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자편집위원회 ] 2001년06월27일 제365호 

영자에게 돌을 던질까 말까

4차회의를 뜨겁게 달군 여성의 몸에 대한 논쟁… 신설 고정란 좀더 치밀하게 나가자

여성의 몸이 독자편집위원회 도마에 올랐다. 4명의 여성위원들은 모두 인상깊었던 기사로 363호 ‘누가 영자에게 돌을 던지랴’를 꼽았다. 실제 다이어트의 고통을 겪어봤기 때문인지 날씬한 몸매를 강요하는 사회적 억압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문제는 “남자들은 여자에게 날씬하라고 강요 안 해요”라는 류재수 위원의 지극히 ‘40대 남성적’인 반론이었다. 이를 계기로 다이어트가 사회적인 문제냐 개인적인 문제냐에 대한 공방이 오고 갔다. 우리 시대의 몸, 특히 여성의 몸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분위기가 너무 뜨거웠는지, 윤운규 위원에게 학생의 입장에서 한마디 해달라고 하자 “잘못 말했다간 맞아죽겠네요”라며 웃음을 터뜨렸다.

4차회의는 모두 6명의 위원들이 참여했다. 전반적으로 좋은 평을 얻은 기사는 361호 아시아 네트워크 ‘강탈당한 유물을 돌려받자’, 364호 표지이야기 ‘대한민국 킬링필드’, 362호 기자가 뛰어든 세상 ‘딸딸이 아빠 보유교사가 되다’ 등이었다. 362호 특집 ‘충무로 남자배우 전성시대’는 “굳이 특집으로 다룰 만한 사안이 아니다”(천현주·이희진)라는 비판이 있었으나 “내가 좋아하는 배우들이 나와 너무 즐거웠다”(변현단)는 칭찬도 있었다. 362호 표지이야기 ‘낙제생 DJ’는 각 기사들의 형식이 너무 천편일률적이어서 읽기에 지루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원래 무거운 주제이긴 하지만 좀더 다양한 형식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신설 고정란들은 “의도는 좋았으나 기사가 기대에 못 미쳤다”는 평이 주류를 이루었다. 휴먼 포엠의 경우 전순옥씨에 대한 소개가 미미했고 그의 활동에 대한 밀도있는 기사가 되지 못했다는 비판이 있었으나 “앞으로 기대가 된다”는 격려를 받았다. 윤운규 위원은 움직이는 세계면의 ‘통신원 NG 리포트’ 첫회분에 대해 루마니아의 후진성만 부각시킨 의미없는 기사라는 날카로운 지적을 해주었다.

윤운규: 인터넷으로 보는 기사와 지면으로 보는 기사의 차별화를 이루는 게 좋다. 인터넷으로 기사를 읽다보면 대충대충 흥미 위주로 기사를 읽게 된다. 인터넷에서는 깊이있는 기사보다 읽기 쉽고 비주얼한 기사를 꾸려나가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인터넷에서 기사를 본 사람이 잡지를 사볼 테고, 잡지를 본 사람이 인터넷에서 또 한번 보게 될 것이다. 시너지효과를 낳을 수 있다. 그리고 기사에서 토론방으로 링크가 되지 않는 것도 문제다. 이슈가 될 만한 기사가 있으면 토론방을 만들어서 바로 링크되게 하는 것도 필요하다. 양심적 병역거부, 베트남 민간인학살을 다룬 기사도 링크가 안 돼 있더라. 361호 특집 ‘더위, 너를 녹다운시키마’는 비지땀씨와 한여름씨 부부의 여름나기로 아주 ‘귀엽게’ 쓰여졌다. 자칫 딱딱할 수 있는 생활정보기사를 재미있는 이야기로 풀어나가려고 한 시도는 매우 좋았다. 그런데 기사의 초점을 ‘4살과 7살난 아이를 둔 비지땀씨네 가족’으로 맞추다보니 몇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 우선 고연령층 가족구성원의 여름나기에 대한 정보가 빠진 것 같다. 그리고 청소년,특히 수험생들의 여름나기에 대한 정보도 실으면 좋았을 것 같다. 사실 나도 수험생활을 두번이나 했지만 매번 여름나기는 정말 힘들고 짜증나더라.

동아리 후배 중 하나가 팔을 다쳐서 서울 종합병원에 입원했었다. 그런데 그 친구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종합병원 환자에 대한 횡포가 가관이 아니더라. 입원한 지 보름 뒤에나 수술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에 수술한 뒤에도 부러진 팔의 새끼손가락과 약손가락의 신경회복 정도가 70∼80%밖에 안 된다고 한다. 성역깨기에서 종합병원의 환자관리 실태를 한번 취재했으면 한다.

변현단: 표지이야기 ‘한국전쟁 이후 민간인학살’에 대해 지속적으로 밀고 나갈 것 같은데, 이런 건 굉장히 좋다고 생각했다. 피터 드러커는 내가 좋아하는 학자이기도 한데, 문화면 책에 대한 서평은 기자들이 시간이 많지 않은 상태라서 책을 끝까지 읽고 책에 대한 전반적인 배경들을 소개하기 힘든 것 같다. 기자보다 전문적인 필자가 써줬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363호 정치면 ‘한총련은 이회창 스토커’ 기사는 기사 전반적인 내용의 통일성이 떨어졌다는 생각이 들고 강도가 약한 것 같다. 이회창이 왜 스토킹당할 수밖에 없는가에 대한 내용이 미약하다.

<한겨레21>이 추구하는 미래사회에 대한 전망을 하나하나 썼으면 좋겠다. 한 꼭지를 할애해서 지속적으로 세계지식인의 흐름도 좋고, 국내 지식인도 좋고 좀 읽고 생각할거리를 줬으면 한다.

천현주: 362호 사람과 사회 ‘여성이 이끄는 몸의 반란’은 당당한 낙태를 주장하는 다른 나라 여성운동을 다뤘는데, 새로운 사실을 알게 돼서 좋았다. 그러나 여기에 그치지 않고 우리나라 여성이나 남성들이 낙태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도 알아봤으면 좋았을 것이다. 요즘은 낙태를 성형수술하듯 해버리는 경향이 높은 것 같다. 여성이든 남성이든 개개인이 생각하는 낙태의 의미가 많이 전락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그런 것들을 독자에게 물어봐서 심층적인 낙태기사를 실어줬으면 한다.

인터넷이 계속 우리 실생활에 깊숙이 파고들고 있긴 한데, 과연 생활에 주는 장단점은 무엇인지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분명 장점이 있으면 단점도 있을 것이다. 나는 회사에 있다보면 인터넷을 많이 사용하는데, 인터넷을 사용한다고 해서 종이를 적게 사용하지는 않는다. 꼭 지면으로 봐야 하는 사람들이 많다. 과연 인터넷이 사람들에게 많은 이점을 주고 있는가에 대해서 기사로 다뤄봤으면 좋겠다.

이희진: 얼마 전 텔레비전 뉴스에서 응급실이 임상실험실로 이용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기자가 뛰어든 세상에서도 응급실 체험을 다룬 적이 있다. 뉴스를 보고 나서 그 기사를 다시 보니 단순히 체험에 머무르지 않았나 싶다. 그곳에서 문제점을 파헤치는 게 아니라 그냥 하루이틀 좀 해보고 “이 사람들 힘들게 일하더라” 하는 단순체험기 수준밖에 안 됐던 것 같다. 기자가 뛰어든 세상에서는 체험뿐 아니라 문제점도 심층적으로 다뤘으면 좋겠다. 기왕 간 거니까 좀더 깊게 생각해보고 알아봤으면 좋겠다. 인터넷 얘기를 했는데, 중독에 대해 생각해봤다. 여러 가지 중독이 있을 텐데 중독에 대해 심층적으로 다뤄봤으면 좋겠다.

김장효숙: 362호 안영춘 기자가 뛰어든 세상이 좋았다. 소재가 좋았다기보다 자신의 체험과 느낌을 솔직하게 털어놓아서 후련하게 느껴졌다. 기억에 남는 대목은 아이를 재우려고 했는데 자지 않아서 동화책 한권을 다 읽어줬다는 부분이다. 이런 기사는 “시사잡지는 딱딱하다”는 관념을 많이 깰 수 있어서 좋다. 이영자 사건을 다룬 363호 기사에 대해 좋다는 의견이 많은데 나는 나름대로 아쉬움이 남았다. 이영자 사건에 대해 아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모르는 사람도 있다. 사건의 전말에 대해 조금 덧붙여줬으면 좋겠다. 그리고 글이 좀 추상적이고 잘 안 와닿는다는 느낌이 들었다. 조금 시기가 늦었을지 모르겠지만 살과의 전쟁을 기획해보면 어떨까. 여성이라면 이 문제를 한번쯤 생각해봤을 것이다. 나도 실제로 해봤는데 정말 장난이 아니더라. 다이어트 후유증도 있고 다시 살이 찌면 어떡하나 하는 스트레스도 심하다. 방학을 맞았기 때문에 농활을 많이 가는데, 학생들이 자기의 이익을 제쳐두고 돈을 내가면서 간다. 대학생들이 좀더 의미있게 방학을 보내는 거라 생각해서 다뤄줬으면 좋겠다. 농활말고도 환활, 공활, 빈활 등 많다.

류재수: 361호 정치면 ‘굽실대는 이들의 천국’은 기획의도도 좋고 재미있었으나 정두언씨가 현재 한나라당에 있기 때문에 좀 객관성이 떨어지지 않았나 싶다. 제주도 영어공용화문제를 다룬 362호 이슈추적 기사에서 홍콩, 싱가포르 얘기가 나왔는데 좀더 확대해볼 필요가 있다. 홍콩과 싱가포르가 어떻게 발전하고 있는지 좀더 심층적으로 봤으면 좋겠다. 364호 특집 다단계판매도 좋은 기사였는데, 피해사례가 많이 들어갔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기사를 읽다보면 다단계판매가 좋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다.

서점에서 베스트셀러 만들기가 심각하다. 공정경쟁이 시장경제의 기본인데, 그걸 무시한다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다. 그리고 공직사회 기강이 큰 문제다. 현재까지 임용된 고위직 공무원 중 순수한 민간인은 10% 정도밖에 안 된다. 공직자들끼리 나눠먹는다는 얘기다. 가뭄과 장마가 이어지는데, 비가 안 오면 가뭄성금을 걷고 비가 오면 수재성금을 걷는다. 가뭄이나 수재는 우리가 어렸을 때부터 겪어왔다. 국가가 해야 할 일을 다 성금 걷어 해결했다. 이런 문제를 짚어볼 수 있겠다. 또 정치인 사법재판은 다 유야무야되는 것 같다. 이런 문제도 비판해야 한다.

유현산 기자 bretol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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