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독자마당 > 독자편집위원회 목록 > 내용   2006년02월09일 제596호
국가주의, 지속적인 문제제기를

역시 <한겨레21> 다웠던 국기에 대한 맹세, 시의적절했던 네이버 표지
‘2050 유토피아 상상’은 과학·경제의 망원경에만 기대 아쉬움 남겨

▣ 김수현 기자 groove@hani.co.kr

“<한겨레21>에서 보고 오랜만에 연락했다.” “대단한 일 하고 계시네요.” “그렇게 바쁘면서 별짓 다하고 다녀.” “출세했으니까 밥 사라.” 11기 독자편집위원들이 ‘취임’(!)뒤 주변으로부터 접한 반응들이다. 2월1일 서울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 모인 위원들은 어김없이 뜨거운 분위기 가운데에서 <한겨레21> 새해 점검을 시작했다.

박노자의 상상이 부담스러웠다네

최영선: 591호 ‘유토피아 2050’에서 분홍빛 낙관론으로 새해 문을 열었다. 칼칼한 현실을 시원하게 해주는 맛은 있지만 과학과 경제의 망원경만으로 미래를 조망한 데엔 의문이 들었다. 가치관과 철학의 성숙을 기본으로 상상을 전개했다면 울림이 더 컸을 것이다.

염인선: 표지이야기는 항상 복습을 하는데 이번엔 그렇게 안 되더라. 평소의 <한겨레21>과 다른 느낌이었다. 만화 기사 마지막에서 “이건 그냥 상상”이라고 말해 당황스러웠다. ‘아내는 애인과 잠자리를 하겠지’라는 박노자씨의 상상도 부담스러웠다.

한윤기: 황당한 부분이 다소 있지만 박노자씨의 글 구석구석에서 중요한 화두들이 발견됐다. 성담론의 개방, 가족제도와 ‘외국인’ 개념의 변화, 에너지 문제 등은 성찰해야 할 문제다.

김민정: 591호 특집에선 지방선거를 앞둔 정당의 현재를 집중 분석해 현실정치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줬다. 하지만 정책 점검보다는 인물론에 치우치면서 상대적으로 이미지 메이킹 역사가 짧은 민주노동당이 대중성이 부족하다는 식으로 흘러 분석에 한계를 드러냈다.

이만석: 또 다른 특집인 김광석 10주기 관련 기사는 예전의 미국 드라마 <위기의 주부들> 특집처럼 과도한 지면을 할당했다. 8쪽은 너무 많았다. 시사주간지 색깔에서 벗어나지 않았나.

한윤기: 어떤 이들은 <한겨레21>이 너무 왼쪽에 치우쳐 못 읽겠다고 하고, 운동을 하는 친구들은 예전 같지 않아서 못 읽겠다고 한다. 그 간격이 참 커 보인다. 후자에겐 김광석 관련 기사도 못마땅할지 모르겠다.

김지혜: 어른들에게 김광석과 관련된 얘기를 잠깐 들어보긴 했지만 잘 몰랐다. 이참에 그를 통해 그가 산 시대상까지 엿볼 수 있어서 무척 좋았다.

최수근: 그러나 사람과 사회 ‘뉴스조차 되지 못한 9인의 죽음’의 짧은 분량과 비교하면 그 추모의 무게차가 커 안타깝다. 못 배운 이를 천박하게 보는 사회의 시선이 있는데 <한겨레21>은 이런 시각을 버리고 국가의 노숙자 정책을 감시하는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

‘농업계 독수리5형제’특집엔 조금 섭섭


염인선: 초점 ‘성스러운 여인이 신음한다’는 난자 기증 후유증의 단면을 제대로 보여줬다. 황 교수에게 보내는 편지는 심금을 울리기에 충분했다.

한윤기: 592호 ‘국기에 대한 맹세를 없애자’의 표지 디자인이 참 좋았다. 표지에 끌려 구입했다는 친구도 있다. 충실한 발굴 인터뷰로 내용이 풍부했고, 도덕 교과서 문제는 후속보도를 해주면 좋겠다.

최수근: <한겨레21>답다는 칭찬을 아끼지 않겠다. 잠재의식에 자리잡은 맹목적인 국가주의를 잘 지적했다. 박정희 정권 시절 초등학교에 다녔던 나는 국가주의로 대표되는 파쇼적인 행위에 대한 거부감이 많았다. 월드컵과 국가주의를 고찰하는 특집도 나오는 건가.

이만석: 국가주의의 폐해가 막연하게 느껴질 때가 있었는데, 이번 기사를 읽으며 뚜렷하게 윤곽을 잡았다.

염인선: 유익한 기사다. 594호에 바로 후속보도가 나와서 반가웠다. 다만, 악플러가 아닌 합리적인 반대론자들의 의견을 잡지에 담아내 논의의 외연을 넓히면 좋겠다. 스포츠 현장 등 여전히 맹세가 존재하는 일상들을 점검하는 일도 빠뜨리지 않아야 한다.

최영선: 아이를 맡기러 어린이집에 가니 아침마다 애국가를 틀고 있더라. 항의했더니 교사가 “여호와의 증인이냐”고 말했다. 아이에게 좋은 것만 보여주기도 시간이 빠듯한데 국가주의까지 가르치고 싶지 않다고 했더니 그 교사가 알 듯 말 듯 한 표정을 지었다. 지속적인 문제 제기를 부탁한다.

이만석: 내가 사는 전북은 소득의 절반이 농사에서 나온다. 그만큼 쌀농가의 위기는 절박하다. 그렇기에 592호 특집 ‘농업을 지켜라, 독수리 5형제!’는 기사 자체의 유익함에도 불구하고 농가의 당면 문제들을 외면한다는 인상을 줬다. 집회하러 가려고 동네에서 어렵게 100만원짜리 전세버스를 빌렸는데 아침부터 경찰이 막아버려서 상경하지 못했단다. 의사소통마저 원천봉쇄당하는 힘없는 농민들을 기억해달라.

최수근: ‘작지만 강한, 멋있는 농업을’ 같은 기사는 의아했다. 변화의 방법을 몰라 농민들이 어려운 건 아닐 것이다. ‘농민도 변해라. 변해야 산다’는 구태의연한 논리가 반복됐다.

최영선: 593호 ‘노시민의 운명’에선 유시민을 반대하는 열린우리당과 유시민을 분석했는데 신선도가 떨어졌다. 이보단 장관의 능력을 검증하는 기사를 보고 싶다. 그가 예전에 어떤 법안을 발의했는지, 보건복지에 대한 식견은 있는지 물어보고 답하면 안 될까. 중선거구제나 예산 낭비로 위험해져가는 지방정치의 현실도 담아주길 바란다.

김민정: 당의 내분에 초점을 두고 ‘노시민’의 역할을 보여줘서 의미가 있었다. 개인적으로 이런 기사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한 정당의 방향성에 대한 논란은 당원만의 문제가 아니며, 현실정치의 문제다. 계파싸움이 결국 외부 충격의 반영이 아닌가.

이만석: 특집 ‘석유중독 살길은 없는가?’는 문제 제기엔 나무랄 데가 없으나 수치와 이론이 나열돼 내용 파악이 어려웠다.

김민정: 개인의 소비보다 산업에 의한 오염 문제에 더 집중해보면 좋겠다. 재생에너지의 필요성이 제기되지만 국가 정책에 반영되지 않는 이유도 궁금하다.

김지혜: 594호 ‘네이버 제국의 명암’은 한창 구글 얘기로 일간지들이 채워졌을 때 시기적절하게 네이버 이슈를 다뤘다. 야후, 다음에 대한 기사가 보충됐더라면 알찼을 것이다. 대체로 재미있었다. 다만 23쪽에 실린 쥬니어 네이버의 행사 사진은 기사와 별 관련이 없어 적절치 않았다.

염인선: 초록색 표지가 네이버를 상징적으로 드러냈다. 네이버의 폐쇄성과 열린 검색을 둘러싼 신경전의 전모들은 좋은 정보였다. 검색의 질적 저하, 악플 문제, 인터넷 종량제와 실명제의 도입에 대한 언급이 있었다면 금상첨화였을 것이다.

한윤기: 취업 준비반 친구들과 글쓰기 모임을 하는데 네이버 지식인의 글귀 중 유려한 표현을 따곤 자기 생각이라고 말하는 부끄러운 일들이 종종 발생한다. 가공 자료에 익숙해지면서 생기는 폐해도 보여주면 좋겠다.

염인선: 특집 ‘강제철거 야만의 시대를 끝내자’를 보고 충격과 분노를 느꼈다. 철거 문제는 하루이틀 제기된 게 아니다. 기사가 무심코 지나쳐왔던 사안을 상기시켜주니 나도 아차 싶었다. 우리 사회는 갈 길이 아직 멀어 보인다.


철거 문제, 함께 분노하다

김지혜: 연이어 <왕의 남자>에 대한 기사가 나왔다. 최근 불거진 <홀리데이> 조기 종영 문제 등 다양하게 다루면 좋겠다. 593호 라이프 & 트렌드 ‘안경 없이 못살아, 정말 못살아’는 안경 소개를 돕는 시각적인 자료가 적절히 배치되지 못해 신선한 주제가 선명히 드러나지 못했다.

최수근: 594호 초점 ‘파키스탄, 모진 겨울이 시작됐다’에서 파키스탄 대재앙 후속보도를 다뤄 돋보였다. 그런데 여기서 언급한 사망자, 이재민 수가 593호 원샷의 수치와 달라 헛갈렸다.

최영선: 영화 <청연>을 말한 권김현영의 글이 속시원했다. 황산벌의 계백이 가족을 죽이고 영웅 대접을 받고, 박경원이 친일 행적으로 영화를 거부당하는 상황이 불편하다. 내가 영화에 감동을 받는다고 해서 그녀의 친일 행적을 미화할 이유는 없지 않나.

염인선: 592호 경제 ‘디지털, 단순하게 달콤하게’는 ‘최첨단 기능이 돈을 벌게 해주는 게 아니다’라는 정곡을 찔러주었다. 얼마 전 시작된 평택 캠페인 모금 명단을 보니 기자분들 이름이 다 나왔더라. 우토로는 어떻게 됐는지 궁금하다. 두 가지 캠페인 모두 잘되길 바란다.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