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고시낭인' 만드는 시험제도 신이철(37)씨는 사시준비생이지만 고시학원에서 고시생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이다. 공부가 길어지다보니 아직 결혼을 하지 못했다. 강의분야인 형사소송법에 관한 책을 벌써 4권을 낸 전문가이지만, 아직 고시에 최종 합격하지 못한 상태다. 그는 강의뿐만 아니라 사시제도의 문제점을 소송을 통해 지적해낸 것으로도 유명하다. 지난 1998년 제40회 사시 1차시험 문제의 오류를 지적하는 소송을 제기하고 결국 승소해 527명의 낙방자를 구제하는 공을 세웠다. 변호사 없이 ‘나홀로 소송’을 통해 승소함으로써 ‘실력’을 입증한 그가 아직도 합격하지 못했다는 사실은 사시제도의 모순을 우회적으로 드러내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먼저 사법시험 제도가 사시준비생들을 너무 오랫동안 지치게 만드는 구조를 지니고 있다는 게 준비하는 이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즉, 2차시험에 한번 떨어지면 5년의 세월을 보내야 하는 구조라는 것이다. 사시는 1차시험에 합격하면 2차시험을 볼 수 있는 기회를 두번 준다. 그렇지만 같은 해에 1·2차시험을 동시에 합격하는 이른바 ‘동차합격’은 현실적으로 이루기 어렵다. 따라서 1차시험에 합격한 이는 보통 이듬해 2차시험을 준비해야 하는데, 11월에 발표되는 2차시험 결과를 확인하고 바로 이듬해 2월에 치르는 1차시험을 대비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는 얘기다. 특히 △2차시험을 치르고 넉달여를 허송세월하게 하지 않도록 채점을 좀더 앞당길 수 있는 구조를 갖춰야 하고 △전반적으로 1차시험보다는 2차시험에 치중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하며 △‘과락제도’(한 과목이 40점 이하일 때 전체 평균성적과 무관하게 불합격시키는 제도)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평가자의 주관성을 배제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는 점 등이 필수적으로 꼽히는 개선항목이다. 새로운 사시 주관부서인 법무부는 이른바 ‘고시낭인’(10년 이상을 시험준비에만 매달리면서 합격을 하지 못하는 고시준비생들을 일컫는 은어)의 숫자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방안에 대해서도 고민할 일이다.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