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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MCA를 훔쳐가지 말라” 흔들리는 시민운동의 100년 거목… 표용은 이사장 축출운동으로 발전한 서울YMCA 내분사태
무리한 인사, 그리고 이어지는 보복
이번 사태의 직접적 발단은, 최근 사퇴한 김수규 전 서울YMCA 회장의 퇴진을 표 이사장이 배후조정했다는 사실을 NGO 전문지인 <시민의 신문>이 폭로하면서 비롯됐다. 마침 간사와 실무자들 사이에서는 서무주임 출신의 김 회장이 YMCA를 통제 일변도의 관리·행정 조직으로 전락시키고, 회원들의 주체성은 온데간데없이 상실됐다는 불만이 커지는 상황이었다. 의혹 내용은 표 이사장이 이런 실무자들의 개혁 열망을 교묘히 활용해 새로운 후계구도를 확립하려 했으며, 자신의 해외출장 기간에 거사를 하도록 치밀하게 각본을 짰다는 것이다. 애초 표 이사장은 자신의 고향친구 조카인 김 전 회장을 전적으로 신임했으며, 주위에서 반대했음에도 그를 회장으로 앉힌 장본인이다. 하지만 김 전 회장이 자신에게 반기를 들며 저항하는 움직임을 보이자 그를 먼저 제거한 것이다. <시민의 신문>은 이와 함께 서울YMCA 지도부가 비자금을 만들어 관리해왔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도덕성이 생명인 시민운동에 치명적인 사건이 일어난 것이다. 일부 회원들은 표 이사장을 공금횡령 및 비자금 조성혐의로 검찰에 고발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표 이사장은 이런 의혹과 퇴진 주장에 대해 아무 대꾸를 하지 않아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표 이사장은 김 전 회장의 후임에 김윤식 기획행정국장을 내정하고, 그를 회장으로 선출하기 위해 무리수를 거듭했다. 지난 10월21일 회장 선임을 위한 이사회를 개최하며 장소를 두번이나 옮기고, 시간도 갑작스레 앞당기는 바람에 24명의 이사 가운데 상당수가 참여하지 못하는 사태가 일어났다. 표 이사장쪽은 정족수인 13명이 참여했다고 주장하나, 회의록을 공개하라는 요구에는 응하지 않는다. 특히 김 국장은 김 전 회장의 오른팔 격으로, 현재의 비민주적이고 관료적인 조직문화를 만드는 데 핵심적 구실을 한 것으로 지탄받는 인물이어서, 실무자들의 강력한 반발을 사고 있다. 한편 김 국장은 파행적인 이사회에서 회장으로 선임된 지 열흘 만에 표 이사장 퇴진운동에 참여한 시민사회영역 핵심 간부 2명을 전문성과 무관한 스포츠센터 관장으로 좌천하는 보복인사를 강행해 물의를 빚고 있다.
평생을 해먹을 수 있는 담합구조
좀 복잡하지만 그 비결을 알아보자. YMCA의 최고의결기구는 회원들의 총회고, 회원들은 선거를 통해 이사회를 구성한다. 그러나 실질적 권한은 이사회에 있다. 실무자들의 대표인 회장(옛 총무)을 임명하는 권한이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회원의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자의적으로 제한해 특정 세력의 독점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이사는 모두 24명이고, 임기는 3년인데, 해마다 3분의 1에 해당하는 8명을 교체한다. 이사나 감사에 출마하려면 공천위원회의 추천을 받아야 하는데, 공천위원회(총 6명)는 이사회가 임명하는 3명과 총회에서 임명하는 3명으로 구성되므로 사실상 기존 이사회의 입김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또 이사가 되려면 기독교 세례 증명서가 있어야 하고, 회원이 된 지 3년 이상의 남자여야 한다. 기독교 단체이므로 비기독교 회원을 배제한 것은 그렇다치더라도, 회원의 절반을 차지하는 여성의 선거권을 박탈한 것은 문제가 심각하다. 이는 선거권에 제한을 두지 않는 YMCA 헌장에 위배된다. 이에 따라 4만5천명의 회원 가운데 투표권이 주어지는 것은 1200명에 지나지 않는다. 서울YMCA의 한 관계자는 “표 이사장을 비롯한 몇몇 이사진들은 각각 관리하는 회원들이 있어, 이들의 담합투표로 평생을 해먹을 수 있는 구조다. 개혁적 인사가 이사 선거에 출마해도 이런 담합구조에서 소외돼 있기 때문에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울YMCA가 사실상 ‘회원 없는 회원운동’으로 전락한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표 이사장 퇴진운동은 서울YMCA를 회원들에게 돌려주자는 개혁운동의 성격을 강하게 띠고 있다. 서울YMCA 회원들과 실무자들은 ‘서울YMCA 개혁과 재건을 위한 회원 비상대책회의’라는 비상기구를 만들었다.
표 이사장은 또 지난해 9개월 동안의 장기파업에 이어 최근 또다시 불거진 이른바 기독교방송 사태의 핵심배후로 지목된다. 표 이사장은 기독교방송 이사장을 10년 넘게 해오다 지난 10월 물러났다. 표 이사장은 이사장 자리에서 물러나기 전 권호경 사장의 3연임을 관철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했으며, 지난 10월7일에는 사장 선임을 위한 이사회 서면투표 과정에서 개표조작을 시도했다 들통나기도 했다. 당시 투표는 18명의 이사 가운데 찬성 12표, 반대 5표, 기권 1표로 유효 통과표수인 14표(전체의 4분의 3)를 넘지 못해 최종 부결처리됐다. 기독교방송 이사진은 각 교파를 대표하는 이사들로 구성되는데, 예수교장로회(통합)쪽 이사들이 감리교쪽인 표 이사장의 전횡에 반기를 든 것이다. 이 과정에서 표 이사장은 참석하지 않은 이사 한명의 투표용지를 찬성표로 조작했다가 그래도 승인요건을 채우지 못하자 없던 일로 하기로 한 사실이 예장통합쪽과 갈등을 빚는 와중에 흘러나왔다.
표용은, CBS 사태의 핵심배후
우리나라 기독교사회운동의 두축으로 혁혁한 활동을 해온 서울YMCA와 기독교방송 문제를 한몸에 안고 있는 표 이사장. 그의 선택에 교계와 시민사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재성 기자 firi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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