탈락한 김동진씨(관세사)도 “자체 여론조사에서 줄곧 1위를 했는데도 후보에서 탈락했다”며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과거에도 공천탈락자들의 이의제기는 왕왕 있었다. 그러나 최근 흐름은 그 궤를 달리한다는 데 한나라당의 고민이 있다. 한나라당 한 관계자는 “한나라당 영향력이 막강할 때는 공천에서 탈락하더라도 적당히 반발하다 다른 자리를 보며 수그러들었지만 요즘은 다르다. 노무현·박근혜 등 여러 변수가 있기 때문에 일단 떠들면서 기회를 보자는 식이다”라고 분석했다.

이런 분위기 탓에 애초 자유경선 분위기로 흐르던 영남지역 단체장 경선방식이 합의추대 쪽으로 바뀌는 흐름도 나타나고 있다. 합의추대를 통해 후유증을 최소화하고, 노무현 후보 쪽으로 이탈할 경우 파괴력이 큰 인사들의 발목을 묶어두자는 계산에서다. 한나라당의 또 다른 당직자는 “노풍이 부는 상황에서 부산지역 광역단체장이나 기초단체장이 무너진다면 큰일난다는 두려움이 당 안팎에 퍼져 있다”고 전했다.

부산시장과 경남지사 경선도 노풍의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부산시장 후보로 당선된 안상영 현 시장은 애초 권철현 의원이 이회창 전 총재의 측근이라는 점을 내세워 거세게 도전하자 “이런 식으로 하면 무소속으로 출마할 수 있다”고 은근히 독자행보를 암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나라당 내부에선 안 시장의 이런 행보를 두고 “노무현 쪽으로 가겠다”는 협박으로 받아들였다고 한다. 당 안팎에는 부산에서 안 시장이 떨어질 경우 민주당에서 영입해 출마시키려 한다는 소문까지 퍼졌고, 당 지도부는 그 파괴력에 긴장했다. 권철현 의원은 4월10일 경선에서 12표차로 안 시장에게 패배한 뒤 원천무효를 주장하며 반발했다. 당 지도부의 이런 분위기가 경선과정에 작용했다는 반감 때문이라고 한다. 실제로 권 의원 지지자들은 “박관용 의원과 김진재 의원 등이 ‘창심은 권 의원 쪽에 있지 않다’고 말해 표를 도둑질당했다”고 분개하고 있다.

김혁규 경남지사의 합의추대도 비슷하다. 내심 합의추대를 바라던 김 지사는 일단 공천을 신청했으나 노풍이 거세지자 한나라당 공천신청을 전격 철회했다. 결국 이회창 전 총재까지 나서 김 지사를 말렸고, 공천을 신청한 김용균 의원과 권영상 변호사는 허탈하게 물러서야 했다. 권 변호사는 무소속 출마의지를 밝히고 있다.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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