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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당잡힌 신체의 자유 425호 표지이야기, 그 뒤
9·11 1돌 취재를 위해 미국의 두 도시 워싱턴과 뉴욕엘 갔다. 워싱턴에선 테러 현장의 흔적을 사진에 담기 위해 맨 먼저 국방부의 펜타곤 건물을 찾아갔다. 하지만 이미 무너진 부분의 수리가 마무리단계여서 헛수고에 그쳤다. 헤리티지재단 본부를 방문해 관계자와 인터뷰했으나 기사엔 반영하지 못했다. 미국 정부 강경파들의 공식적인 주장과 전혀 차이가 없었고, 그것은 다른 지면에서 다루기 때문이었다. 어쨌든 30분씩이나 시간을 빼앗긴 그 관계자에겐 미안함을 전한다. 뉴욕에선 먼저 그라운드제로 현장으로 달려갔다. 방문객 몇명과 인터뷰를 할 수 있었지만 문제는 사진이었다. 넓이가 1만2천평이나 되는데다 철조망을 둘러친 탓에 좋은 사진을 찍기가 어려웠다. 고민 끝에 현장과 가장 가까운 37층짜리 21세기백화점을 찾아가 높은 층에서 찍을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빌딩의 매니저는 고맙다는 편지와 사진이 나온 <한겨레21>을 보내달라는 조건으로 11층의 한 사무실을 사진촬영 장소로 제공했다. 425호 표지이야기에 나온 현장사진은 이렇게 해서 찍을 수 있었다. 뉴욕에 갔으니 미국을 상징하는 대표적 아이콘인 자유의 여신상을 둘러보기로 했다. 여신상이 있는 리버티섬으로 향하는 배에 올랐다. 하지만 그 전에 대가를 치러야 했다. 보안요원은 여성들의 핸드백과 지갑까지 샅샅이 수색했고, 손목시계와 혁대까지 풀어헤치도록 요구했다. 기분 같아선 발길을 돌리고 싶었지만 어쩌겠는가, 취재를 해야 하니. 하는 수 없이 혁대를 끌렀다. 자유의 여신상을 보려면 잠시나마 신체적 자유를 저당잡혀야 했다. 에피소드 한 토막. 그 배엔 중국인 단체관광객 등 유독 아시아계 사람들이 많이 타고 있었다. 배에서 내리니 바이올린을 연주하며 구걸하는 악사가 갑자기 곡목을 바꿔 귀에 익숙한 멜로디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대한민국 애국가였다. 아마 중국인 단체관광객을 한국인으로 착각한 모양이었다. 그러니 그들 가운데 누가 동전을 던지겠는가. 표지이야기에서 9·11의 또 다른 현장이라고 할 수 있는 아프가니스탄 얘기를 쏙 빼놓은 점이 못내 아쉬웠다. 426호 아시아 네트워크에서 ‘9·11과 아시아’를 다룬 것으로 위안을 삼는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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