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ww.hani.co.kr/h21 |
|
| 기사섹션 : 독자와 함께 | 등록 2003.03.11(화) 제450호 |
|
[독자와 함께] 검찰을 건드리면 다친다? 448호 표지이야기, 그 뒤
역대 정권마다 재벌개혁은 중요한 화두였다. 김영삼·김대중 정부 때 그랬고, 노무현 정부 들어서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재벌개혁이 어떻게 이뤄져야 할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그치지 않았다. 이 와중에 검찰이 아주 간단한 해법을 보여줬다. 최태원 SK(주) 회장을 배임 혐의로 구속하자 재벌기업들이 ‘개혁에 동참하겠다’며 알아서 기기 시작한 것이다. 최태원 회장 사건은 재벌기업의 구조적 문제점을 잘 보여준 사건이었다. 외자유치를 한다고 해놓고 이중계약으로 주주와 투자자들을 속였고, 총수 1인의 지배력 강화를 위해 회사의 손실을 마다하지 않는 황제경영의 전형이었다. 그런데도 SK와 검찰 주변에서는 ‘왜 지금 SK인가’라는 의문과 함께 수사 배경에 대한 갖가지 추측이 끊임없이 나돌았다. 같은 잣대를 적용하면 10대그룹의 재벌총수 가운데 철장에 갇히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중요한 것은 검찰이 뭔가를 분명히 보여줬다는 것이다. “우리가 마음만 먹으면 누구든지 잡아들일 수 있다”는 것을. 정치인이라고 예외는 아닐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과 평검사들과의 토론에서 한 검사는 노 대통령이 부산지검 동래지청에 청탁전화를 한 사실이 있다고 공개했다. 대통령도 사정의 표적이 될 수 있음을 암시한 대목이다. 검찰은 수사권을 독점하고 있다. 그리고 노태우·김영삼·김대중 정부에 이르기까지 3대에 걸쳐 권력 핵심을 수사하면서 축적된 광범한 정보파일을 갖고 있다. 금감원을 통해 얼마든지 계좌추적도 할 수 있다. 단순한 수사기관에 머무르지 않고 정보기관의 역할까지 하고 있는 셈이다. SK에 대한 수사가 이뤄지던 시점은 검찰이 강금실 법무장관 내정설로 술렁이던 초기였다. 그래서 압수수색 직후 검찰 주변에서는 ‘새 정부에 대한 검찰의 쿠데타’라는 얘기까지 떠돌았다. “검찰을 건드리지 마라. 잘못하면 다친다”는 경고의 표시라고 할까 실제로 압수수색 문건에서 비자금 장부와 정치인 로비 명단이 나왔다면 검찰은 정치권의 목줄을 쥐게 된다. 그리고 ‘검찰개혁’이란 또 다른 화두는 흔적 없이 사라졌을 것이다. 제448호 표지기사 ‘검찰, 재벌 박치기’의 기획 의도는 재벌개혁보다 재벌총수 구속이란 강수를 들고 나온 검찰의 의도에 맞춰져 있었다. 2주 뒤에 노 대통령과 평검사들의 대화를 지켜본 독자들이라면 행간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정남기 기자 jnamki@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