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자와 함께 ] 2002년10월16일 제430호 

명분과 실리가 일치되는 세상

428호 표지이야기, 그 뒤

사람은 누구나 명분과 실리 사이에서 고민한다. 둘이 합치면 다행이지만, 으레 엇나가도록 짜인 게 세상사 법칙이다. 그래 보통사람들은 둘을 저울에 달아보고 근수가 많이 나가는 쪽으로 행동하게 마련이다.

국회의원들도 마찬가지다. <한겨레21> 428호에서 ‘노무현 두들겨패기’를 다룬 까닭 가운데 하나가 민주당 의원들의 ‘명분과 실리의 불일치’를 들여다보자는 것이다.

민주당 의원들에게 명분은 소속 당 대통령 후보에 대한 지지일 것이고, 실리라면 자신의 재당선일 것이다. 둘을 일치시킨 의원들은 두 다리 뻗고 자겠지만, 어긋나는 의원들은 온갖 질타를 받으면서도 ‘생존권 확보’ 차원에서 후보교체론 등을 들고나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명분 없는 정치 행위가 어디 ‘노무현 흔들기’에만 국한되랴. 대한민국 국회가 세워진 이래 면면히 이어져온 전통 속에 다 살아 있다. 철새 정치인, 본회의장 멱살잡이 등 일일이 열거할 수조차 없다. 다들 대한민국 최고의 직장이라는 의원직을 놓지 않으려는 몸부림들이다.

그래서 한번 주장해본다. 국회의원직을 무급화하라고, 모든 특권을 철폐하라고. 그래서 모든 국회의원들이 대의명분을 위해 자신의 의원직을 훌훌 던져버릴 수 있을 정도가 돼야 한다고.

개인적으로 가장 부러운 것은 의원들의 철도이용권 카드다. 언제 어디서나 공짜로 탈 수 있는 무제한 이용권이다. 그러나 의원들도 우리랑 똑같이 추석 때 밀리는 고속도로를 타고 내려가게 하면, 의원직에 집착하지 않을 것이다. 자신의 이름을 더럽히는 행동은 하지 않을 것이다.

또 국회의원 수를 확 늘릴 수도 있다. 대국민 서비스 차원에서 변호사·의사도 다 늘리는데 국회의원이라고 못 늘릴 이유가 없다. 대통령에게 제왕적 권력이 주어져서 탈이라는데, 의원들도 정원을 크게 늘려 희소가치를 줄이며 권력을 분산해보자는 것이다.

사실 자기 월급을 자기가 정하는 유일한 월급쟁이가 국회의원들이다. 그러니 실현되기 어려운 주장이라는 것을 잘 안다. 하지만 <한겨레21>은 명분과 실리가 일치하는 세상을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다.

김의겸 기자 kyum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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