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피해자 두번 울리는 법조항 여성장애인을 두번 울리는 법조항들에 대해 논란이 많다. 형법과 성폭력특별법을 적용하거나 해석하는 과정에서 자주 문제가 빚어지기 때문이다. 형법 302조는 “심신 미약자에 대하여 위계, 위력을 행사해 간음한 경우”에는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여성장애인들은 재판부가 위계와 위력을 강간죄의 성립조건인 폭행과 협박 등 물리적인 강제로만 해석할 경우 사실상 처벌을 하기 힘들다고 주장한다. 이 논란에 불을 지핀 사건이 있다. 정신지체 2급인 한 피해여성(22)은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동네 노인에게 밤따러 가자며 야산으로 유인당한 것을 시작으로 7년에 걸쳐 여러 장소에서 성폭행을 당했다. 동네 노인과 피해자의 관계는 나이와 장애정도를 볼 때 불평등한 권력관계이므로 위계를 이용한 관계로 볼 수 있으나, 99년 재판부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뒤 여성단체와 장애인단체를 중심으로 한 공동대책위원회가 성폭력특별법에 따라 다시 고발하여 지난해 10월 가해자들은 법적처벌을 받게 됐다. 형법상 친고죄 규정도 비현실적이라는 주장은 이미 오래 전에 대두됐다. 성폭력특별법이 장애인에 대한 준강간, 강간치사상은 비친고죄로 하는 데 비해 형법은 모두 뭉뚱그려 친고죄 범주에 넣고 있다. 조창영 변호사는 “장애인 성폭행 사건의 경우 형법 302조의 ‘위계와 위력’은 폭넓게 해석해야 하고 친고죄는 폐지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국여성장애인연합에서는 성폭력특별법의 몇 가지 조항도 손질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앞서 사건의 가해자들은 결국 법적 선고를 받았으나 장애인 가중처벌조항은 적용되지 않았다. 성폭력특별법 8조는 “신체장애 또는 정신상의 장애로 항거불능인 상태에 있는 여자를 간음하거나 추행한 자는 형법상의 강간 또는 강제추행에 정한 형으로 처벌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사실상의 가중처벌인 셈이다. 그러나 장애로 인해 항거불능인 상태의 여성이 어느 정도의 정신능력을 가진 여성을 말하는지 명확한 기준이 없다. 수사검사에 따라서 해석이 천차만별일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한국여성장애인연합에서는 “항거불능인 상태”라는 대목을 아예 삭제할 것을 요구한다. “피해자의 신청에 의해 피해자가 지정하는 자를 동석하게 할 수 있다”는 성폭력특별법 22조2항도 그 동안 각종 사건의 재판과정에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정신지체 장애여성의 경우 법적권리를 스스로 충분히 인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여성단체와 장애인단체에서는 22조에 “미성년자나 신체장애, 정신장애가 있는 자가 성폭력범죄의 피해자인 경우 법원과 수사기관은 ‘반드시’ 피해자와 신뢰관계에 있는 자나 변호사를 동석하게 해야 한다”는 항을 추가로 신설하는 게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