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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은 여성의 달? 한달간 집중된 여성문제 기사들에 호평… 아이템 참신하지만 내용에도 충실을 기해달라
3기 독자편집위원회 2차 회의의 화제는 단연 여성문제였다. 383호 성역깨기 ‘여성의 자위를 말한다’, 384호 표지이야기 ‘남자의 눈물’, 385호 표지이야기 ‘아시아의 여성’, 같은 호 문화면 페미니스트 가수 지현 인터뷰 등 여성주의적 맥락에서 다룬 기사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대부분 신선한 아이템이라는 의견에 여성위원들뿐 아니라 남성위원들도 동의하는 분위기였다. 특히 ‘여성의 자위’에 대해서는 주제 자체가 도발적이기 때문인지, 많은 위원들이 가장 인상 깊었던 기사로 손꼽았다. 여성의 자위에 대해 여성 스스로도 제대로 생각해보지 않았던 것이 우리의 현실이고, 이를 일깨워줬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았다. 이준상 위원은 “꺼내기 어려운 문제이니 한번 다룰 거 제대로 다뤄달라”며 내용의 충실도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표지이야기였던 남자의 눈물, 아시아의 여성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근무를 마치고 시간이 없어 비행기를 타고 울산에서 올라왔다는 이준상 위원. 그는 내일이 쉬는 날이라며 나머지 위원들을 ‘선동’하여 뒤풀이를 가졌다. “기분 좋으면 오늘 밤 샐까요?” 과연 이준상 위원의 ‘기분’이 몇시까지 갔는지, 어떤 숨겨진 얘기들이 나왔는지 다음 회의에서 확인해볼 예정이다.
이준상 382호 지성면에서 노엄 촘스키를 다룬 것은 아주 좋았다고 봅니다. 현대 언어학의 창시자로 지겹도록 들었겠지만 진보적 지성인으로서의 모습은 잘 모르거든요. 그런데 그 사람을 뛰어난 논쟁주의자에만 초점을 맞춰서 베트남전, 한국전 등 침묵의 카르텔로만 묶여 있던 사건들에 대해 과감히 문제제기하는 모습은 잘 부각되지 않은 것 같아요. 같은 호 김창국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도전인터뷰는 왠지 아쉽네요. 국가인권위원회가 우리나라 국민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야 되는데, 시민사회단체나 인권운동을 오래 했던 사람들이 실망을 하고 있는 측면도 있어요. 그 문제점을 사회단체들에도 들어서 파헤쳐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384호 ‘남자의 눈물엔 향기가 있다’는 아이템도 신선했고 내용 자체도 풍부했어요. 남자들이 드라마를 보면서 부인 앞에서 눈물을 안 보이려고 노력을 하고 못참겠으면 화장실 가며 얼마나 불편이 많았습니까. (웃음) 단순한 생각인지는 모르겠는데요, 텔레비전 드라마가 여성문제에 끼치는 영향이 엄청나다고 생각해요. 남녀가 처음 만날 때는 서로 존댓말을 쓰다가 결혼을 해서 몇년 지나면 남자는 갑자기 하늘이 돼버리고 맙니다. 남자는 항상 반말을 하고 아내는 존댓말을 하고요. 그것이 자연스럽게 시청자들에게 주입이 됩니다. 그 부분부터 기사로 짚어줬으면 좋겠습니다. 표현진 어린이 프로에서도 남자는 넥타이, 여자는 앞치마 이렇게 가르치더라고요. ‘남자의 눈물’은 정말 좋았는데, 그 주간에 저희가 수능을 봤거든요. 그런데 기사가 딱 한 꼭지밖에 없었어요. 중고등학생들도 <한겨레21>을 많이 보는데, 정작 학생들에 대한 얘기는 별로 없어요. 그래서 <한겨레21>을 보면 공감대가 덜 형성되는 것 같아요. 이번 수능도 좀더 자세히 다뤄줬으면 좋았을 텐데, 우리에게 1년의 대사인 일이 아무것도 아닌 것 같고 해서 기분이 나빴어요. 김경목 11월 한달은 여성의 달이 아닐까 싶더라구요. 성문제, 아시아의 여성 등 여러 방면에 다양하게 포커스를 맞춰서 여성문제를 부각시킨 것 같아서 신선했어요. 그리고 개인적으로 저는 붉은 악마 회원이거든요. 이번 조추첨을 계기로 앞으로 월드컵에 대비한 붉은 악마 행사들에 대해 관심을 가져줄 필요가 있을 것 같네요. 류재수 연말정산을 다룬 382호 경제면 기사는 약간 시기가 빨랐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자세하게 소개한 모 일간지를 펼쳐 보여주며)소개도 너무 간단했어요. 사형제를 다룬 384호 이슈추적은 존치론과 폐지론의 장단점을 나열하고, 현재 사형수와 그 가족들을 여러 명 만나보는 작업이 더 필요했어요. 같은 호 경제면 ‘기업이여, 나를 평가해다오’는 나름대로 대안을 잘 제시했지만 “취업기회를 잡으려면 노동시장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있어야 한다”는 말은 전쟁에서 총알이 있어야 살 수 있다는 말과 똑같죠. 그걸 알면 취업걱정은 사실 없죠. 좀 자세히 다뤄줘야 할 것 같습니다. 386호에서 베트남 병원건립 사업을 평화공원 건립으로 전환하는 문제가 기사로 나왔는데, 독자들에 대한 배려를 못했고 준비나 기획이 부족했어요. 바꿨다는 말 한마디가 아니라 최소한 의견을 물어봤어야죠. 유현영 ‘아시아의 여성’을 표지이야기로 한 385호를 책상에 올려놓으면 회사여사원들이 그것부터 보더라구요. 처음 듣는 얘기지만 굉장한 정보가 됐던 것 같아요. 381호부터 386호 중에서 제일 좋았던 건 386호예요. 다양한 문제를 다루고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국가인권위 위원장 인터뷰도 좋았지만 세상보기 사진 한장이 시사하는 바가 더 많았다고 생각해요. 신문기사에서 문제점만 나오고 어떤 식으로 나아가야 되는지는 나오지 않았는데, 사진 한장이 그 답답함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아요. 그리고 기자가 뛰어든 세상이 최근에 좀 뜸해진 것 같아서 아쉽네요. 직장에서 결혼한 여직원들 대부분 첫아이가 유산이 되는 경우가 많은데, 결혼을 하면서 이중으로 겪는 스트레스 때문일 거예요. 불임도 굉장히 많아지고요. 이런 문제들을 좀 구체적으로 다뤄야 될 것 같아요. 바로 연결되는 건 육아문제인데, 첫아이는 대부분 시골 부모님집에서 키우고, 애 하나 더 생기면 직장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문제인 것 같아요. 오용연 ‘여성의 자위를 말한다’를 읽고 선배에게 <한겨레21>에 이런 기사가 나왔더라고 얘기했더니, 자기도 지하철 지나가다 가판대에서 봤는데, ‘여성의 지위를 말한다’로 생각했대요. (웃음) 여성의 자위란 게 너무나 낯선 단어였기 때문이죠. 그 선배 얘기 듣고나서 이게 정말 성역깨기구나 하고 느꼈죠. ‘아시아의 여성’에서 안타까웠던 점은 중국이 빠졌다는 점이에요. 아시아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곳이고, 남녀평등이 많이 정착돼 있다고 하지만 유교사회의 전통도 남아 있을 테니까 여성의 지위에 대해 말할 것이 정말 많은 나라일 텐데 빠져서 아쉬웠어요. 385호 움직이는 세계에서 재일동포 3세를 다룬 영화 세편에 대한 기사를 재미있게 읽었어요. 우연치 않게 영화 <GO>를 보게 됐는데, 참 좋았어요. 그리고 383호 움직이는 세계 ‘유엔으로 간 양심적 병역거부’ 기사도 좋았어요. <한겨레21>에서 유일하게 지속적으로 이슈를 물고 가는 건 양심적 병역거부라는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 양심적 병역거부가 우리 사회에서 충분히 토론될 때까지 계속 이끌어줬으면 좋겠네요. 외국인에게 한국어 가르치면서 웃기는 텔레비전 프로그램들이 있어요. 그냥 보기엔 웃기지만 한국어 교육학과 교수님들이 보시면 기절초풍할 방법으로 한국어를 가르치죠. (웃음) 이주노동자들, 현지 한국회사 직원들 등의 한국어 사용이 점점 늘고 있고 교육도 확산되고 있는데, 제대로 된 한국어 교육에 대한 인식도 정책도 없거든요. 외국에 영어배우러 갔다가 그냥 한국어 강사로 남는 사람들이 많죠. 한국어 교육이 체계적으로 되지 않는 문제점에 대해 짚어줬으면 해요. 이제는 좀 체계화시켜야 할 시점이 왔어요. 남광우 우리 정치의 문제 중 하나가 정당민주화인데요, 384호와 385호에서 민주당문제를 거론하고 바로 다음호에 ‘이인제 연구’로 넘어왔는데, ‘민주당이 사는 길’ 정도의 컨셉으로 당내 다양한 논의들을 소개하면서 어떤 주장이 국민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가 하는 것들을 얘기해줬으면 좋겠어요. 구체적인 당내 민주화문제를 더 짚어주고 대선주자로 가야 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임해숙 주부이기 때문에 경제면 연말정산을 다룬 기사를 관심있게 읽었습니다. 요번 장기주식저축 상품이 정부에서 주가회복을 위해 허가한 상품인데, 세액공제 5.5%를 받기 때문에 상당히 크다고 할 수 있어요. 그 부분을 강조해서 기사를 써주셨으면 더 좋았을 것 같네요. 얼마 전 저도 동대문 밀리오레 갔었는데요, 3만8천원짜리 재킷 하나를 사면서 2만5천원에 살 수 있을까 반신반의하면서 깎아달라고 했어요. 안 돼서 그냥 가려고 하니까 깎아주더라구요. 그때 기존에 샀던 옷값이 다 사기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많이 깎아주니까요. 그런데 384호 기자가 뛰어든 세상은 상인입장에서만 얘기가 돼서 소비자들이 느끼는 문제는 무시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요. 요즘 주식시장이 아무도 이런 상황까지 오리라고 생각못할 정도로 폭등을 했는데요, 주가가 오르니까 경기가 바닥을 친 것처럼 얘기하더라고요. 정말 그런지 한번 얘기를 해줬으면 좋겠어요.
유현산 기자bretol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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