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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섹션 : 독자와 함께 | 등록 2003.04.23(수) 제456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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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와함께] 부시는 가정교육 파괴범 454호 표지이야기, 그 뒤
“왜 나는 조그만 일에만 분개하는가/ 저 왕궁 대신에, 왕궁의 음탕 대신에/ 50원짜리 갈비가 기름덩어리만 나왔다고 분개하고/ 옹졸하게 분개하고 설렁탕집 돼지같은 주인년한테 욕을 하고/ 옹졸하게 욕을 하고/ 한번 정당하게/ 붙잡혀간 소설가를 위해서/ 언론의 자유를 요구하고 월남 파병에 반대하는/ 자유를 이행하지 못하고/ 20원을 받으러 세번씩 네번씩 찾아오는 야경꾼들만 증오하고 있는가(하략).” 이라크 바그다드를 점령해놓고 해방군이라고 우기는 미군을 보면서 김수영 시인의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란 시가 떠올랐다. 깜빡이도 켜지 않고 끼어드는 앞차 운전자에게 쌍욕을 하면서도 이라크전 파병을 기정사실로 인정하고 둔감한 요즘 내 꼴이 그렇다. 이라크전을 반대한다고 떠들면서도 고작 한다는 게 인터넷 반전평화 사이트에 글이나 올리고 술자리에서 미국의 패권주의를 안주 삼는 게 전부다. 나는 이라크전에 관련해서는 안락의자에서 철갑상어알과 와인을 즐기며 ‘입으로만’ 사회주의 혁명을 외치는 ‘캐비아(철갑상어알) 좌파’다. 누구나 평화를 꿈꾼다. 하지만 미치광이 같은 어른들은 제 힘만 믿고 돈과 무기를 가지고 그것을 마음대로 쓰고 휘두르면서 사람들을 괴롭히고 있다. 포탄에 맞아 걸레조각처럼 해어진 이라크 여자아이의 발목을 보면서, 피흘리며 죽어간 아버지를 지켜본 아이들의 겁먹은 눈동자를 보면서 가슴이 멍멍해진다. 나는 아이를 키우는 부모 자격으로 조지 부시 미 대통령에게 손해배상 청구소송이라도 내고 싶다. 나는 그동안 아이에게 ‘유치원에서 힘 약한 친구를 때리지 마라. 친구들과 싸우더라도 주먹 대신 ‘예쁜’ 말로 해라”고 가르쳤다. 하지만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 전쟁을 통해 ‘힘센 주먹=정의’란 등식을 전 세계 어린이들에게 널리 전파했다. 이 탓인지 7살된 아들은 “미국이 전쟁에서 이겼지? 힘이 세니까 이긴 거고, 이긴 게 좋은 거지?”란 질문을 되풀이한다. 부시 대통령은 가정교육 파괴범이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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