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자와 함께 ] 2003년06월03일 제462호 

어느 지도층 청년보수의 ‘약한 모습’

460호 표지이야기, 그 뒤

청년보수단체를 취재하다 한 변호사를 알게 됐다. 그는 ‘헌법을 생각하는 변호사 모임’ 소속으로 30대 중반의 ‘전도유망’한 변호사였다. 세칭 ‘사회지도층’이라는 법조인이기에 잔뜩 기대를 걸었다. 그 ‘나이’에 스스로 보수임을 외치기가 어디 쉬운 일인가. 법정에서 논리정연하게 의뢰인의 무죄를 주장하듯 자신의 논리를 차근차근 설명해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어렵사리 그와의 통화에 성공한 나는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고 말았다.

그는 지난 4월19일 열린 ‘반핵반김 자유통일 국민대회’에서 집행부로 활동했다. 집회 주최쪽이 돌린 보도자료는 그를 총무위원장으로 소개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전화를 받자마자 변명을 늘어놓기에 바빴다. ‘총무위원장은 자발적으로 한 게 아니라 평소 아는 사람이 부탁해서 맡았다. 어떤 사상이나 이념보다는 변호사의 직업윤리에 따른 결정이었다. 변호사가 의뢰인의 법률자문에 응하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 “집회와 관련해 구체적으로 무슨 법률 자문을 해줬느냐”고 물었더니, 그는 “얘기하기가 곤란하다. 그냥 그 정도로 해두자”고 했다. 그는 “더 이상 그 문제로 기사에 거론되기가 싫으니까 자제해달라”고 애원하듯이 말했다.

자신의 신념에 따라 참석하는 집회가 변호사의 직업윤리와 어떻게 ‘조합’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자신의 신념조차 제대로 밝히지 못하면서 어떻게 남을 위한 변론에 나설 수 있을까. 그 변론이 과연 판사를 제대로 설득할 수 있을까. 비록 논리적이지는 못하지만 소신 있게 자신의 생각을 밝히는 우익단체 대표들이 더 ‘인간적’으로 다가왔다. 약한 자여, 그대 이름은 ‘사회지도층’이로다!

이춘재 기자 c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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