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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섹션 : 독자편집위원회 등록 2003.01.08(수) 제442호

[독자편집위원회] 시대의 화두를 던져라

독자편집위원회가 뽑은 2002 베스트10 기사… 미군철수·사병월급 등 도전적 문제제기 평가

“너무 어려워 죽는 줄 알았습니다.”

12월 한달 동안 독자편집위원들에게 주어진 숙제는 만만치 않았다. 2002년 신년호부터 송년호까지 베스트10 기사 후보 뽑기. 위원마다 담당기간을 정해 모두 30여개의 후보를 추려냈다. 독자편집위원회 인터넷 카페(http://cafe.daum.net/hanifriend)에 들어가면 월별 베스트 후보들과 선정이유 등 위원들의 ‘산고’가 담긴 숙제를 볼 수 있다.

3차 회의는 이렇게 추려진 후보들 중 모두 10개의 베스트 기사를 선정했다. 표지이야기, 특집, 기획 등 주로 덩치 큰 기사를 대상으로 했어도, 한해 동안 쏟아진 기사들 중에서 10개를 추려내는 작업은 말처럼 쉽지 않았다. 위원들이 합의해 결정한 선정기준은 소재나 발상이 참신한 기사, ‘한겨레다운’ 기사, 두 가지였다. 그러나 이 기준에 속하지 않아도 내용이 충실하고 노력의 흔적이 보이는 기사들은 배제하지 않았다.

이날 회의에서 위원들은 격렬한 토론 끝에 16개의 후보로 범위를 좁혔고, 최종 투표를 통해 베스트10을 확정했다. “아차상도 줍시다!” 위원들은 아깝게 떨어진 기사들에 대해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의 ‘아차상’은 436호 특집 ‘똥꼬 살려!’였다. 몸으로 뛰어든 두 기자의 ‘살신성인’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 또한 질병에 관한 기사 대부분이 병의 심각성을 설명하는 건조한 문체로 작성되는 데 비해, 의인화된 문체를 사용해 읽는 부담을 덜어준 것도 좋은 평가를 얻었다. 그러나 기사의 중요도에서 다른 후보들에 밀려 아깝게 베스트11에 만족해야 했다. 가장 많은 표를 얻은 ‘최고의 기사’에는 400호 표지이야기 ‘미군철수, Why not’과 427호 표지이야기 ‘사병월급을 현실화하라’가 끝까지 경쟁했으나 우리 시대에 가장 뜨겁게 논란이 될 문제를 미리 예견하고 화두를 던졌다는 점에서 ‘미군철수’가 더 많은 지지를 받았다.

워스트10도 뽑자는 의견이 있었으나 베스트 기사들을 선정하여 기자들에게 분발을 촉구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대신, 2002년 한해 동안 보여준 <한겨레21>의 모습에 쓴소리를 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자, 이제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2002년 독자편집위원회가 뽑은 <한겨레21> 베스트10을 공개한다(순위를 가리지 않고, 발행일자 순서대로 10개).

2002. 1. 3 390호 표지이야기 ‘네티즌이 대선을 접수한다’

당시 독자편집위원회에서도 많이 거론된 기사였고, 참신한 소재발굴이 좋았다. 2002년 새해 벽두에 이 기사가 나간 것은 어찌 보면 매우 놀라운 일이다. 대선과 주한미군 문제 등에서 네티즌이 지난 한해 가장 큰 힘과 가능성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미래를 내다볼 줄 아는 슬기로움을 높이 평가한다. 그러나 네티즌에 대한 과잉포장은 거부해야 한다. 실제로 네티즌이 세상을 바꿨는지, 세상을 바꾸고 있는지는 앞으로 계속 지켜봐야 한다.

2002. 2. 21 396호 특집 ‘부부여 서로 통하라’

이혼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우리도 심심찮게 주변에서 이혼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곤 한다. 부부간의 대화는 우리 삶에서 아주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공감

이 가는 기사였다. 이미 결혼한 독자뿐 아니라 미혼의 독자도 앞으로 겪을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문제를 극복하는 방법에 대해 관심 있게 읽은 것 같다. 또한 기자 개인의 체험까지 털어놓는 참신한 문제제기도 돋보였다. 이런 문제는 중요하지만 잘 기사화되지 않는다. 기사를 보고 “아, 이런 것도 시사주간지의 주제가 되는구나”라고 깨달을 정도로 차별성 있었다.

2002. 3. 21 400호 표지이야기 ‘미군철수 Why not’

선견지명이 있는 기사다. 특히 용미와 철미의 토론으로 풀어간 기사가 인상적이다. 왜 용미냐, 철미냐 하는 문제에 대해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했다. 시기적으로 적절

한 기사였고, 여중생 사망사건으로 더욱 돋보이지 않았나 싶다. 그러나 <한겨레21>은 명확히 <한겨레21>의 입장을 밝혀주는 것이 나을 것 같다. <조선일보>는 얼마 전 미군이 철수해서는 안 되는 이유를 대서특필했다. 이렇게 은유적으로 표현하는 것보다는 좀더 뚜렷하게 자신의 입장을 주장하는 것이 우리 사회에 도움이 될 듯하다. 주한미군 문제는 노무현 당선자가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라고 볼 수도 있다. 현재 반미 감정이 확산되고 있는데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 개정뿐 아니라 주한미군 문제를 전체적으로 다시 다뤄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2002. 4. 25 405호 특집 ‘나이 먹은 게 죄냐’

나이 제한 규정과 사례, 그리고 한국 문화 속에 숨은 ‘나이주의’에 대한 비판기사였다. 독자편집위원회 회의에서 가장 좋은 평가를 받은 기사 중 하나다. 참신하고 도전적인 문제제기가 돋보였다. 나이차별은 사회적 문제라고 생각하지만 막연하게만 느꼈던 부분이다. 직장에서도 자기보다 나이 어린 사람이 상사가 되면 사표 내겠다는 사람들이 많다. 사회 발전에 걸림돌이 되는 문제를 화두로 던졌다는 것이 중요하다. 나이차별은 노인들도 피부로 느끼는 큰 문제다. 교장이나 공무원들은 60살이면 정년퇴직해야 하고, 사실 55살 이상이면 경제활동에서 퇴출된다. 그러나 사회보장제도가 끌어안는 사람들은 65살 이상이다. 그 차이를 극복하고 살펴보는 모습도 필요하다.

2002. 5. 16 408호 표지이야기 ‘비정규직, 당신은 식민지’

정규직은 노동조합을 통해 보호받고 있다. 노동자 중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계약직 등 비정규직인데도 노동조합이 제대로 보호해주지 못하고 있다. 정규직 노동자들이 피해를 입을까 우려하기 때문이다. 비정규직은 갈수록 늘어만 가는 추세다. 파견근로·대체근로 등 변형근로 문제도 심각하다. 이 기사를 읽고 <한겨레21>이 제 역할을 해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정규직 문제도 크게 보면 인권의 문제다. 인권의 사각지대를 조명하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은 <한겨레21>만의 장기 아닌가.

2002. 5. 30 410호 아시아 네트워크 ‘입맞추라, 멋진 신세계’

새롭게 출발하는 동티모르는 개발 독재 등 우리가 겪은 실패의 전철을 밟지 말고 당

당한 민주국가로 우뚝 서면 좋겠다. 기사는 시·공간을 뛰어넘어 바로 이웃에서 벌어진 일같이 참신하고 상세하게 동티모르 독립과 총선을 다뤘다. 동티모르나 체첸은 1세기 전 우리의 모습이다. 지금 체첸도 독립을 주장하고 있으나 국제여론이 이를 지원해주지 못한다. <한겨레21>의 장점 중 하나가 일반 외신에서 보지 못하는 세계의 핍박받는 사람들을 다루는 점이다. 동티모르 기사를 보며 눈물 흘린 독자들도 더러 있다. 부산 아시안게임에 동티모르 선수가 참여했고, 특히 여성 마라토너의 집념이 매체에 많이 소개되어 이제는 동티모르에 대한 관심도도 높아졌다.

2002. 9. 5 424호 특집 ‘누가 인공기를 두려워하랴’

30대 이상의 세대만 해도 인공기는 두려운 존재다. 지금 대학 신문에서 인공기가 공공연하게 배경사진으로 나와도 거부감이 없는 것은 진보적 매체들이 선도적으로 나서

주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 기사는 북한을 이제 하나의 국가로 인정해야 한다는 것을 다시금 되새기게 했다.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으면 대선 때마다 북풍이 불거져나오는 것을 피할 수 없다. 진지하게 쓰면 굉장히 무거워질 기사였는데 새련된 형식으로 접근했다. 태극인공기 여성이 등장하는 소설가의 콩트를 통해 인공기 문제를 대하는 우리의 무지를 꼬집어준 것이 참신했다.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이념논쟁에 쐐기를 박았다. 우리에게 막연한 두려움 대신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었다.

2002. 9. 26 427호 표지이야기 ‘사병월급을 현실화하라’

한국사람의 반(남성)은 알면서도 무시하고 반(여성)은 모르는 사실이 사병월급이다. 신성한 국방의 의무라서 고민조차 필요 없다고 생각해온 소재였기 때문에 단연 돋보였

다. 원론적이지 않은, 구체적인 문제 접근방식도 좋았다. 또한 징병제를 모병제로 바꾸는 문제 등 대안을 제시했다는 점도 높이 평가받아야 한다. 흔히 남자친구가 군대가면 애인이 돈 많이 버는 줄 알고 이거 사달라 저거 사달라 한다는데… 이 기사에는 월급 액수까지 상세히 잘 지적해줬다. 군대 가본 사람은 누구나 경험했겠지만 군대도 공무원 사회만큼이나 효율적이지 못하다. 이렇게 운영될 바에야 하루빨리 현재의 체제를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 징병제에서 모병제로 전환한 다른 국가들의 예도 살펴보고, 군대가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 고민해봐야 한다.

2002. 11. 7 432호 표지이야기 ‘마지막 잎새는 떨고 있나요’

대선 관련 기사가 후보자, 유권자 위주로 흐르는 분위기에서 그 이면을 취재한 것이 흥미로웠다. 최근 사형수 4명이 감형된 것을 보고 다시 한번 <한겨레21>이 이 문제를 정말 잘 다뤘다고 생각했다. 일단 사형제 폐지 문제를 공론화했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사형제도를 채택한 나라들의 재범률·범죄증가율 등을 비교해 세밀하게 다룬 점도 높이 사야 한다. 그러나 독자편집위원 모두가 사형제 폐지에 동의하지는 않는다. 다른 독자들도 반반의 감정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기사가 너무 온정주의에 치우친 감이 있다. 사형제 폐지 문제에 대해서는 공정하게 양쪽의 입장을 듣고 평가하면서 해결책을 마련해야 하는데, 사형수의 절박한 심정만 부각해서 한쪽에 너무 치우쳐버린 느낌이 든다.

429호 특집, 432호 특집 ‘브라질 룰라 대통령의 승리’

브라질 노동자당(PT)의 성공을 계속 다뤄주었다. <한겨레21>만이 특집으로 다룰 수 있는 기사인 것 같아 후한 점수를 준다. 처음에 짧게 두쪽 나왔을 때 ‘아, 이런 나라

%%99010%%도 있구나’라고 생각하면서 점차 관심을 갖게 되었고, 그 뒤 특집기사들을 보며 많은 것을 알 수 있었다. 새끼손가락이 없는 룰라 대통령의 손을 보며 이렇게 대학도 안 나오고 배움이 없는 사람도 탁월한 지도자가 될 수 있구나 생각하며 놀라웠다. 유럽이 자꾸 우파로 기우는 반면, 남미는 좌파 정권이 늘어가는 것 같다. 룰라가 앞으로 브라질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미국과 어떤 관계를 맺을지, 다른 나라들에 어떤 파급효과를 줄지 기대하게 된다.

유현산 기자 bretol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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