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치 ] 2002년02월06일 제396호 

풀뿌리 세우는 상향식 공천

여야 지방선거 후보 선거인단 확대… 대의원 늘리고 주민 참여제 도입

“지방선거 후보는 우리 손으로.” ‘풀뿌리 민주주의’ 지방선거에 상향식 공천 바람이 불고 있다. 여야를 막론하고 후보공천 과정에서 당원이나 주민들의 참여폭을 넓혀 중앙당과 지구당 위원장 등 당 간부들의 영향력을 제한하려는 시도가 잇따르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은 개방선거, 한나라당은 당내행사

한나라당에서는 1월29일 서울 서대문구청장 후보 경선에서 대의원 1100여명의 직접투표로 구청장 후보를 뽑았다. 또 경기도 가평·양평지구당이 기초단체장 후보경선에서 당원 2만여명에게 모두 투표권을 주는 전당원경선제를 실시하기로 확정했다. 지구당 관계자는 “기초단체장 후보의 경우 이전까지는 30∼60명 규모의 지구당 운영위원회에서 결정했기 때문에 사실상 지구당 위원장이 공천을 좌지우지한 셈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당원직선제 실시로 후보결정에 지구당 위원장의 영향력이 배제되고 지역 밑바닥 민심이 여과없이 반영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들 말고도 한나라당 소장파 의원 및 원외지구당 위원장들로 구성된 ‘미래연대’ 회원들 상당수가 이처럼 전당원직선제 등을 채택할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에서도 서울시지부와 경기도지부가 광역단체장 후보경선에 주민참여경선제를 도입하기로 최종 확정했다. 또 광주시지부와 전남도지부도 광역단체장 후보경선 선거인단에 주민을 참여시키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세부사안을 마련중이다.

이런 움직임은 민주당쪽이 한나라당보다 좀더 활발한 편이다. 또 한나라당은 대체로 당내 행사라는 점을 강조해 투표권을 가진 대의원 수를 늘리거나 전 당원이 참여하는 방식을 선호하고 있다. 선거인단에 일반 주민을 참여시키는 방안을 채택한 곳은 거의 없다. 한나라당이 1월21일 당무회의에서 확정한 지방선거 공천제도 개선방안도 ‘인구 1천명당 대의원 1명’을 기준으로 대의원 수를 늘리는 방안을 원칙으로 하되, 시도지부나 지구당이 현실에 맞게 자율결정하도록 하고 있다.

반면 민주당에서는 지역주민들을 지방선거 후보경선 과정에 포함시키는 방식도 도입하고 있다. 서울시장선거의 경우 지구당별로 1천명씩을 배정해 모두 4만5천명 이상의 시민을 참여시켜 전체 선거인단 5만명 가운데 90% 이상을 일반 주민에게 배정했다. 또 광주시지부와 전남도지부의 경우도 광역단체장 선거인단의 50%를 일반 주민들로 구성할 방침이다.

특히 경기도지부의 경우 지역주민이면 누구나 선거인단에 참여할 수 있는 완전 주민참여경선제를 실시하기로 하는 과감한 방안을 마련했다. 경기도지부 관계자는 “경기도지부 산하 동두천·양주·의정부·고양·수원 등 5개 지역의 기초단체장은 경기도지사 경선 때 함께 투표하는 방식으로 완전 주민참여경선제를 실시하기로 했다. 이렇게 하면 경선비용 등이 이중으로 드는 것을 피할 수 있는 이점이 있어 다른 지역에서도 신중히 고려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경선방식을 도입하는 지역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선후보 경선방식 연착륙 분위기

여야간의 이런 차이는 두 당의 처지가 다르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의 경우 1월7일 당무회의에서 대선후보 경선에 국민참여경선제를 도입하기로 결정하면서도 지방선거 경선의 경우 주민참여경선제를 의무화하지 않았다. 당원대회와 대의원대회, 주민참여선거인단 방식 등을 모두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선거인단 50%를 일반유권자에 배정한 대선후보 경선방식이 지방선거후보 경선방식에서도 모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한나라당은 대선 경선방식을 놓고, 대의원 수를 증원하는 수준에서 현행틀을 유지하려는 주류쪽과 민주당처럼 국민경선제 도입을 주장하는 비주류쪽이 맞서는 등 중앙당 차원에서 혼란이 정리되지 않고 있어, 전체적으로 지방선거후보 공천방식 확정도 늦춰지고 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민주당은 김대중 대통령의 당 총재직 사퇴 이후 새로운 권위를 수립하는 과도기라는 점 때문에 민주적 절차가 좀더 강조되는 반면, 한나라당은 이회창 총재의 권위가 별로 흔들리지 않는 등 기존 권위가 여전히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 현실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박병수 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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