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자와 함께 ] 2002년10월02일 제428호 

강남에 사는 공무원들

426호 표지이야기, 그 뒤

집을 가진 사람들은 집값이 자꾸 오르기를 바랄 것이다. 남의 집에 세들어 사는 사람들에게는 집값 상승이 마치 강도처럼 보일 것이다. 그렇다면 집이 있든 없든,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토지·주택정책의 대원칙은 무엇일까?

도시의 집값은 여간해서는 떨어지지 않는다. 인구는 늘어나지만 땅은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처럼 도심에 가깝고 교육 여건이 좋은 곳의 집값은 대체지가 없으면 다른 지역보다 빠르게 오를 것이다. 그러므로 정부는 국민의 주거비용이 최소화되도록 택지와 주택의 공급을 원활하게 유도해야 한다.

그러나 집값이 주기적으로 폭등하는 원인은 집의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해서만은 아니다. 주택보급률은 계속 높아지고 있다. 집값 폭등은 부동산이 투자 대상이며, 다른 투자보다 많은 수익을 준다는 데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 그래서 집은 그 집에 들어가서 살 사람이 아니라, 돈 있는 부동산 투기꾼의 수중으로 자꾸 들어간다. 그럴수록 집값은 더 뛰어오른다.

주택정책이 모든 국민에게 안정적인 주거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목적이 있다면 부동산이 투자의 대상이 돼서는 안 된다. 오히려 한정된 땅을 이용하는 사람은 자신이 쓰는 땅의 가치에 비례해 공동체에 세금을 내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살지도 않을 집을 몇채씩 사두는 사람이 줄어든다. <한겨레21>이 보유세 강화를 강조한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동의하는 이 정책이 왜 실현되지 못할까? 국민은 정책 결정자들이 강남에 살고 있어 집 있는 사람들 편만 든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정말 그런지 살펴보기 위해 몇몇 경제부처에 국장급 이상 간부들의 거주지 주소를 알려주도록 요청했다. 재정경제부와 행정자치부는 주소록을 내주었다. 그러나 건설교통부는 장관의 주소는 감췄고, 국세청은 아예 주소록이 없다고 했다. 확인해보니 건교부 장관은 서울 강남의 최고급 빌라에 살고 있었다. 국세청 간부들은 일일이 전화를 걸어 확인한 결과, 강남 거주비율이 다른 부처보다 높았다. 돈이 있어 강남에 사는 것을 탓할 수는 없지만, 그들이 받는 보수에는 집 없는 사람들의 세금이 포함돼 있다. 그들이 그것을 잊고 있다면 깨우쳐주기라도 해야 한다.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




↑Back to the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