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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총련과 ‘정신지체’ 430호 표지이야기, 그 뒤
한총련에 관한 얘기를 처음 들었을 때, 나는 몇 가지 점에서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먼저 나를 놀라게 한 것은, 한총련이 대법원에 의해 불법단체로 규정된 이후 4년째, 학생회 간부로 선출만 되면 수배령이 떨어진다는 사실을 내가 이미 잘 알고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것이 왜 문제가 되는지에 대해서조차 생각해보지 않았다. 스스로 생각하고 말할 줄 아는 모든 사람들은 ‘스스로 다스리는’ 자치단체를 만들 수 있으며, 그것은 헌법으로 보장된 기본권이라는 것, 그래서 그런 기본권을 가로막는 것은 자유민주주의의 기본질서를 위협하는 불온한 짓이라는 것을 나는 몰랐던 것일까 아니 지금이 대통령을 입에 담기만 해도 잡아가던 박정희 치하란 말인가 두 번째로 나를 놀라게 한 것은 그런 일이 별 저항 없이 아주 당연한 일인 듯 잘 굴러가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세상에 나 같은 사람들이 많다는 뜻이리라! 세 번째는 아직도 연좌제가 시퍼렇게 살아 있다는 사실이었다. 수배자 가족들에 대한 회유와 협박이 일상적으로 자행되고 있었다. 공무원에게는 인사에 불이익을 주겠다는 으름장이, 어민에게는 (기름값 할인 등의 혜택이 주어지는) 조합원 자격을 박탈하겠다는 협박이 가해지고 있었다. 친척 중 공무원인 사람을 동원한 돌려치기 협박도 예사였다. 경찰·검찰 등 공안당국은 하급직원들이 알아서 하는 일이기 때문에 모르는 일이이라고 발뺌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수배자의 목에 특별승진 등 온갖 특혜를 걸어놓고, ‘누가 먼저 잡나’ 내기를 하는 현실이 고쳐지지 않는 한 이런 인권유린 사태는 계속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놀란 것은, 한총련 문제에 관해 전혀 그럴 것 같지 않은 사람들(예를 들어 소설가 박범신씨)이 상당히 전향적인 입장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인권에 관한 우리 사회 일반의 인식이 진일보했음을 보여주는 희망적인 지표다. 그런 면에서 한총련 문제는 법적 규범이 사회 일반의 인식을 따라가지 못하는 ‘법적 지체’ 현상이라고 규정할 수 있을 것 같다. 일종의 ‘정신지체’ 같은 이 지체 현상은 언제쯤 치유될 수 있을까
이재성 기자 firi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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