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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스, 착한 사람은 안 걸린다? 459호 특집, 그 뒤
이 글을 쓰고 있는 5월26일 현재, 베이징에서 돌아온 지 16일째다. 한국으로 돌아오면서 여러 가지를 망설였다. 그것은 “내가 정말 격리돼야 하는가”의 문제였다. 베이징에서 만난 한 유학생은 “10일간은 집에서도 혼자 식사를 하고, 웬만하면 외부 접촉을 피하라”는 권유를 하기도 했다. 베이징 출장기간에는 <한겨레21> 부원들 사이에서도 “격리를 해야 하는 거 아니냐”는 의견이 조심스럽게 나왔다는 소식까지 전해들었다. 그런데 나는 아무 생각이 없었다. 5월11일 저녁 집에 도착하자마자 ‘무책임하게’ 아이들과 상봉기념 뽀뽀를 하고 식사를 했다. 다음날 회사에 출근할 때 잠시 마스크를 써보기도 했지만, 너무 귀찮았다. 그래서 벗어서 휴지통에 버렸다. 같은 층을 쓰는 회사 식구들은 나를 볼 때마다 “가까이 오지 말라”며 농반진반으로 얘기했고, ‘진심으로’ 피하는 이들도 간간히 있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사스가 마음의 병”이라며 “착한 사람은 안 걸린다”고 받아넘겼다. 한국에 돌아온 뒤, 베이징의 공포분위기는 더욱 더 사그라지고 있다. 매일 보건당국이 발표하는 사스환자 숫자는 한자릿대로 떨어졌고, 사망환자는 없는 날이 많아졌다. 휴교한 베이징 대학들의 분위기가 궁금해서, 출장기간 중 통역을 맡아줬던 이상준(27·런민대 재정경제학부)씨에게 전화를 했다. 이상준씨에 따르면, 분위기가 풀리고는 있지만 귀국했던 유학생들이 돌아올 분위기는 아니라고 한다. 현재 휴교 중인 베이징의 대학들은 갑작스런 혼란을 예상해 외국 유학생들의 복귀일을 아예 못박아놓고 있다. 런민대의 경우 7월 초 졸업식을 앞둔 유학생들은 6월10일, 재학생들은 6월20~22일이 복귀일이다. 휴교도 재학생들의 복귀에 맞춰 풀 예정이라고 한다. 이러다보니 돌아온 학생들조차 제지를 당하는 형편이다. 실제로 최근 귀국했던 한 한국유학생은 정문에서 학교쪽으로부터 거부를 당한 뒤 피검사·폐검사 등의 종합검진을 마친 뒤에야 대학 안으로 들어갔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독자를 위한 정보 하나. 요즘 홍콩을 거쳐 외국으로 가는 여객기의 요금이 엄청 싸다. 어차피 갈 외국여행이라면 지금 가는 건 어떨까. 홍콩을 거치는 유럽행 비행기의 경우 44만원까지 떨어졌을 뿐 아니라, 5~6월께 홍콩을 거쳐 동남아로 가는 비행기의 요금도 파격적이다. 사스특혜!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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