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자와 함께 ] 2003년02월26일 제448호 

북은 돈을 원한다

446호 표지이야기, 그 뒤

‘현금과 평화’를 쓴 뒤 금강산 육로관광길에 올랐다. 철조망과 지뢰밭이 남북한 주민이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비단길로 확 바뀐 그곳은 눈이 부실 정도였다. 역시 돈의 위력은 대단했다. 적어도 금강산 관광길은 현금과 평화는 맞바꿀 수 있고, 또 그럴 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농축적으로 보여주는 현장이다. 돈의 위력은 사람의 마음뿐 아니라 쇠와 무기까지 녹이는 수준에 이르렀다. 한때 최대 군사요충지인 이곳은 거대한 공사판으로 변했다. 북한 인민군들은 50년 넘게 총부리를 겨눠온 남쪽의 일반 관광객들이 코앞에까지 버젓이 다가와 활개치며 관광을 즐기는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북한의 엘리트들은 이제 개인이든 조직이든 돈은 많이 버는 게 지도자와 당에 충성하는 길이라고 공공연히 말한다. 심하게는 “돈독이 오르지 않은 사람은 당원 자격이 없다”는 내밀한 구호까지 들린다. 북한 지도층은 이제 돈벌이를 위해서라면 안방까지 전세를 내줄 수 있다는 자세다. 이는 곧 돈만큼 북한 지도부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 쓸 만한 협상 지렛대가 없다는 것을 재확인해준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아직 자존심이 남아 있다. 신뢰하지 않는 상대와는 거래하지 않는단다. 그렇다면 이들은 어떤 상대를 신뢰할까. 금강산에서 만난 현대아산의 한 관계자는 이렇게 말한다. “어떤 상황에서도 약속을 지키는 것이지요.” 대체 이 약속은 무엇을 뜻할까. “북한과의 거래에서는 신뢰나 약속은 곧 대가(돈)를 가리킬 때가 많습니다.” 북한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그만큼 돈을 써야 한다는 얘기로 들렸다. 물론 이런 고약한 원칙은 당국 간 관계에도 적용된다. 남북정상회담이라고 예외일 수 없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언제까지 이런 관행을 좇아가야 할까. 안타깝게도 북한의 생존이 위협받고 있는 한, 이런 비정상적 거래는 멈출 것 같지 않다는 게 후속취재의 결론이다. 노무현 새 정부는 국민이 용인하는 수준의 남북거래 준칙을 만드는 게 시급한 과제로 보인다.

임을출 기자 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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