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지면개편 평가로 문 연 독자편집위원회… 카이스트 심층 후속보도 당부·생활정보들은 좀더 충실히
▣ 김수현 기자 groove@hani.co.kr
독자편집위원회 위원도 <한겨레21>과 함께 새 달력의 첫장을 찢었다. 신년 지면개편을 단행한 지 한달, 위원들은 첫선을 보인 고정물들을 놓고 어떤 평가를 내렸을까.
김무늬: ‘기업, 氣uP!’의 기획 의도가 참 좋다. 하지만 통계 인용이 많아서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수치는 성장의 결과물일 텐데, 성장하게 된 과정을 더 재미있게 풀어줬으면 좋겠다. 또 기업 PR로 보이기 쉬우니 조심스럽게 다뤄야 할 것이다.
박정호: 재미를 살릴 수 있는 상자기사는 어떨까. 제약회사 기사에서 약국 주인을 인터뷰해서 그 제약회사의 전후 과정에 대해 들어보면 재미있지 않을까.
김무늬: ‘독자와 함께’에서 독자 의견에 리플을 달고, 여러 코너가 생겨서 생기가 돈다. 할인쿠폰도 친구와 함께 썼다. ‘곽윤섭 기자의 사진클리닉’도 재미있게 보고 있다.
박정호: 정기독자 인터뷰 코너를 통해 독자와의 피드백 창을 만든 건 좋은 일이다.
김주경: ‘우종영의 즐거운 산행’은 수목 전문가인 저자가 산행의 즐거움을 나무 보기에만 치중해 들려주고 있어서 읽기에 부담스럽다. 기행문이라면 장소를 부각시켜줘야 한다.
곽동운: ‘김재희의 여인열전’도 흥미로운 주제들을 많이 다뤄줄 것이라 기대한다.
김무늬: 문화면이 많이 늘어난 거 같다.
권동욱: 하지만 542호엔 정치기사도 일곱 꼭지가 들어가 있다. 아마도 문화면의 디자인이 돋보이다 보니 상대적으로 다른 기사들이 묻혔는지도 모르겠다.
김주경: 그런데 문화면이 양적으로만 커진 것 같아 아쉽다. 운용도 조금 더 잘됐으면 좋겠다. 라이프&트렌드나 ‘즐거운 산행’ 등의 코너와 합쳐 살펴보면, 때때로 한 호에 ‘웰빙’이나 ‘여행’같이 성격이 비슷한 기사들이 몰리는 경향이 있다. 적절하게 여러 호에 분산하거나 아니면 한꺼번에 묶어서 잘 펼쳐줬으면 좋겠다.
권동욱: 광고나 드라마에서 ‘신파’ 코드를 읽어내듯이 단편적인 현상을 엮어 하나의 흐름을 짚어주는 문화기사가 재미있다. ‘뉴스인물 다시보기’는 요즘 잘 안 보이는데, 계속하는 것인가. 최재천 의원 기사를 재미있게 읽었다.

△ 542호 표지이야기는 ‘푸껫에서 절망하다’는 <한겨레21>의 아시아 네트워크가 잘 가동되어 방송보다 더 생생하게 현장 분위기를 전달했다는 평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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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첫호인 541호 표지이야기 ‘성격 2%만 바꾸자’는 위원들마다 다른 의견을 보였고, 542호의 표지이야기 ‘푸껫에서 절망하다’는 현장감 있는 보도라는 측면에서 큰 점수를 얻었다. 544호 ‘폭풍 속의 카이스트’도 위원들의 눈길을 끈 표지이야기였다.
김혁: 541호 표지이야기 ‘2%의 변화가 삶을 업그레이드한다’는 전반적으로 상식적 수준에서 평이하게 글을 전개했다. 상자기사 ‘성격 개조에 동원된 도우미들’은 동종 업체가 많은 상황을 감안하면 특정업체 홍보광고로 보일 수 있다.
박정호: ‘직장생활에서 나도 남도 힘들게 하는 7가지 성격 유형과 극복법’은 유익했다. 그런데 상자기사를 통해 투덜이 지수를 측정해보려 했지만 산출법이 없어서 할 수 없었다. 또 질문들이 극단적이어서 신빙성이 없어 보였다. 드라마 주인공의 성격을 이용해 알아본 ‘뜨는 성격 지는 성격’은 눈에 쏙 들어왔다.
박정호: 542호 표지이야기에선 사건 현장을 돌아다니며 기자가 느낀 안타까움과 슬픔이 잘 드러났다. TV방송에 나온 화면보다 몇장의 사진과 글이 뇌리에 오래도록 남았다. 쓰나미에 대한 설명과 경보 시스템에 대한 기사도 유익했다.
곽동운: 동남아 일대를 잘 아는 정문태 기자가 써서 현실감이 뛰어났다. 특히 14쪽의 ‘애인의 주검을 손수 화장하다’는 발로 띈 기자만이 쓸 수 있는 기사다. 아시아 네트워크 구성이 값진 일이라는 것도 여실히 보여줬다.
권동욱: 다른 아시아 국가의 기자들이 쓴 기사는 주관적인 느낌이 강했고 오히려 현장감이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
김무늬: 정치적 상황 때문에 닫혔던 아체의 문이 쓰나미로 인해 열렸다는 정문태 기자의 말이 인상 깊었다.
권동욱: 544호 ‘폭풍 속의 카이스트’를 보면 총장이 잘못하고 있다는 의견들이 있는데, 그렇다면 왜 그 총장이 오게 되었는지 당시 카이스트의 상황을 구체적으로 보여줬으면 좋았을 것이다.
김주경: 처음엔 이 주제가 생경했는데, 요즘 심심찮게 언론에서 언급되고 있다. 그런데 모든 언론들이 카이스트의 근본적인 문제를 짚지 않고 로플린 총장의 한마디 한마디에 집중하고 있다. 과연 카이스트 학과들 중 경쟁력이 없는 학과가 있는지가 궁금하다.
김혁: 이해당사자가 아닌 <한겨레21>에서 중도적 입장을 취하려고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재학생, 졸업생, 총장, 교직원, 담당 부처, 과학기술 수혜자인 국민들의 주장을 직·간접적으로 골고루 담아냈다. 그런데 43쪽의 사진설명에서 “한국은 더 이상 이공계를 중시 말라”는 건 적절하지 않았다.
곽동운: 총장 인터뷰에서 “다만, 교수들은 여전히 엘리티즘을 주장하고 있다. 개인적인 생각은 정부의 지원을 받는다면 많은 사람을 가르치는 데 써야 한다는 것이다”라는 표현이 와 닿았다.
김혁: 이슈화를 했으니 지속적으로 다뤄주길 바란다. 요즘 후속기사가 시들하다. 성매매 특별법이 흐지부지된 것이지, 그런 것들이 궁금하다.
표지이야기들의 후속기사 보도를 당부하는 가운데, 543호 표지이야기 ‘재벌 3세가 뛴다’와 기타 기사에 대한 평가가 이어졌다.

△ 544호 표지이야기 ‘폭풍 속의 카이스트’는 요즘 불거지는 카이스트 문제를 발빠르게 전해줘서 좋았으나, 카이스트의 근본적인 문제점에 대해 더 자세히 풀어줬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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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동운: 543호에서 재벌 3세를 다룬 기사들 중 ‘오 놀라워라 대물림의 비법’이 좋았다. 조금 더 상세하게 풀어줬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그런데 ‘정부와 헤어질 수 없는 삼성’의 경우엔 모호한 근거가 일부 곁들여지면서 자칫 추측성 보도로 오해될 만한 여지가 있었다.
그리고 좋으나 싫으나 한국 경제의 중추를 담당하게 될 재계의 3세들인 만큼, <한겨레21>이 감시와 견제의 기능을 더 발휘했어도 좋을 뻔했다.
김혁: 이런 이야기는 큰 영향력을 지닌다. 재벌 3세의 문제는 전국민과 관련이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실 보도를 중심으로 하면서 지나치게 중립을 지켰고, <한겨레21>만의 목소리가 미약했다. 몸을 사리는 건지, 말할 것이 없는 건지 모르겠다.
김주경: 담담하게 풀어나간 서술도 나쁘지 않았다. 22쪽의 경제계 X파일이 일목요연해서 보기 좋았다.
김혁: 요즘 표나 그림이 강화돼서 이해에 도움이 된다.
김주경: 그러나 편집 디자인에서 발문이 너무 튀는 요소다.
권동욱: 542호에서 빈곤우울증을 다룬 특집기사가 참 우울했다. 청년실업을 다룬 기사는 20~30대의 밝은 백수들이 많은데 우울함의 테마에 끼워넣어서 지나치게 어둡게 묘사된 듯하다.
김혁: 팀워크가 돋보이는 특집이었다. 메인 기사에 붙여 대안을 제시한 지역 네트워크 기사와 다각도로 문제를 제기한 청년실업 관련 기사로 잘 구성됐다. 544호 특집 ‘구치백 후폭풍, 사장자리 흔든다’는 주제가 불명확했다. 특집에서 말하려는 내용이 무엇인지 알기 어려웠다. 또 폭로된 사실에 대한 <한겨레21>의 입장이 없었다. 문화방송 이상호 기자의 인터뷰를 다룬 점은 좋았다.
권동욱: 촌지와 관련된 부분은 재탕하는 느낌이 들었다.
곽동운: 543호 ‘움직이는 세계’의 ‘굴러온 미사일, 박힌 인간 빼다’는 충실한 기사다. 일반독자들이 모르는 세상에 대해서 좋은 해설을 곁들여 잘 얘기해줬다. 제국주의가 어떤 식으로 현재에도 존재하는지를 보여줬다.
김혁: 543호 ‘한국축구, 정치폭풍에 휩싸이다’는 스포츠를 너무 정치적으로 해석한 게 아닐까. 일반 독자들은 축구 발전의 방향을 알고 싶어한다. 정치, 야당, 파벌 같은 단어로 지나치게 정치적 분위기를 조장한 측면이 있다.
권동욱: 542호 ‘뉴 라이트는 품성을 갖춰라’를 잘 봤다. 통쾌하다.
김주경: 중국과 관련된 지명·인명엔 한자를 병기해주면 좋겠다. 사람이야기에 나온 자오쯔양이 ‘조자양’이라는 걸 한참 뒤에야 알았다.
김무늬: 543호 창에서 왜 ‘영어마을’ 이야기를 새삼스럽게 꺼냈는지 의도가 잘 이해되지 않았다. 544호 사람과 사람에서 다룬 지율 스님의 기사에선 천성산의 보존가치에 대한 정보를 곁들였으면 좋았을 것이다. 안타까움을 불러일으키는 한편으로 스님의 주장에 당위성을 실어주면 좋겠다. 요즘은 정치 관련 표지이야기가 눈에 덜 띈다.
박정호: 543호 ‘최고의 공원을 찾아서’는 공원의 넓이 같은 정보보다는 ‘자전거 타기’처럼 실제 그 공원에서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이나 홈페이지, 교통편 등의 정보를 가르쳐줬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542호 라이프&트렌드에서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좋았다. 다음엔 실생활에서 어떻게 사용되는지 자세히 살펴주길 바란다.
권동욱: 544호에 정치기사가 여섯 꼭지 실려 있는데, 기사 말미가 대부분 ‘그러나…’로 끝난다. 정치기사는 그런 식으로 마무리될 수밖에 없는지 모르겠지만, 가끔은 기사를 다 읽고 나서 마지막의 ‘그러나’를 만나면 허무해진다.
곽동운: 고현정이 기사에 자주 등장하는데, 고현정의 인기가 거품인 건 아닐까. <한겨레21>이라면 스포츠 신문에서 보는 기사와는 다르게 접근해볼 수도 있을 거라 생각한다.
김혁: 542호 ‘쌀 협상, 패 다 보여주고 노름했나’는 무심코 지나칠 법한 쌀 협상의 문제점을 잘 보여줬다. 상자기사의 세부적인 설명과 60쪽의 도표가 이해를 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