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독자마당 > 독자와 함께 목록 > 내용   2007년05월03일 제658호
[나의 오래된 물건] 처음으로 날 울린 만화

▣ 김돈영 충남 천안시 안서동


봄맞이 대청소로 그동안 모아뒀던 만화책들을 차곡차곡 정리하다가 새로운 만화책들에 밀려 구석에 갇힌 만화책 한 권을 발견했다. 누렇게 변한 그 책을 집어들어 ‘후~’ 하고 가볍게 입김을 불어 먼지를 없애자 ‘아!’ 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그 책은 현재 만화책을 모으는 취미를 갖는 데 커다란 영향을 끼쳤던 명작 중의 명작 <캔디캔디>였기 때문이다.

원래 이 만화의 원작은 일본의 하이틴 작가 미즈키 교코의 소설로, 고아가 하루아침에 대명문가의 양녀가 된다는 내용을 기반으로 1975년에 어마어마한 선풍을 일으켰던 작품이다. 그 이후 소설이 이가라시 유미코에 의해 만화책으로 나오면서 한국에서도 인기를 얻었다. 당시 나는 만화책보다는 소설을, 순정물보다는 추리물을 좋아했기에 만화 <캔디캔디>에 무관심했다. 하지만 어느 날 외갓집에 갔다가 사촌누나가 건네준 애장판 형식의 두꺼운 만화책 <캔디캔디>를 받고 상황이 달라졌다. 기차 속에서 그 책을 펼친 순간부터 푹 빠져 사람들이 쳐다보는 것도 아랑곳 않고 울먹이면서 만화를 읽어내려갔다.

여성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던 테리우스와 안소니, 그리고 캔디의 추억 속에 남아 있던 동산 위의 왕자님은 아직까지도 심장을 두근거리게 하고, 약간은 촌스러운 듯 정감 있는 이미지 속에서 항상 웃음을 잃지 않던 캔디의 모습은 여전히 순수한 감동으로 남아 있으니 1992년 어느 날 기차 속에서 훌쩍이고 있던 나의 모습은 너무나도 당연했던 건지 모르겠다.

처음으로 나를 울린 만화 <캔디캔디>를 계기로 감동적인 만화를 그리고 싶다는 새로운 꿈이 생겼다. 언젠가는 반드시 <캔디캔디>처럼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사람들의 기억에 평생 남을 명작을 남기고 싶다. 이런 생각을 하며 <캔디캔디>를 책장에서 제일 눈에 띄는 곳에 가지런히 꽂아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