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수현 기자 groove@hani.co.kr
고교 시절 기숙사 생활의 간식은 <한겨레21>이었다. 자습시간 졸릴 때 먹는 간식은 달콤한 휴식이었다. 시험기간에도 빠뜨리지 않고 볼 정도로 ‘중독’되면서 간식은 ‘밥’ 행세를 하기도 했다.
그래서 대학4년생 안시온(22)씨에게 <한겨레21>이 대입에 도움이 되지 않았냐고 내심 기대감을 가지고 질문을 던져봤지만, “실제 학교 공부에 도움이 됐다고 말 못하겠는데요”라는 답변이 돌아온다. “아시다시피 우리나라 학교 교육이랑 그다지 연관되는 내용이 없잖아요. 하지만 국어와 논술에 약했던 제가 논리적 사고를 하는 데 도움을 줬겠죠?” 그냥 당연하게 여기던 것들을 뒤집어 보여준 <한겨레21>이 좋았단다.
대학 생활을 시작하면서 <한겨레21>의 의미도 달라졌다. 정치·경제·사회적 기초지식이 부족했던 고교 시절엔 기사로 지식을 습득하느라 바빴지만, 지금은 “다 같이 잘 먹고 잘사는 세상”이라는 자신의 모토에 <한겨레21>도 협조해주길 바라는 능동적 독자가 됐다.
“학생회 활동을 했어요. 작은 조직인데도 의견이 많이 충돌됐어요. 그게 우리를 신나게 하기도 하고 무기력하게 만든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요즘 제 인생을 고민한다고 생각하는데, 주변에서 보면 아무것도 안하고 그냥 방황하는 것처럼 보일 것 같아요.” 겸연쩍은 웃음을 보인다.
“사실, 저 어릴 때부터 참 민족주의자였거든요. ‘한민족이 세계 중심부에 빨리 들어가야 한다!’ ‘통일을 하루빨리’라고 생각했어요. 입학 때 산 컴퓨터 사용자 이름이 ‘21세기 이 땅에 정의를 세우는 마지막 NATIONALIST’였다니까요. 그땐 제가 정말 민족을 사랑해서라기보단 그 가면을 쓰곤 기득권 논리에 빠졌던 게 아닌가 싶어요. 지금은 ‘민족’이란 이름이 빠뜨린 ‘약한 사람들’을 보듬는 기사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영화·만화를 즐겨 보는 안시온씨는 현재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4학년에 재학 중이다. 장애인권에 대한 기사를 늘려달라는 당부를 잊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