는 남극대륙의 두꺼운 빙하 밑에 1천만년 이상 된 것으로 추측되는 거대한 호수가 있다는 사실을 자세히 현지 보도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과학자들은 이 호수의 발견과 동시에 한 가지 의문을 품었다. 과연 이 호수에 생명체가 있는가 하는 문제다. 빙하 수천m 아래라면 빛이 철저하게 차단되고 엄청난 압력을 받으며 극도로 낮은 온도다. 이런 환경에 생명체가 있을 가능성이 있을까 과학자들은 이 호수는 빙하가 지열로 아래로부터 녹아내린 것이 아니라 1500만년 이전 지구상에 생명체가 나타나기 전부터 있던 호수 위에 빙하기 동안 얼음이 뒤덮여 형성된 것이라면 생명체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기대한다. 낮은 온도와 높은 기압의 조건에서 광합성에 의하지 않고도 생명체가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이 흑해 바닷속 깊은 석회암 동굴에서 확인된 적이 있기 때문이다. 수십만년 이상 외부와 철저하게 차단된 조건에서 생명체가 있다면 이는 곧 지구상에 생물이 어떻게 출현하게 됐는지 생명의 기원을 다루는 연구에도 큰 영향을 끼친다.
생명의 기원을 간직한 미지의 생태계 보스토크 호수는 천체연구의 열쇠도 쥐고 있다. 얼음으로 뒤덮인 목성의 한 위성인 유로파 등 지구 이외의 다른 천체들에 생명이 살고 있을지 모른다는 의문에 대한 답변을 간직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지구상에서 가장 순수한 자연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이 호수를 어떻게 오염시키지 않고 탐사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10년 전부터 과학자들은 빙하를 뚫어 얼음 속에 갇힌 50만년 동안의 지구기후에 대한 연구를 계속해왔다. 따라서 처음 보스토크 호수를 발견했을 때 과학자들은 빙하를 뚫고 이 호수에 접근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얼음을 뚫는 작업과정에서 호수를 오염시킬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데 있다. 50t가량의 등유를 사용해야 하고, 파낸 구멍이 계속 대기에 노출돼 있어 오염물질이 유입되며, 기름 묻은 드릴이 마지막 얼음을 뚫고 처음으로 이 순수한 호수에 닿을 때 불가피하게 접촉하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 때문에 얼음 굴착작업은 호수 위 바로 전까지 진행됐으나 현재 중단된 상태다.
등유의 오염보다 위험한 다른 형태의 오염 가능성은 지상으로부터의 박테리아 유입 가능성이다. 과학자들은 호수에 생명체가 있는지 알아내기 위해 빙하 4km 아래로 집어넣을 첨단로봇 미생물 고안을 연구하고 있다. 인간의 첨단기술이 환경오염의 벽을 넘어 생명의 기원을 밝혀낼 수 있을까
최예용/ 환경운동연합 시민환경연구소 기획실장 choiyy@kfem.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