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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역깨기] 기자의 천국, 특혜의 밀실 힘센 언론사 기자들의 천국, 기자실 백태… 정보접근 가로막는 폐쇄적 기득권 난무
서울 여의도에 있는 금융감독위원회 9층에는 기자실이 두개다. 칸막이 부스가 설치된 기존의 너른 기자실이 있고 그 기자실의 한쪽 구석에 자리잡은 또다른 기자실이 있다. ‘부스 기자실’은 기자단에 등록된 기자들이 쓰고, ‘쪽방 기자실’은 9∼10명가량의 인터넷 신문 기자들과 기타 작은 매체 기자들이 나눠 쓰고 있다.
금감위 기자실이 두개인 까닭은…
이러다보니 각 부처에서는 요즘 기존 기자실 출입기자들인 중앙언론사 기자들과 새로 시장에 진입한 온라인매체 소속 기자들 사이에 신경전이 종종 벌어진다. 온라인매체가 특히 많이 드나드는 정보통신부의 한 출입기자에 따르면 정보통신쪽 기사가 많아지면서 새로 생긴 매체를 포함해 원래 출입을 하지 않던 매체의 기자들도 많이 찾아온다고 한다. 그는 “간사기자의 경우 한달에 20∼30건씩 기자단에 등록시켜 달라는 기자들을 상담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모든 매체의 기자를 등록시킬 수도 없고, 가리자니 기준도 마땅치 않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한 온라인매체 기자는 “기자단에 무조건 가입하겠다는 게 아니다. 기존의 부스를 이용하지 않더라고 별도의 공간을 마련해주고 출입증만 준다면 취재활동에는 아무런 장애가 없다”고 말한다. 논란이 커지자 정통부 안에서는 “아예 개방하고, 부지런히 먼저 온 사람이 그때 그때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하자”는 이야기도 나왔으나 결국 흐지부지됐다. 또다른 출입기자는 “기자실 내 뾰족한 관리지침이 있는 건 아니다. 다만 어중이떠중이 다 오면 무엇보다 공간도 부족하고 정보관리에도 구멍이 뚫릴 수 있는 위험이 있어 선뜻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다”라고 이야기한다. 공보관실쪽은 이 문제는 기자단 소관이라고 떠넘기고 있는 형편이다. 기존언론과 온라인매체 사이에 기자실 이용을 둘러싼 갈등은 단순히 편의 차원만이 아니다. 해당 출입처에서 이뤄지는 정보공개가 주로 기자실을 통해 이뤄지는데다 또 기자단 소속 기자가 아니면 보도계획과 엠바고 결정과정에 참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즉 신속성을 생명으로 하는 온라인매체 기자들은 기자실을 드나들 수 없으므로 정보접근에서 한발 비껴 밀려나 있을 수밖에 없는 형편인 것이다. 미리 정보를 알고 사전준비를 해놓았을 경우와 뒤늦게 알고 기사를 쓰는 것과는 기사의 질에서 차이를 보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온라인매체 기자들은, 그나마 출입문제로 갈등을 빚는 기자실의 경우는 그래도 나은 편이라고 자조한다. 기자실 출입문제를 둘러싸고 싸우기도 하고 현실적인 타협책도 마련하면서 정보를 공유하는 방향으로 문화가 서서히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자실은 여전히 난공불락의 요새다. 정보전쟁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회 기자실에는 아예 온라인매체는 발도 못 붙인다. 오래된 매체의 출입자라 해도 기자단에 등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매일 방문증을 끊어 출입하는 이들이 많다. 전국 30여개 대안매체의 연합조직인 바른지역언론연대에서 파견한 김광석 사무국장(<남해신문> 기자)은 “사무처에서 기자단 눈치를 보는지 뚜렷한 이유없이 출입증을 발급해 주지 않는다”고 말한다. 대체 무엇이 이렇게 높은 진입장벽을 만들었을까. 종합일간지에 있다가 직장을 옮긴 한 닷컴기자는 그 이유를 “나 역시 그랬지만 기자실을 통해 얻는 기득권을 나누고 싶지 않기 때문일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언론환경은 급변하고 있지만 기자실은 아직도 정보원 관리라는 이유로, 때론 관행이라는 변명으로 기존 기자단의 배타적 점유와 정보담합, 사치성 외유, 민원해결의 다목적 공간으로까지 활용되고 있는 또 하나의 성역이라는 것이다. 그 특혜를 누리는 이들은 기자들이며 결정짓는 것도 기자들이다. 정확히 말해 ‘언론시장’에 먼저 진입한 종합일간지, 공중파방송, 유력지방지의 기자들이다.
경찰서장들이 기자들 골프 향응 배풀어
한 출입기자는 “봄, 가을에 한 차례씩 간부들 지방청 순회에 동행하는 건 관행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막상 접대를 하는 지역경찰의 입장에서는 짜증나기 그지없는 노릇이다. 경북경찰청의 한 간부는 “지난 9월 서울 본청에서 ‘10월 초쯤 기자들하고 내려가니 골프장, 호텔 등을 준비해달라’는 전화를 받았다. 청장이 회의시간에 얼굴을 붉히며 화를 낼 정도로 불쾌해했다”고 말했다. 한 대구경찰청 간부는 “대체 요즘이 어느 땐데 이러는지 모르겠다”며 “(돈이) 부담은 되지만 경찰구조상 상급기관에서 지시가 내려오면 우리로서는 어쩔 수 없다. 결국 접대를 할 수밖에 없다”고 볼멘 소리를 했다. 이러한 ‘관폐’는 돌출적인 상황에만 있는 건 아니다. 일상적으로 공보실에서 기자실을 챙기는 과정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지금은 예전에 비해 훨씬 줄었지만 아직도 몇몇 부처에서는 명절이나 행사 때에는 그냥 넘어가지 않고 심지어 출입기자의 가족 경조사에도 섭섭하지 않게 티를 내야 한다. 물주를 끌어오지 않으면 공보관들은 허리가 휜다. 예를 들어 경찰청 공보관에게 나오는 판공비는 월 80만원. 출입기자들과 회식 한번 하면 그만이다. 호주머니 사정이 안 좋은 일부 경찰서의 경우에는 일선경찰들이 특근할 때 1만원씩 나오는 특근비를 전용해 기자실에 쓰기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5천원짜리 식사를 하거나, 특근하지 않고도 특근했다고 해서 쌈짓돈을 만들어두는 방식이다. 앞의 경우는 경찰공무원에게서 노동의 대가를 빼앗는 일이고, 뒤의 경우는 국민 세금을 낭비하는 일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보험성 접대’ 창구로 쓰이는 기자실
보건복지부의 경우, 97년 서울방송 박수택 기자(현 서울방송 전국부 차장)가 출입기자단 간사를 맡으며서 이런 관폐를 없애기 위해 각자 돈을 내고 도시락을 주문해서 먹도록 분위기를 확 바꾼 적이 있었다. 이를 계기로 한때 출입부처마다 제 돈 내고 도시락 먹기 바람이 불었으나 어느 틈에 예전으로 되돌아갔다. 다만 노동부 등 일부부처에서 몇몇 기자들 차원에서 도시락을 먹는 경우가 있지만. 정보제공 기관과 비판적 거리를 유지해야 하는 기자들이 취재목적과는 무관하게 기관이 제공하는 각종 특혜를 누린다면 그것은 알게 모르게 정보전달에 영향을 끼치게 마련이다. 받을 건 받고 쓸 건 제대로 쓴다고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스스로 입에 재갈을 물리는 격이다. 출입처 기자단의 편의가 다양한 시각과 정보를 원하는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하는 일도 많다. 보도자료를 베껴쓰는 고질적인 문제는 탐사, 심층취재를 가로막는다. 보도 시점을 임의대로 바꾸도록 압력을 행사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이런 ‘떼거리 문화’는 웃지 못할 월권을 행사하기도 한다. 지난해 5월 한 정부부처의 대변인은 한달 동안 기자실 출입을 금지당했다. 일요일에 두 언론사의 기자들과 점심을 하는 도중 정보를 흘리는 바람에 기자단의 카르텔 구조를 깼다는 것이 ‘죄목’이었다. 기관장까지 나서서 싹싹 빌고서야 출입정지가 풀리게 됐다. 임대료 한푼 안 내고 기관의 장소를 빌려쓰는 기자들이 기관의 소속자에게 출입을 하라 말아라 할 권리를 가진 나라는 세계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임대료 안 내며 기관 소속자 출입 봉쇄도
이러한 ‘보험성 접대’가 기사에 영향을 가장 많이 끼치는 곳은 정치권이다. 정치인에게는 언론에 이름 한번 더 나오고 치적 한번 더 알려지는 게 중요하다. 따라서 각 정당의 부대변인들은 과외 업무로 양쪽에 필요에 따라 출입기자들과 의원들을 엮어주는 역할까지 맡아야 한다. 요즘에는 회식보다는 골프쪽으로 만남의 수단이 급격히 선회했다. 이런 권한을 악용해 취재목적이 아닌 사적인 목적으로 골프장 부킹을 부탁하는 꼴불견 기자들도 있다. 기자실에 상주하는 기자단이 폐쇄적 기득권을 누리다보니 거꾸로 기관쪽에서 자신들의 편의를 위해 기자단 핑계를 대며 매체 차별을 하기도 한다. 청와대의 경우 기자실 문턱이 높기로는 전국에서 최고일 것이다. 그래서 청와대에 출입하는 것은 매체의 권위와 영향력을 알리는 단적인 수단이 되기도 한다. 또한 청와대 기자실은 회사나 사주의 민원창구 역할도 하기 때문에 각 언론사별로 앞다투어 출입을 원한다. 그러나 외신이나 신생매체가 출입신청을 했을 때 청와대 공보수석실의 공식답변은 “기자단에서 정해야지 우리가 정할 수 없다”는 것. 하지만 지금까지 청와대 출입기자단에서는 신생매체 진입문제를 논의한 적이 한번도 없다. 그런 사실을 확인하면 공보수석실쪽에서는 “춘추관 공간이 좁다”고 변명한다. 한 청와대 출입기자는 “출입을 제한하는 건 청와대에서 다수의 기자들을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이 안 되기 때문”이라고 봤다. “미국 백악관처럼 모든 정보를 공개 브리핑 방식으로 제공하면 좋겠다. 하지만 청와대는 각 회의마다 홍보전문가가 참석해서 노코멘트, 부인, 인정, 이렇게 대답 등의 기준을 정하는 시스템을 갖춰놓지 못한 상태다. 힘들더라도 장기적으로는 그렇게 가는 게 옳다.”
출입처 취재방식을 개방적 시스템으로…
기자실 기자단이 소규모매체, 신생매체, 온라인매체 등 기자실에 등록되지 못한 이들을 정보접근에서부터 배제하는 것은 명백한 불공정 경쟁이다. 진입과 퇴출의 자유로움을 외치고 독점과 불공정 거래에 대해 사정없이 나무라는 기자들이 자신이 저지르는 그것들에 대해 둔감하다면 한국 언론의 미래는 없다. 기사 맨 앞에 썼던 성경구절은 이렇게 마무리된다. “… 네 눈 속에는 들보가 있는데 어떻게 남에게 네 눈에서 티를 빼내줄 테니 가만히 있거라 하고 말할 수 있겠느냐. 위선자야, 먼저 네 눈에서 들보를 빼내어라. 그래야 그때에 눈이 잘 보여서 남의 눈에서 티를 빼줄 수 있을 것이다.”
김소희 기자so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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